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과 문양] 전법의 상징, 불족적(佛足跡)

상징과 문양

2011-04-25     유근자
그림1. 부처님이 남기고 간 불족적, 1세기경, 간다라, 스와트박물관


부처님은 북인도까지 전법행을 떠났을까

인류사에 족적(足跡)을 남긴다는 것은 역사상 훌륭한 인물이 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라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과 당나라 현장 스님의 『대당서역기』는 인도 구법 순례기로, 부처님의 발자취를 찾아 여행했던 것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여기에는 인도 각지에서 불족석(佛足石)을 예배했던 기록이 나와 있다.

현장 스님은 구법 순례 중에 현재 파키스탄의 스와트 지역을 방문하고 불족적과 관련된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100여 척에 이르는 탑 옆에는 커다랗고 네모난 돌이 있는데, 그 위에 부처님께서 발로 밟은 흔적이 있다. 옛날에 부처님께서 이 돌을 밟고 광명을 놓아 마하벌나 가람을 비추었다. 그리하여 모든 인간과 하늘에서 본생(本生)의 일을 들려주었다고 한다.”(『대당서역기』 제3권 오장나국).

이것은 부처님께서 고대 북인도에 해당하는 이 지역까지 전법(傳法)의 흔적으로 발자국을 남겨놓았음을 뜻한다. 그러나 실제로 부처님께서 이곳에 직접 전법을 한 사실은 없다. 아마도 쿠샨제국을 건설한 쿠샨족은 그들의 제국에 부처님께서 직접 전법했다는 전설을 만들어 내고자 했을 것이며, 이것을 나타내는 유물이 스와트박물관에 남아 있다(그림 1). 이처럼 불족적(佛足跡)은 부처님의 전법을 의미하는 상징물 가운데 하나로 사용되었다.

 

그림2. 부처님의 출가, 1세기경, 산치 대탑 탑문, 인도.

불족적은 부처님의 족적을 주로 돌에 새긴 것을 말한다. 그것은 인간 모습으로 표현하기 이전에 부처님을 나타내는 상징물 가운데 하나였으며, 32상80종호에 불족(佛足)의 형상에 관해 상세히 언급되어 있다. 이 외에도 불족적은 신앙의 대상으로도 봉안되는데, 보드가야의 보리수 아래에 남아 있는 불족적이 유명하다. 불족적은 각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문양을 표현하고 있는데, 그 변화상을 살펴보도록 하자.

불족적으로 표현된 부처님

인도 산치 대탑의 탑문에는 부처님의 출가 장면이 새겨져 있는데, 부처님은 불족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불족적에는 법륜이 표시되어 있고 그 위에는 산개(傘蓋)와 불자(拂子)가 놓여있다. 불족적 앞에는 싯다르타 태자를 태우고 왔던 말과 꿇어 앉아 하직 인사를 하는 마부의 모습이 보인다. 불족적 아래에는 태자와 하직 인사를 한 마부가 말을 이끌고 카필라 성으로 돌아가고 있다(그림 2). 이미 불상이 출현한 1세기경임에도 전통이 강했던 중인도의 산치지방에서는 여전히 불족적과 같은 초기 상징물로 부처님을 표현하고 있다.

산치 대탑의 탑문에는 또 다른 불족적이 있는데, 길상을 상징하는 여러 장식문양과 함께 새겨져 있다. 발바닥의 중앙에는 32상 80종호에서 언급한‘천 개의 수레바퀴살’을 상징하는 천폭륜(千輻輪)이 표현되어 있다. 산치 대탑의 불족적은 스와트박물관에 소장된 불족적처럼 단순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림3. 법륜, 만자, 삼보표가 있는 불족적, 2~3세기, 아마라바티 출토, The British Museum, London.

부처님의 발바닥에는 무엇을 새겼을까

부처님의 발바닥에는 일반인들과 다름을 나타내기 위해서 몇 가지 문양을 새겨 넣었는데, 법륜(法輪)과 만자(卍字) 그리고 불법승 삼보를 상징하는 삼보표(三寶標)가 대표적이다. 남인도의 아마라바티에서 출토된 2~3세기경 불족적에는 중앙에 법륜이 있고, 만자와 삼보표 등이 새겨져 있다. 불족적 주변에는 풍요와 길상을 상징하는 다양한 문양이 배치되어 있다(그림 3).

불족적에는 대개 5, 7, 11종류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관불삼매해경』에 의하면 나문(螺文), 천폭륜(千輻輪), 어린(魚鱗), 금강저(金剛杵), 범왕정(梵王頂)이 표현된다고 했다. 일곱 개의 문양에는 만자와 화병이 더 첨부된다.

『의초육첩(義楚六帖)』에는 11개의 문양이 등장하고 있는데 ①만자 ②망만(網輓) ③통신(通身) ④보검(寶劍) ⑤쌍어(雙魚) ⑥화병 ⑦나왕(螺王) ⑧천폭륜 ⑨상아(象牙) ⑩월왕(月王) ⑪범왕정이 그것이다.

그림4. 봉은사의 목판에 새간 불족적, 조선, 봉은사 소장


봉은사 ‘석가여래유적도’에 새겨진 문양의 의미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부처님의 불족을 목판으로 새겼는데, 이를 ‘석가여래유적도’라고 명명했다(그림 4). 여기에는 『의초육첩(義楚六帖)』에서 언급한 11개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 문양이 상징하는 바를 찾아보자.

발가락 사이에 있는 물갈퀴 표현인 망만(②)은 ‘빠짐없이 중생을 구제’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불족적에는 그 표현이 명확하지 않으나 발가락 밑에 옆으로 약간 비낀 선이 이것을 암시한다.

통신(③)은 발가락 끝에서 발뒤꿈치를 향해 그어진 선으로 신족(神足)으로 강을 건넜다고 하는 신통력을 상징한다.
보검(④)은 ‘항마의 검’이라고도 하는데 마음속의 번뇌를 깨뜨리는 단단한 금강검을 의미한다. 『관불삼매해경』에서는 금강검이 아니라 금강저로 해석하고 있다.

쌍어(⑤)는 어린상(魚鱗相, 『관불삼매해경』), 어형(魚形, 『대당서역기』), 단순히 어(魚)라고 기록되기도 한다. 고대 인도의 점성술에 의하면 하늘에는 태양과 태음으로 된 12궁이 있고, 태음에는 쌍어궁이 있다고 한다. 이 궁에 속하는 자는 학덕을 갖추고 부귀를 누리며 반드시 위대한 사람이 된다고 한다. 또한 두 마리의 물고기는 생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화병(⑥)은 단순한 꽃병이 아니라 보배의 병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감로수로 중생을 구제하는 감로수병을 상징한다.

나왕(⑦)의 나(螺)는 나선모양을 한 소라껍질 형태이며, 왕(王)은 존칭이다. 『무량수경』에는 법라(法螺)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불면 모든 번뇌가 사라진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일찍부터 이것을 법구로 사용했는데, 불교에서도 이것을 답습했다.

천폭륜(⑧)은 ‘천 개의 바퀴살이 있는 수레’라는 의미로 수레 중심에서 바퀴살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은 태양의 광선을 상징한다. 이것은 불법(佛法)이 사방으로 전파되는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발바닥의 중앙에 표현된다.
월왕(⑨)은 초승달 모양으로 발바닥에 1개 또는 2개로 표현되는데 태양에 대응되는 달을 표현한 것으로, 밤낮을 비추는 부처님의 묘광(妙光)을 달과 법륜으로 표현한 것이다.

상아(⑩)와 범왕정(⑪)은 『의초육첩』에는 둘로 나누어져 있지만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 상아는 법륜 아래 3개 또는 2개로 묶인 꽃다발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것을 삼보표로 보는 견해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형태의 부처님 발바닥에는 많은 상징을 갖는 문양들로 채워져 간다. 이러한 변화는 역사적인 부처님이 초월적인 부처님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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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덕성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박사과정을 이수했다. 「통일신라 약사불상의 연구」로 석사학위를, 「간다라 불전도상(佛傳圖像)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사)한국미술사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