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내려놓을 때 습관적인 고통에서 놓인다, 벗어난다

김정호 교수의 행복심리학/명상을 통한 행복-집중명상

2011-09-02     불광출판사

마음대로 안 되는 내 마음
마음의 관리가 행복을 가져다준다. 명상은 마음을 관리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자신의 마음이지만 마음을 잘 알고 마음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명상은 마음을 이해하고 마음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
명상은 주의(Attention)의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작용은 주의의 작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 독자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 여러분의 주의는 이 글에 주어져 있다. 이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면 여러분의 주의는 전화로 향하게 되고,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는 데 주의가 주어질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활동은 마음의 작용이고 마음의 작용은 주의의 작용으로 볼 수 있다
.
주의는 정신자원의 배분(Allocation of mental resources)으로 정의한다. 정신자원을 한 가지 일에만 쏟는다면 주의집중이 매우 높은 상태라고 할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정신자원은 몇 가지 일에 나눠져서 사용된다. 이 글을 읽으면서도 코가 가려워서 손으로 긁을 수 있다. 이 경우 코가 가려운 것에 주의가 주어진 것이고 손을 움직여서 긁는 행위를 하는 것도 주의가 주어졌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만 주의는 어느 정도의 역치(閾値, 에너지) 이상으로 주어질 때만 의식 혹은 알아차림이 수반된다. 따라서 부지불식간에 하는 행동들은 주의가 주어지기는 했지만 충분히 주어진 것은 아니어서 의식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이처럼 정신자원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에 배분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밥을 먹으면서도 대화를 할 수 있고, 운전을 하면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주의가 두 가지 이상의 일에 동시에 주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한 가지 일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주의가 분산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이라면 강의에 100% 주의를 주고 싶을 것이다. 그래야 강의 내용의 이해와 기억에 좋을 것이다. 그러나 강의를 들으면서 마음에는 어제 친구와 다툰 일이 자꾸 떠오르고,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혹은 앞으로 이래 야하나 저래야 하나 등의 생각이 돌아간다.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주의가 내 마음대로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
명상은 주의의 훈련이다. 명상은 크게 집중명상과 통찰명상으로 나누어진다. 이번 호에는 집중명상을 소개하고 다음 호에서는 대표적인 통찰명상인 마음챙김 명상을 다루도록 한다
.

호흡에 집중하며
, ‘Let it be’
집중명상은 생각을 내려놓고 한 가지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여기서 생각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스트레스 혹은 고통은 크게 두 가지인데, 모두 생각에서 온다. 하나는 이미 지난 과거의 욕구 좌절을 생각하며 받는 고통이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데 그것을 자꾸 떠올리며 고통을 받는다. 다른 한 가지는 아직 오지 않았고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미래의 욕구 좌절을 생각하며 받는 고통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걱정도 모두 생각에서 오는 것이다
.
집중명상의 대표적인 명상은 호흡명상이다. 호흡명상에서는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오직 호흡에만 주의를 집중한다. 호흡은 별도의 도구가 필요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하기 때문에 명상의 대상으로 좋다. 또한 호흡은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처럼 재미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주의집중의 훈련에 좋다. 좋아하는 대상에는 노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주의가 집중되기 때문에 주의훈련을 할 수 없다. 반면 호흡명상을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는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려고 해도 주의가 자꾸 호흡이 아닌 다른 것으로 도망을 간다. 그래서 부단히 주의를 다시 호흡으로 가져오는 과정을 통해 주의훈련이 이루어지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주의집중이 잘 안 되는 대상이 주의훈련에 좋은 것이다
.
호흡에 주의를 집중한다는 것은 호흡감각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호흡은 외부의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코안에서는 공기가 들고나면서 스치는 감각, 들숨의 시원함과 날숨의 따뜻함 등이 느껴진다. 가슴이나 배에서는 올라가고 내려가는 운동에 따른 팽창과 수축의 감각이 느껴진다. 어느 쪽이든 편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필자는 보통 코 안에서의 감각에 주의를 집중하도록 지도한다. 명상 초보자라면 집중을 높이기 위해 호흡을 세는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날숨에만 수를 세는 것이다. 하나, . 이렇게 열까지 세면 다시 하나로 돌아와서 열까지 세는 것을 반복한다
.
밖에서 들리는 이런저런 소리(시계소리, 발자국 소리, 떠드는 소리 등)와 다투지 않도록 한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소리에 간섭을 받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다. 안 들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들리게 된다. 그냥 내버려 둔다. 비틀즈(Beatles)의노래 제목처럼 ‘Let it be’ 한다
.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나도 그 생각과 다투지 않는다. 생각도 안 하려고하면 할수록 더 떠오른다. 그저 그러거나 말거나 내버려 둔다. 자꾸 생각이난다고 실망하거나 자책할 필요도 없다. 그런 것도 일종의 생각이다. 생각이 나면 난 줄 알고 , 그래하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된다
.
호흡명상을 하는데 가슴이 답답하거나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 그것은 호흡명상을 너무 잘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명상을 할 때는 그저 쉰다라는 자세로 임한다. 평소에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고단할 텐데, 명상할 때만이라도 쉰다는 태도로 숨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매 순간 코 안에서 감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가만히 느껴본다. 이렇게 호흡감각에 주의를 모으며 호흡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

움직이는 나와 하나 되기
호흡명상 외에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집중명상을 수행할 수 있는 행위명상이 있다. 행위명상은 우리가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에 주의를 집중하는 명상이다. 여기서도 물론 생각을 내려놓고 오직 행위에만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이 닦기, 샤워하기, 화장하기, 걷기, 요리하기, 먹기, 설거지하기, 청소하기 등은 일상적으로 매일 하는 행위로 특별히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고도 이루어진다
.
이러한 행위를 할 때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하는가? 아침에 이를 닦을 때는 직장에 지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대충대충 빨리빨리 닦지는 않는가? 저녁에 샤워를 하며 그날 있었던 기분 나쁜 일을 곱씹고 있지는 않은가? 설거지를 하며 귀찮고 싫은 생각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일상의 행위를 할 때 행위에 100% 주의를 집중하자. 요령은 호흡명상과 동일하다. 처음에는 행위에만 집중하려고 해도 이런저런 생각에 자꾸 주의를 뺏기겠지만, 그런 생각이 나면 알아차리고 다시 지금의 행위로 돌아오면 된다. 부단히 지금의 행위로 돌아오며 행위와 행위에 따른 감각에 주의를 집중한다
.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 번에 20분 정도의 시간을 내서 호흡명상을 하면 좋다. 여의치 않으면 10분이나 5분이라도 짬을 내서 하면 좋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해도 좋다. 하루에 한두 번이라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쉬도록 하자. 일상의 행위를 할 때도 행위의 결과만 생각하고 빨리 끝내버리려고 하지 말고 행위 자체와 하나가 되도록 하자
.
이와 같이 호흡명상이나 행위명상을 수행하게 되면 유익함이 많다. 한 가지 대상에 생각을 내려놓고 주의를 집중하게 되면, 생각이 습관적으로 만들어내는 고통이 감소하고 일상생활에서 주의집중력이 증진된다. 동시에 생각의 내려놓음에서 오는 내면의 평화도 함께 얻게 된다
.

-------------------
김정호 :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서 현재 한국건강심리학회 회장, 대한스트레스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마음챙김 명상 멘토링, 조금 더 행복해지기, 스트레스는 나의 스승이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