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기르는 선한 마음의 씨앗

살아있는 명법문/여수 석천사 주지 진옥 스님

2011-04-25     불광출판사

진정으로 행복해지길 바란다면
요즘은 지식이 발달하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롭지만, 사람들에겐 항상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선한 마음입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며, 이웃과 나누고 화를 안 내는 그 마음. 최근 들어 지식과 물질의 소유가 높아진 반면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는 되레 험악해진 것만 같아 안타깝습니다.
일전에 달라이라마께서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쓰는 법을 잘 가르쳐야 앞으로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로 다투고 경쟁하는 마음이 아닌, 좋은 심성으로 서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어떤가요?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남들보다 높은 위치에서 부자가 되고 출세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신에게 효도하는 길이라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남보다 좋은 학벌을 가지고, 남보다 빨리 승진해서 많은 돈을 버는 것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정말이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돈을 좀 번다손 치더라도,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행패를 부린다면 차라리 돈을 좀 적게 벌더라도 가정적인 사람이 되어주길 바랄 것입니다. 제아무리 돈과 명예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제1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라도 이런 상황에서 결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바라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곰곰이 돌아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을 잘못 쓰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마치 보리씨앗을 심고서 절대로 쌀을 거둘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 마음은 하나의 씨앗과도 같아서 모든 결과가 이 씨앗에서 비롯됩니다. 즉,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진정으로 행복해지길 바란다면, 행복을 기르는 선한 마음의 씨앗을 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아는 바른 분별력
마음을 악하게 먹거나 독하게 먹는 것도 불행을 초래하는 중요한 구실이 되지만, 마음에 분별력이 없는 어리석음 또한 행복을 가로막는 큰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일전에 한 신문기사를 보고 까무러칠 정도로 놀란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 두 분이 농약을 밀가루로 착각하고 부침개를 해 드셨다가 돌아가셨다는 기사였습니다. 설령 글을 읽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냄새만 맡아봐도 그것이 농약인지 밀가루인지 구분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알고 모르는 배움의 깊이를 떠나 분별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런 어리석음을 무지(無知)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지한 사람은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이 악을 행하면서도 선을 행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다 훗날 자신에게 고통이 닥치면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이 오는 것일까?’ 하며 오히려 남을 원망하게 됩니다. 이런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부지런히 공부해야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과 같은 성인의 가르침을 배우고, 스님들 법문도 항상 귀담아 들으시기 바랍니다. 성인들의 말씀은 옳고 그름을 전부 분별해 놓은 것이기에 한 치의 거짓됨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잘 새겨들으면 언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편의대로 선과 악을 구분 짓습니다. 즉, 내 마음에 들면 선한 것이고 아니면 악하다고 생각합니다. 비판하는 사람 자체를 싫어하고, 자기에게 잘해주고 아부하는 사람들을 가까이 합니다. 그러나 『논어』나 『맹자』 등을 보면, 예부터 훌륭한 임금들은 절대로 곁에 아첨꾼을 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중국 역사상 가장 태평성대를 이루었다는 진나라 왕 역시 철저하게 비판적인 사람들을 신하로 삼았습니다. 몸과 마음의 귀를 열고 주변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정책을 펼침으로써 온 나라와 백성이 모두 행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장의 욕심과 이기심에 빠져 눈앞에서 아첨하는 소리만을 듣고 따르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행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선한 마음이 복을 짓게 한다
사람들은 남을 위해 사는 것이 나에게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남을 돕는 것은 내가 여유가 있을 때나 하는 것이지, 죽자 살자 살아도 살아남기 힘든데 어떻게 남을 위할 시간이 있냐는 겁니다. 하지만 선행은 따로 돈 들이고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든지 선행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나눔이 삶을 살아가는 데 마치 큰 손해가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은연중에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그것도 같은 반에 장애인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마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엄청나게 싫어하고 반대부터 할 것입니다. 애가 공부하는 데 방해된다고 생각해서 반을 옮겨달라고 학교 측에 항의하거나, 아예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는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 불편한 친구를 도움으로써 아이가 복을 짓고 올바른 심성을 기를 수 있다는 생각보다,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해 경쟁에서 뒤쳐질 거란 걱정을 먼저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만큼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절에 와서 손이 발이 되도록 자식이 잘되길 빌면서도, 실제로는 실천에 옮기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한 예로, 부모들은 나중에 아이가 고통스러워질 걸 알면서도 술을 마시고 담배피우는 것을 그대로 허용합니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성인이 되면 말을 해도 안 듣는다.”라며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한번 되돌아보십시오. 20년이 넘도록 부모가 롤모델이 되어 술 마시고 담배 피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하지 말라고 하면 그렇게 되겠습니까. 말로는 술 마시지 말라고 가르쳤다지만, 행동으로는 술 마셔도 된다고 가르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평소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분명히 자각하고,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서 매사에 신중하게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부모가 먼저 솔선수범하고 선한 행동을 보이면, 자식은 저절로 선한 마음이 몸에 배어 복 짓는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삶을 변화시키는 선행의 실천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남을 위해 살 줄 알아야 합니다. 100퍼센트 그렇게 살 순 없더라도 내가 사는 일부, 내 시간의 일부, 내 돈의 일부, 내 노력의 일부, 내 생각의 일부라도 남의 행복을 위해 배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선행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인과에 대해 항상 깊이 생각하고, 선한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오고 나쁜 일을 하면 악한 결과가 온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악한 일을 많이 했는데 행복이 왔다?’또는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데 고통이 왔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세상 어느 것도 그냥 우연히 오고가는 것은 없으며, 전부 자기가 지은 업대로 받을 뿐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남을 좀 더 배려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자꾸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시기 바랍니다. 그러지 않고 절에 와서 밤낮으로 기도한다고 해서 행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선행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절, 좋은 스님을 찾아다녀도 소용없습니다. 행복은 어디서 오느냐, 부처님의 가피는 어디서 입느냐 하는 것은 여러분이 행하는 데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실천하지 않고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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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 스님 : 구례 화엄사에서 명선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화엄사 강원 및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했다. 문수종합사회복지관, 연꽃어린이집, 옹달샘어린이집, 장기요양시설 하얀연꽃 외 다수의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불교포교와 사회복지에 이바지하고 있다. 현재 전남 환경련 상임의장 및 여수 석천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그대 그대는 낮아서 높습니다』, 『송광사 가는 길』, 『길 없는 길 몽고 길 부처 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