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일도 행복해지기 위하여

인연 따라 마음 따라

2010-12-24     불광출판사

2008년 4월부터 시작하게 된 템플스테이 소임은 내게 좋은 기회였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시작한 일이 지금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나의 분신처럼 되어버렸다. 행자시절 ‘불법이 오래도록 전해지게 하기 위해서 포교를 해야겠다’고 세운 발원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면서 많은 인연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새삼 느끼며, 참가자 분들께 항상 ‘반드시 만나야 될 인연’이라는 뜻으로 ‘필연(必緣)’을 먼저 강조하게 된다. 우리는 왜 필연처럼 만나게 되었을까? 자연스레 이야기는 행복이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우리가 생활하는 가운데 행복해야 할 일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그것을 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해야 할 의무를 잊고 산다.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만족과 행복의 비례는 동일하므로, 만족이 클수록 행복도 크게 다가온다.
누군가 나에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냐?”라고 묻는다면,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점심공양 후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이다.”라고 서슴없이 말할 것이다. “뭐 그런 것이 행복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행복은 커피 맛을 느끼며 음악을 듣는 것처럼 작은 것에서부터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불교가 가진 불변의 매력
이 일을 3년째 하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고 추억도 참 많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다. 2008년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터키에서 온 원어민 교사 한분이 불교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며 질문도 많았다. 중간에 통역을 거치면서도 서로 간에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고갔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고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그 터키 아가씨가 소감을 얘기하는데, “아직은 불교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슴이 따뜻해져서 돌아간다. 고맙다.”라고 한다. 나는 “바로 그것이 불교다.”라며 뜨거운 포옹을 해주었다.
그 터키 아가씨로 인해 많은 사람이 웃음보를 터뜨린 일도 기억난다. 프로그램 진행 중 내 머리를 가리키며 “뷰티플 헤드(Beautiful head).”라고 하면서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머리를 만질 때마다 “그래난 뷰티플 헤드야.”라며 빙그레 웃곤 한다. 글을 쓰는 이 순간도 그때를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따스해지는 일이다.
이후 외국인이 템플스테이에 참여할 때마다 ‘나의 책임이 막중하구나, 잘 해야지. 이 분들에게 불교의 매력을 제대로 알려주자.’ 하는 일종의 사명감을 느낀다. 이미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는 분들이라 사찰에서 하룻밤을 잔다는 자체만으로 온몸과 마음으로 불교를 느끼고 간다. 더불어 차 한 잔 하고 간다면 금상첨화이리라. 이것이야말로 불교가 가진 ‘불변의 매력’이 아닌가 한다. 굳이 말이 필요 없다.



“하늘과 땅이 되고 해와 달이 되리라.”
바다와 산이 공존하는 천혜의 자연풍광이 자리하고 있는 이곳 낙산사. 참가자들은 대자연의 품에 안겨 슬픔, 불행, 불평, 욕망과 집착 등 어깨를 짓눌렀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돌아간다. 참으로 대자연의 힘은 위대한 듯하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음에 또 올게요, 스님.” 인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설사 다시 찾아주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분들의 마음속에 템플스테이의 추억이 따스하게 자리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혹 삶이 힘들 때 가끔 꺼내어보면 삶의 활력소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행복하고 내일도 행복할 것이다.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자신과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내 일을 계속할 수 있음에 행복하기 때문이다. 이 행복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발원한다. “하늘과 땅이 되고 해와 달이 되리라.”

하늘과 땅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 듯하지만 만물을 기르기를 잠시도 멈추지 않고 해와 달은 밤낮을 바쁘게 달리지만 세상을 묵묵히 밝혀 영원히 변치 않습니다.

-『채근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