청빈낙도

산방한담

2007-01-22     관리자

악기 가운데는 좋은 악기와 덜 좋은 악기가 있을 수 있고, 연주자 역시 심혼이 담긴 연주를 하는 이와 모양만 곡을 따르는 연주자가 있습니다. 혹 경우에 따라서 좋은 악기라도 연주자를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값에 못 미치는 음악이 나오지만, 조금 낮은 악기라 하더라도 명인을 만나면 악기가 갖는 울림의 가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듣는 사람 역시 귀로만 듣는 경우와 마음을 다해 몰입하여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처럼 우리 모두는 마음이라는 악기를 하나씩 지니고 있으며 동시에 마음을 연주하는 연주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음이라는 악기는 본시 일반 악기와는 달라서 명품이냐 아니냐의 차별이 없는데, 마음이라는 악기를 다루는 사람의 마음이 비틀리고 왜곡되어 버리면 공명 현상을 동반하는 현상을 따라 불협화음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 반대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 앉으면, 심산유곡의 난초 향기가 십리를 가듯 조화로운 아름다움의 미묘함이 공명의 절대적인 음색을 만들 것입니다. 우리 불법이나 사찰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불법은 악기는 아니어서 좋고 나쁜 것이 없고 옳고 그른 것이 없으며 일체의 시비를 떠났음에도, 불법을 믿는 사람이 어떤 수준인가에 따라서 불법의 가치는 그 됨됨이만큼 나타납니다. 장엄하게 꾸며놓았으되 진실한 마음이 텅 빈 사찰에 가면 왠지 마음까지도 허전하지만, 도량은 비록 작아도 사심이 없고 알찬 수행자가 머무는 사찰은 저절로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연주자는 평소에도 악기를 잘 간수하고, 목수는 평소에 나무와 연장을 잘 관리합니다. 평소에 마음 관리를 잘하여서 마치 소가 콩밭으로 몸을 들이대면 고삐를 잡아 챙겨 바른 길로 인도하듯이, 항상 마음이 바르고 흐트러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낮에는 어느 부부가 다녀가면서 몇몇 사찰을 순례하였다고 합니다. 고즈넉하여 머물기만 하여도 저절로 사색에 잠기게 하는 사찰도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상업적인 사찰도 있어서 마음이 씁쓸해지더라고 합니다. 부처님 도량을 조성하고 꾸미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천수경의 ‘도량청정무하예(道場淸淨無瑕穢) 삼보천룡강차지(三寶天龍降此地)’를 떠올렸습니다.
윤달이라 하여 삼사 순례를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도량도 맑아야 하겠지만 도량에 들어 순례자의 마음도 맑아야 맑은 사람의 눈에 맑음이 보이는 것입니다, 진정 순례를 통하여 자기 자신을 바르게 살펴보고 마음의 탐진치 덜어내는 구도 여행이 되시기를 불전에 두 손 모아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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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 스님|원광대 한의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송광사 천자암 활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얼마 전까지 공주에서 불광한의원을 운영, 많은 이들에게 의료 혜택을 주었다. 공주사대부고 울림불교학생회, 보리수 학생회, 공주교대 지도법사, 공주경찰서 경승실장, 원효사 주지, 다음까페(rhdwndjsgytk)를 운영, 시공을 초월하여 불음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