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행복하게 가꾸는 실천

살아있는 명법문

2011-02-28     불광출판사

‘나’라는 울타리를 넘어
2011년은 신묘년, 즉 토끼의 해입니다. 토끼는 귀엽고 깜찍해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다들 좋아하지요. 흔히 토끼 하면 다산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는데, 불교경전에서 토끼는 희생정신이 강한 동물로 묘사됩니다.
어느 날 숲에 사는 짐승들이 모여 수행자를 위해 자신이 가진 것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을 공양 올리기로 했습니다. 다들 한 가지씩 공양을 올리고 마침내 토끼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토끼는 평소 풀만 뜯어먹고 살다보니 맛있는 것을 가진 게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수행자에게 영양가 있고 좋은 것을 공양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토끼는 수행자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바쳐 보시를 했다고 합니다. 토끼의 이런 희생정신을 생각하며 올 한 해는 좀 더 평화롭고 평안하게 살아보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의식주 모든 면에서 모자람 없이 풍족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입고 먹는 것은 물론 잠잘 곳도 부족해 힘들어하는 이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이웃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어 준다면 모두 같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세상을 넓게 보지 못하고 ‘우리’라는 울타리에 갇혀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라는 것에 집착해 ‘우리’의 범주를 자꾸만 작아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고작해야 우리 가족, 동료, 무슨 성씨, 어디 사람…. 하지만 실제 우리는 굉장히 넓은 전체 가운데 ‘나’로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가 곧 전체가 되는, 즉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존재가 바로 ‘나’입니다. 이 사실을 분명히 알고 살아간다면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알게 되고, 세상을 보다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고통을 이겨낼 줄 아는 지혜
인류가 처음 아프리카 초원에 태어났을 때는 마치 원숭이처럼 이리 날뛰고 저리 날뛰며 다녔다고 합니다. 정신을 한 곳에만 두고 있으면, 자신을 노리는 맹수들에게 언제 잡아먹히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리저리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본래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음은 고요하고 한결같아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걸 모르고 살다 보니, 지금 삶이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참선이나 염불, 혹은 성인들의 말씀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본래 마음을 스스로 깨달아 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난 것은 우리가 추위를 느껴야 옷을 입고 배가 고픔을 느껴야 음식을 찾듯, 인생에도 이 고통이란 것이 있어야 즐거움도 있기 마련이란 사실입니다. 인간의 신체 중 고통을 감지하는 곳은 이마 쪽에 있는 전두엽이라는 뇌 기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고로 이 부분을 다친 사람은 두려움이 없이 항상 행복에 젖어 산다고 합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행복하게 사니까 좋지 않냐 싶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두려움이 없다 보니 조심성이 부족해 요리를 하다가 손을 베는 일이 다반사고, 또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그런 일을 계속 반복하게 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고통이 있어야 즐거움도 있는 것이며, 세상을 제대로 살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오로지 즐거운 것만 좇아 동분서주하지 말고, 때로는 다가온 고통을 받아들일 줄도 알고 또한 그것을 잘 이겨낼 줄 아는 지혜를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사실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고통은 ‘나’라는 것에 집착해 욕심내고 성내고 어리석게 행동하는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한 불교학자의 말에 따르면, 부분으로 집착하는 마음이 곧 어리석음이며, 반대로 전체로 환원해 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혜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나만이 아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나눔으로써 커지는 행복
간혹 불자들 중에 ‘부처님께서 알아서 복 되게 해주시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그렇게 전지전능한 절대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공부해서 깨달음을 얻어 본래의 나를 찾아가야 합니다. 우리에겐 부처님의 밝은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귀와, 부처님을 뵐 수 있는 눈, 법당에 들어와 초를 밝힐 수 있는 힘과 지혜가 있는데 무엇인들 두렵겠습니까? 그러니 두려움 같은 것은 전부 내려놓고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해 나가는 데 보다 집중해야 하겠습니다.
실천을 하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반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믿음도 생기지 않고, 용기도 사라져 버리죠. 언뜻 실천이란 힘들고 버거운 것이 아닐까 싶지만,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절에 나와 108배를 하든 혹은 다리가 아파 8배를 하든 부처님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능력껏 하기만 하면 그것이 곧 실천인 것입니다. 또는 일상생활에서 자기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눔으로써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도 있습니다. 대게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자니 곧 죽을 것 같고, 당장이라도 모든 것이 사라져버릴 것 같은 걱정에 선뜻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반대로, 나눔으로써 우리는 더 큰 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 흘러가는 물을 그릇에 담아 떠보십시오. 그 빈자리로 더 깨끗한 물이, 더 빨리 차오를 것입니다. 그러니 올 한 해는 작은 것 하나부터 남들과 나눈다는 생각으로 지내보시기 바랍니다.
실천 중에서 가장 쉽고, 가장 행복한 방법 한 가지가 바로 웃음입니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은 누구라도 보면 좋아하고 반가워합니다. 그러니 곁에 있는 사람들 역시 절로 행복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웃음과 관련해 어떤 심리학자가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했습니다. 한 번은 가로로 연필을 물어 웃는 표정으로 책을 읽게 하고, 또 한 번은 세로로 연필을 물어 뾰로통한 표정으로 책을 읽게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연필을 가로로 물었을 때는 즐거운 마음이 10퍼센트 높게 나타났고, 세로로 물었을 때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표정만으로도 기분의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는 마음을 저 넓은 바다, 저 높은 하늘과 같이 높고 크게 써 모든 이웃을 나와 같이 친절하게 대하고 행복하게 가꾸어주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올 한 해를 떳떳하고 복 되고 보람차게 보내고, 큰마음으로 모든 것을 수용할 줄 아는 부처님 제자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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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 스님 : 1966년 용암사에서 천운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2년 통도사에서 월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장 및 대흥사 주지를 역임하고, 제11대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및 제13대 중앙종회 부의장, 제14대 중앙종회 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흥사 회주 및 제15대 중앙종회 의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