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 스님께 묻습니다

2011-09-23     불광출판사

Q1. 집착하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고도 하고 무위행(無爲行)을 하라고도 합니다. 사람이 과연 의도도 없고, 원하는 것도 없이, 집착함이 없이 무위로 행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계획과 목표를 세워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존재가 아닐까요? 무집착과 무위행의 가르침이 어떻게 현실에서 실천되어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1. 아상에 기초하여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행하려는 의도로 행동하는 것이 유위행(有爲行)입니다. 이러한 의도가 개입된 유위행은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삶이 일어나야 한다고 집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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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정해놓은 방식과 결과에 집착한 채 그것과 맞으면 좋고, 그것과 다르면 싫다고 차별하고 분별하는 것입니다. , 스스로 정해 놓은 방식에 스스로 속박되고 구속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중생들이 아상과 유위, 집착과 분별로 인해 결박당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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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상을 놓아버린 수행자는 자기가 원하는 특정한 방식과 결과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행동할 뿐입니다. 거기에는 특정한 결과나 원하는 방식의 결론은 없습니다. 그저 매 순간 해야 할 일을 아무런 흔적 없이 행할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아상에서 놓여난 무위행이자 무집착입니다. 온갖 분별, 고통, 생각, 판단, 바람, 욕망, 집착, 아상, 의도가 없기에 언제나 자유롭습니다. 특별한 방식의 결론을 고수하지 말고, 다만 현실적인 필요와 상황에 따라 즉각적이고도 직관적으로 대응하며 자유롭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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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집착을 버리는 것이 현실에 안주하고 소극적인 삶을 지향하도록 하는 것은 아닌가요? 자식들을 키우면서 집착을 버리는 것과 나름대로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인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을 어떻게 양립 가능하게 설명해야 할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A2. 모든 집착은 과거나 미래에서 옵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해 집착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집착하고 욕망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삶은 언제나 과거나 미래에 결박당해 있게 됩니다. 무집착의 참된 의미는 과거와 미래에 대해 집착하지 말고, 다만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라는 의미입니다. 집착하지 않아야지만 지금 여기라는 온전한 현재를 오롯이 깨어있는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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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은 소극적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거나, 아무 대책도 없고 계획도 없이 행동을 취하지 않고 빈둥거린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에 얽매인 일체 모든 분별을 놓아버리고,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적극적으로 100% 에너지를 쏟아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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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은 과거의 잔재와 미래의 허상을 붙잡는 것이지만, 무집착은 다만 지 금 이 순간이라는 온전한 현재를 깨어있는 정신으로 가볍게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거기에는 힘이 넘치며 그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사실은 집착을 버릴 때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집착을 버릴 때 비로 소적극적으로 행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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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불교를 공부하다 보니 출가를 해야만 할 것 같고, 일상생활보다는 수행과 참선, 기도 등을 통한 수행생활만이 참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삶에 회의가 느껴지기도 하고, 인생이 재미가 없어진다고 할지 그런 느낌도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A3. 수행이나 명상, 참선과 기도를 통해서만 영적으로 성장하고 깨달음을 얻게 되리라는 것은 꽤나 뿌리 깊은 착각 중 하나입니다. 사실은 특정한 수행이 아닌 평범한 삶 그 자체를 통해 진리는 옵니다. 저마다에게 주어진 삶이야말로 최고의 스승이며 법당이고 선방입니다. 많은 이들은 심지어 삶을 회피하거나 건너뛰어 초월하는 것이 수행이며 구도자가 나아갈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 보입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구도의 길이란 삶으로부터의 회피가 아닌 우리 눈앞에 펼쳐진 삶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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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법계는 저마다에게 주어진 특별한 삶의 상황을 통해 스스로 깨닫도록 완벽한 수행의 주제와 재료들을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모든 사람이 본질적으로 수행자이며 구도자라고 설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삶 속의 모든 상황을 피해 달아나려 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여 정면으로 마주하고 분별없이 응시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수행이요 명상입니다. 삶 그 자체를 통해 깨달을 수 있습니다. 아니 삶이야말로 우리를 깨달음으로 이끌어 주는 맞춤식 선방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삶 그 자체가 바로 부처[]요 가르침[]이고 스승[]이라는 삼보와 삼귀의의 정신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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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 스님 : 동국대와 동 대학원에서 불교학을 전공하였으며, 불심도문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현재는 군승으로 고성 운학사에서 군장병들과 군가족들을 위해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있으며, 생활수행도량 목탁소리(www.moktaksori.org)’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나누고 있다. 저서로는 반야심경과 마음공부, 금강경과 마음공부, 부자보다는 잘 사는 사람이 되라, 히말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날마다 해피엔딩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