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산업의 핫 트렌드, 젠(Zen)

서양 나라 젠(Zen) 풍경/젠 뷰티(Zen Beauty)

2011-09-02     불광출판사

      새크라멘토 다운타운 주변 주택을 보존하며 꾸민 젠 스파 외부.

마음챙김
, 명상, , 차크라, 윤회, , 선정, 호흡, 고요, 머묾, 불이(不二). 모두 서구에서 유행하는 미용실, 피부관리실, 마사지숍의 이름이다. 이름만으로는 절인지 도심 선방인지 구분이 안 된다. 그렇지만 평화를 얻겠다는 환상에 들떠 달려가긴 마찬가지다. 한 쪽에서 가부좌 틀고 치열한 눈물을 쏟을 때, 다른 곳에선 향기를 맡으며 타력에 의지해 안락함을 누린다. 비록 몸에 밴 아로마향이 사라지기 전에 깨질 고요지만 수많은 여인들이 꿈꾸는 극락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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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 로즈빌에 있는 젠 마사지 외부 간판.

명상과 만나는 고급 스파 리조트
(Spa Resort)
오스모시스 스파(Osmosis Day Spa Sanctuary)는 샌프란시스코 북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스파 리조트다. 와인으로 유명한 산타로사에 자리한 이곳은 삼나무 가루를 이용한 목욕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오스모시스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더 큰 이유는 공들여 가꾼 정원 때문이다. 일본에서 모셔온 관세음보살상으로 인해 사찰인 듯 착각을 일으키는 7,000평의 명상 정원, 이들은 치유 스파라고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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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호흡 마사지(Breathing Massage)’를 선보인다. 마사지를 하며 호흡을 가르치는 농담 같은 마사지다. 사람들은 누구나 쉬는 숨쉬기를 배우려고 흔쾌히 120달러를 지불한다. 그리곤 아가의 첫 울음에 담긴 호흡을 토해낸 양 감격에 사로잡힌다. 오스모시스에서 주말을 보내는 비용은 최소 1인당 700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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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디(Samadhi) 스파 리조트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북서쪽에 있다. 사마디란 선정(禪定)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로, 그들 스스로 치유를 얻는 평화지대라고 광고한다. “생기를 얻고 명상에 집중하는 스파라고. 연꽃을 로고로 사용하며, 중국에서 미륵부처님을 모셔왔다. 서양인들에게 익숙한 스웨덴식 마사지에 바닷가 조약돌을 몸에 얹는 뜨거운 돌 마사지, 얼굴 마사지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곳 또한 주말 상품이 1,500불을 호가한다. 적지 않은 일회성 평화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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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 스파는 개인주택의 방 하나를 손님을 위해 꾸며 놓았다. 명상음악과 아로마 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대도시를 넘어 중소도시까지 부는 젠 뷰티
바람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스브로에 있는 차크라 스파(Chakra Spa)에서는 머리 손질, 화장, 피부관리에 레이저 시술까지 종합 뷰티 시스템을 굴린다. 차크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바퀴를 뜻하는데, 우리 몸에 있는 에너지 소용돌이 시스템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일부러 몸의 차크라 자리에 문신을 하는 미국인들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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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가 워낙 대중적이어서 그런지, 의외로 차크라라는 이름의 살롱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중 차크라 살롱 스파는 샌프란시스코 도심 한 가운데 자리한 대규모 센터로, 헤어커트에만 100불 가까이 드는 유행의 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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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마사지와 몸(Mindful Massage&Bodywork)’은 조지아주 발도스타에 있는 스파로, 그 이름에 걸맞게 좀 더 불교적이며 진지하다. 마사지 테라피스트가 불교 수행을 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정신도 이렇다. “현재의 순간에 보다 집중하여 더 큰 여유를 창조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스파에서 마음챙김 워크숍도 개최하는, 왠지 스파 같지 않은 스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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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헤어 스타일리스트 렌디(좌)  2. 화장실 세면기에 놓인, '무상'을 상징하는 장식품(우)

첨단 트렌드로 자리 잡은 세심한 보살핌
이제는 젠이란 이름이 너무 흔해, ‘Zen’의 앞과 뒤에 동네 이름을 넣는다든지 다른 수식어를 넣어 도메인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다운타운에 있는 스파 젠(Spa Zen)을 찾았다. 대부분 모던함을 강조하는 장식인데 반해, 이곳은 오히려 홈스타일이다. 한국의 도심 속 한옥 같은 분위기다. ‘Zen’이라고 쓴 붓글씨 간판 말고는 다른 치장이 없다. 마치 미국식 젠 센터 입구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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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사업 수완이 뛰어난 경영 귀재다. 스파 외에도 고급 레스토랑 등 세 개의 사업체를 더 운영한다. 백인 고급 주택가, 주립대학과 종합병원 세 개가모여 있는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 경쟁력 있는 환상을 내걸 만하다. 그곳에서 스파 젠은 가장 첨단 트렌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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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아름다운 불상과 예술품으로 정갈하다. 집에 온 듯 편안해진다. 마사지 테라피스트인 세라 디알코는 당당히 말한다. “젠은 세심한 보살핌입니다. 미니멀한 외관에 차갑고 도시적인 서비스는 오히려 안정을 방해하는 불편함이죠.” 그래서 이곳의 마사지 테라피스트들은 손님과 친구처럼 소통하고, 친절히 설명하며 살핀다. 에너지를 생기 있게 바꿔 주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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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탠퍼드 대학 앞 팔로알토 다운타운의 스파 'Just'. '오직 할 뿐'이라는 선의 느낌을 강하게 주는 단어이다.(좌)  
      2. 마사지 테라피스트 '테드 유라이'(우)

손님의 고통을 읽어내는 자비로움
휴렛팩커드, 인텔, NEC 등 컴퓨터 관련 대기업이 자리한 중산층 신도시에는 특별한 젠 마사지 상품이 있다. 바로 포장이다. 여기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마사지 상품은 서구인들에게 익숙한 스웨덴 마사지다. 다만 타이 마사지가 구색을 맞춘다. 타이 마사지를 해주는 테라피스트 테드 유라이(Ted Ulay)에게 주인이 불자인지 물었다. 대승불교가 무엇인지도 모를 거라 한다. 그저 유행 따라 붙인 이름이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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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마사지는 명상하는 스님들에게서 나왔다. 테드의 스승은 태국 스님에게서 지도받았고, 명상수행을 이끄는 불자다. 테드 역시 매일 요가와 명상을 한다. 유도 선수였고, 사고를 당한 후 마사지를 배웠기에 몸을 대하는 자세가 매우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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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마사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반응은 두 종류다. 믿거나, 혹은 말거나. 몸과 마음의 관계를 이해하고 시술하는 이들이 반 정도고, 나머지는 기술만 익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다. 테드의 경우 몸과 마음을 연결하려고 노력한다. 그의 마사지 마지막 5분이 인상적이다. 마사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스트레칭 강습을 한다. 샤워실 벽에 한쪽 어깨를 붙이고 팔로 둥글게 원을 그리는 교정 자세다. 평소 샤워할 때 스트레칭 하는 습관을 붙이라는 당부다. 테드에게서 손님의 고통을 읽어내는 자비로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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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시간 젠 마사지를 49.95달러에 모신다는 광고(좌) 
      2. 뉴욕 소호에 있는 피부 미용실. 미국에 있는 중국 절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마음으로 찾아내는 숨은 아름다움
아름다움을 알아차리는 마음이 젠이라고 생각합니다
.”
헤어 스타일리스트 랜디(Randy)의 말이다. 그는 참선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염불 기도를 한다. 뉴욕에서 350달러씩 받고 커트하라는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삶은 가족처럼 소통하고 손님의 아름다움을 지켜가는 것이기에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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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커트 손님에게 1시간 반가량을 할애한다. 머리카락 하나하나를 살핀다. ‘백인 머리는 이렇고 동양인 머리는 이렇다라는 단정을 싫어한다. 한 사람의 머리지만 부분부분 다른 방향과 상태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따로 손질할 필요가 없도록 렌디가 실력으로 보여주는 젠스타일 손질이다. 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평등하게 살피려 한다. 그는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찾는다. 모두의 귀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싶다며 합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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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산업에서 젠이라는 단어가 각광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 스파와 미용실에서 손님을 살피는 마음, 그 정성 때문이다. 그런 밀밀(密密)함으로 일상을 살핀다면, 현재의 고통도 그저 바라보고 흘려보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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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경 : 저널리스트, Art/Mindfulness. 성신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석사를 받았다. 불교방송 PD로 활동할 당시, 1998년과 2000년에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여러 매체에 미국의 시사 문화와 불교에 관해 소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 석학들과 현대미술 거장들을 인터뷰하고 명상적 시각에서 해석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틱낫한 스님의 환경을 지키는 책 우리가 머무는 세상등을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