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현장에서 명상을 말하다

특집/한국사회의 새로운 트렌드, 명상(冥想)

2011-03-25     불광출판사

최근 명상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관심도를 반영이라도 하듯 ‘명상’을 주제로 TV 프로그램이 연이어 방영되고 있는데요, 명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마가 스님 : KBS ‘생로병사의 비밀-내 몸의 고요한 혁명, 명상’ 출연진으로서 먼저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시 촬영차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생각보다 명상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 모습에 저 역시 적잖이 놀랐습니다. 특히 대학병원 등에서는 이미 명상을 치료요법으로 사용하고 있더군요. 아마도 스트레스성질환을 많이 앓는 현대인들에게 명상이 가져다주는 치료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일 겁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병은 그저 마음에서 오는 병이라 별다른 치료제가 없잖아요. 그런데 명상을 통해 이런 질환들이 치유되는 경우가 늘어나자 의학적으로 명상요법을 많이 활용하게 되었고, 일반인들도 점차 명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운 스님 : 마가 스님께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상이 주는 효과에 대해언급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괜히 잘못 말했다간, 사이비 취급받기 십상이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협소공포증, 알레르기, 심지어 암까지 치유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이전에는 이러한 경험들이 그저 불가사의한 현상으로 내비쳤다면, 이제는 그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대중들이 명상의 효과를 신뢰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겠죠. 사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30~40년 전부터 심리치료 분야에 명상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한국은 그만큼 늦었다는 말이죠.

과학적 증명을 통한 객관성 확보가 대중의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말씀이시군요. 흔히들 21세기 화두는 건강이라고 하는데, 확실히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현종 스님 : 물론 그 부분도 간과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명상이 주목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인류의 발달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이윤택해지고 인지가 발달하면서 보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사람들이고민하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산업혁명과 세계대전을 거쳐 자본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긴 질곡의 역사를 지나면서, 이제는 경쟁과 소비가 아닌 새로운 삶의 이정표를 세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던 겁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갈구하다 보니 내면을 깊이 관찰할 수 있는 명상법이 자연스레 하나의 화두로 등장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명상에 들기 전 스트레칭을 통해 몸의 긴장을 이완시킨다. 명상연구원.

물질적·경제적 부가 가져다주는 행복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게 본다면 명상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꾸준히 지속된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안정적인 삶의 궤도를 유지한다는 가정아래서 말이죠.

현종 스님 : 그렇습니다. 명상은 가장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 하나의 원동력입니다. 그러니 기초적인 의식주 문제에서 벗어나 생활이 윤택해지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늘어날수록 명상은 더욱 활성화되리라 봅니다. 현재 한국사회에 명상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마가 스님 : 스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나아가 이제는 불교가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올 겨울에 만난 한 초등학생이 저한테 ‘부처님’ 세 글자로 이런 삼행시를 지어줬습니다. “(부)탁을 듣고 나서, (처)리해 주셔야지, (님)이라고 한다.” 재밌지 않습니까? 중생의 염원을 듣고 성취하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분들이 바로 스님이라는 겁니다. 앞으로 스님들이 신도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바람직한 명상법을 보급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응어리진 마음들을 풀어내며 눈물을 흘리는 모녀. 자비명상.

재밌는 삼행시네요. 아마도 세 분 스님들께서는 명상의 보급 혹은 대중화와 관련해서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하셨을 테니, 충분히 ‘스님’이라 불릴 자격이 있지 않을까요? 말이 나온 김에 그동안 명상을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 오셨는지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마가 스님 : 처음에는 외국에서 사용하는 명상법을 도입해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죠.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 한국 사람들 마음속에는 소위 한(恨), 응어리라고 하는 독특한 정서가 있어서 명상하기가 쉽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풀어내고 명상으로 안내하기위한 예비단계로 자비명상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내 안에 들어있는 무자비성과 폭력성을 드러내 치유하고, 인과법에 근거해 말과 행동, 생각을 바꿈으로써 나를 변화시키고 완성시켜나가는 과정이죠. 매주 목요일 천안갤러리아 백화점과 수원 영통복지관에서 자비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좌) 눈을 가리고 상대방이 이끄는 대로 맡겨본다. 자비명상 / (우) 자비손을 통해 내면의 무의식과 마주해본다. 자비선사.

마음의 기초를 닦는 작업이라, 많은 이들이 공감하리라 생각됩니다. 왜 ‘한(恨)민족’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만큼 가슴속에 담아둔 게 많다는 말이겠죠. 다른 스님들은 어떤 방식으로 명상을 지도하고 계신가요?

현종 스님 : 제가 처음 명상에 주목하게 된 건 불학연구소장 소임 시절에 간화선 보급을 고민하면서부터입니다. 간화선이라는 게 타고난 자질이 있는 사람한테는 가장 수승한 수행법임에 틀림없는데, 타고난 자질이 달라서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간화선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명상수행에서 답을 얻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수행하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명상법을 개발해 간화선과의 접점을 찾아야겠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 일환으로 지금 요가와 스트레칭, 율동과 음악을 명상에 접목시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운 스님 : 제가 회주로 있는 자비선사에서는 크게 자비수관, 자비다선(차 명상), 자비경선(거울 명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통칭해서 자비선이라고 하죠. 자비수관은 말 그대로 손의 이미지를 활용한 수행법입니다. 마음속으로 손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그 손으로 내면을 쓰다듬어 가면서 자비심을 발현하도록 하는 수행법이죠. 이 밖에 차를 마시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다선, 산을 걸으며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경선 등을 통해 일상에서도 명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좌)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오색차명상. 자비선사 / (우) 자비의 마음을 담아 상대방에게 차 공양을 올린다. 자비선사.

손을 이용한 명상, 조금 독특한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지운 스님 : 자비수관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근거해 새롭게 만든 수행법입니다. 자비손이라는 이름은 화엄경에 나오는‘지혜의 손’에서 그리고 자비손을 통해 몸에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는 방식은 경법(서)에 나오는 삼법인 관찰에서 따온 겁니다. 말하자면 방편은 새로운 것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모두 전통적인 셈이죠. 자비손을 이용해 내면을 어루만지다 보면 무의식과 접촉하게 되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로써 스스로 만들어낸 거짓 현실, 즉 ‘나’라고 하는 것과의 동일시에서 벗어나 고통을 극복하게 되고, 참다운 인연법을 깨달아 자비심을 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몸과 마음의 여러 현상들을 삼법인으로 살펴본다는 점에서 자비수관은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함께 닦는 수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관쌍수(止觀雙修)죠.

세 분 스님께서 지도하시는 명상법은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대중들을 명상의 길로 안내하기 위해 어떠한 계획들을 세우고 계십니까?

현종 스님 : 현재 명상연구원에서는 명사들을 초청해 K-MBSR(마음챙김을 통한 스트레스 감소 및 심신 개선 프로그램)과 자가이완법 강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3월에도 한 차례 실시할 예정인데요, 이런 강좌를 바탕으로 앞으로 정기 수행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강좌를 통한명상의 이해에서부터, 호흡명상과 다라니 명상을 거쳐 간화선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수행 시스템을 갖출 생각입니다. 또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바쁜 현대인들의 쉼터로 연구원을 활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큰 바람이라면 명상수련시설이나 명상대학 등을 만들어 세계적인 명상 리더를 육성하는 게 꿈입니다.

마가 스님 : 3월부터 동국대 사회교육원과 중앙대에서 강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이런 교육과정을 통해 더 많은 명상 지도자를 양성하고, 그 지도자들이직접 대중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펼치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숲속명상학교 교장을 맡게 됐는데, 개인적으로 이곳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닫힌 공간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부처님을 만나고, 세상과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은 게 제 바람이거든요.


 손가락 끝을 맞대고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다. 자비명상.


지운 스님 : 자비선 프로그램은 일체의 수련회비를 받지 않습니다. 대신 수련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자율보시금(한달 5천원)으로 다음 참가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죠.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런들 어쩌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주지 않는 걸달라고 하지 말라하셨는데. 부족하나마 그 안에서 활성화 방안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돈은 없어도 꿈은 많습니다. 현재 장기 수행자들을 위한 수행자 마을을 준비 중인데, 여건이 되면 명상요양센터와 대안학교 등도 세울 계획입니다. 나아가 해외에 자비선 센터를 열어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자비선을 전파하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아직까진 다 희망사항이지만요.

세 분 스님들 덕에 앞으로 명상하는 사람들은 소위 ‘골라먹는’ 재미가 있겠습니다. 앞으로 명상이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더 넓게 자리매김하도록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불교계 대표 명상 수행처인 명상연구원, 자비명상(프로그램명), 자비선사를 찾아가 현장 취재하고, 그곳에서 직접 명상을 지도하고 있는 스님들과 나눈 인터뷰 내용을 취합해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하였다.
대담자 현종 스님(명상연구원장), 마가 스님(자비명상 대표), 지운 스님(자비선 명상센터 지도법사)



명상 수행처 안내
자비명상 Tel. 070-4159-2456, cafe.daum.net/jurira
숲명상학교 Tel. 02-734-1915, www.Isoop.or.kr
명상연구원 Tel. 1577-0373, cafe.daum.net/totalmeditation
자비선 명상센터 Tel. 054-931-8874, www.jabisugwan.org
국제선센터 Tel. 02-2650-2214, www.seoncenter.or.kr
보리수선원 Tel. 02-517-2841 ,www.borisu.or.kr
법왕정사 Tel. 02-456-0035, cafe.daum.net/sorisan
정토수련원 Tel. 02-587-8990, www.jungto.org
한국명상원 Tel. 02-512-5268, cafe.daum.net/vipassanacenter
호두마을 Tel. 041-567-2841, www.vmcwv.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