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만들어 가는 모두의 축제

유명유실(有名有實) 단체탐방/조계종 행사기획단 봉축위원회

2011-05-30     불광출판사

가끔은 탁 트인 광장에서 목청껏 소리 질러 보고 싶은 사람. 하루쯤은 아무 걱정 없이 마음껏 즐겨보고 싶은 사람. 세계의 축제현장을 지켜보면서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 놀고 싶은 사람. 잘 노는 사람. 잘 못 노는 사람. 이런 분들께 권합니다. ‘연등회 연등축제(Lotus Lantern Festival)’.


봉축위원회의 또 다른 이름, 연등회 연등축제
종로구 견지동에 위치한 아담한 지하 공간.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리고, 한쪽 천정에는 색색의 연등들이 옹기종기 매달려 있다. 막바지 연등회 연등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조계종 행사기획단봉축위원회(이하 봉축위) 사무실 모습이다. 이곳에 상근하는 직원은 달랑 3. 파견 나온 직원까지 합쳐도 총 8명밖에 안 되는 인원이지만, 국내 최대의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일당 삼만칠천오백의 장수(將帥)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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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위는 말 그대로 봉축행사를 준비하는 곳입니다. 연등회 연등축제, 법요식, 시청앞 점등식 등 연중 서울에서 열리는 봉축행사들을 기획하고, 전국 88곳에서 실시되는 봉축행사를 지원합니다. 불교계 대표 봉축기획사라고나 할까요
.”
20년 넘게 봉축행사 준비에만 전념해온 박상희 팀장의 소개 멘트다. 봉축위 하면 가장 먼저연등회 연등축제가 떠오른다. 인터넷 연관검색어에도 제일 앞에 등장할 만큼 연등회 연등축제는 봉축위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누가 뭐래도 축제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 연등회 연등축제를 성공적으로 자리매김 시키기까지 봉축위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1996년 이후 본격적인 틀을 갖춘 연등회 연등축제는 질적·양적 면에서 성장을 거듭했다. 2010년 축제 당일 전체 방문객 수가 20만 명(외국인 2만 명)에 달했다고 하니, 명실상부한 전 세계적인 축제라 할 만하다.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총 30만 명의 국내외 방문객들이 연등회 연등축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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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즐길 권리가 있다
올해 연등회 연등축제는 작년과 비교해 몇 가지 달라진 사항이 있다. 우선 행사 명칭을 연등축제에서 연등회 연등축제로 변경했다. 제사를 뜻하는 ()’자가 불교 행사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모임을 뜻하는 ()’자를 사용함으로써 명칭에서부터 전통적 느낌을 살리기로 한 것이다. 세부 일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하루에 몰아서 하던 연등행렬(어울림 마당, 회향한마당)과 불교문화마당(공연마당, 연등놀이)을 이틀에 걸쳐 진행하기로 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하는 봉축위의 세심한 배려가 깔린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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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마음 놓고 축제를 즐길 수 없었어요. 또 참가자들 입장에서도 연등행렬과 불교문화마당 중 하나를 택해서 참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고요. 이런 현장의 의견들을 수렴한 끝에 연등행렬을 토요일로 앞당기고, 불교문화마당을 일요일에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
축제의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권리가 있다. 참가자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게 봉축위의 마인드다. 실제로 축제 일정 변경 소식을 듣고 가장 기뻐한 사람은 연등행렬에 참가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연등행렬을 준비하느라 불교문화마당에는 가보지 못했는데, 이제 우리도 불교문화마당에 갈 수 있겠네요.”라며 뛸 듯이 기뻐했다는 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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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 연등축제의 세 가지 모토
봉축위가 추구하는 연등회 연등축제의 모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개방성, 자발성, 전통성. 봉축위는 축제 참가에 따로 제한을 두지 않는다. 불교 관련 단체라면 어디든 참여할 수 있도록 항상 문을 열어둔다. 단지 하나의 조건이 있다면, 연등행렬에 참가하는 경우 손수 등[]을 제작해 와야 한다는 것과 불교문화마당에 참가할 때는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축제에 참여하게끔 하는 하나의 장치이다. 각자 아이디어를 내 개성 있는 등과 프로그램을 만들어옴으로써 본인부터가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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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봉축위는 연등회 연등축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연출된 외관을 보여주는 대신 고유한 전통(줄타기, 승무, 사자놀이 등)을 그대로 되살려냄으로써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축제를 완성했다. 대표적인 예가 한복이다. 예로부터 사월초파일은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로 인식되어 한복을 입고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던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의미를 살려 한복 입기캠페인을 벌인 결과, 지금은 한복이 등과 함께 연등회 연등축제를 상징하는 하나의 마스코트가 되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축제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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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으로 이룬 기운이 좋은 축제
축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불청객은 다름 아닌 경쟁심이다.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과도한 승부욕이 축제 전체의 분위기를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봉축위에서는 몇 가지 방침을 세웠다. 첫째, 연등회 연등축제는 모든 불자가 하나 되는 날인 만큼 따로 명칭을 두어 구분하지 않고 단체라는 이름으로 통칭한다. 둘째, 연등행렬은 크게다섯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매년 자리를 순환시키고, 그룹 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이른바 자전과 공전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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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추었다 한들 정작 주체들이 따라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연등회 연등축제가 화합을 이룬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진짜 이유는 참가자 개개인이 축제의 본질에 대해 잘 이해하고 몸소 실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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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 연등축제는 현우경』 「빈녀난타품에 나오는 가난한 여인의 등불을 모티브로 삼습니다. 진심과 정성을 담아 등을 만들고 불을 밝히는 것이죠. 이를 불자들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강제하지 않아도 됩니다.”(박상희 팀장
)
외국인 방문객들은 연등회 연등축제를 기운이 좋은축제라고 평가한다. 하나라는 마음으로 이뤄지는 자발적인 참여와 즐김 속에서 진정한 에너지들이 분출되는 까닭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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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열정,
나누는 온정
봉축위는 축제의 중심이 젊은이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각 사찰들과 협력해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청년 율동단과 연희단을 조직하고, 젊은이들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축제를 역동적이고 열정적으로 만드는 것, 곧 한국불교를 젊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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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 연등축제는 소외받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작은 쉼터를 제공한다. 불교문화마당에는 매년 8~9개 나라 외국인들이 참여해 자국문화를 소개하고 한국문화를 체험하는데,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로 적극적으로 행사에 임한다고 한다. 그런 적극성이 자국에도 전해져 방송촬영을 나오는 등 문화교류를 주도하는 선봉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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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위에서 하는 일이라곤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지원해 주는 정도라는 박상희 팀장. 이 말 속에 봉축위가 바라는 꿈과 이상이 묻어난다.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모두의 축제. 바로 봉축위가 만들어 가고자 하는 연등회 연등축제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