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스님의 선물

미국에서 들려오는 풍경소리

2010-11-29     불광출판사

한국에서 소포가 왔습니다. 총무원장스님께서 보내주신 선물이었습니다. 감사의 편지와 함께 불서 두 권이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번 방문 기간 동안 인연 지으셨던 여러분들에게 보내시는 원장스님의 세심한 마음이 저에게까지 미쳤던 것 같습니다. 저는 뉴욕방문 기간 동안 현지 포교사로서, 일정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선발대의 일원으로 방
문단과 모든 일정을 함께한 바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서 밀린 일처리로 바쁘셨을 텐데, 이렇게 잊지 않고 신경 써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의지
이번 원장스님의 방문길은 선물꾸러미가 참 많았습니다. 저는 방문단의 선물꾸러미를 보관한 방에서 선물 포장 및 배분을 담당했던 기획실 권주임과 같은 방을 사용했기 때문에 원장스님이 미국방문을 위해 준비하신 선물들을 자세히 볼 수가 있었습니다. 만나게 되실 분들을 꼼꼼히 점검하며, 그분들에게 걸맞은 선물을 준비해 오셨습니다. 이번 방문을 위해 얼마나 큰마음을 내셨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 종교지도자 등 귀한 손님을 위해 준비하신 녹차용 다기세트, 대법회에 참석한 모든 불자님들에게 나눠주신 보리수 염주, 한국불교를 영문으로 소개한 불광출판사의 『Korean Buddhism(코리안 부디즘』, 영문판 법정 스님 수필집, 조계종 및 템플스테이 안내용 영문책자 등이 방 한쪽을 가득 메웠습니다. 하나같이 한국불교를 세계화하겠다는 의지와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들이었고, 품격 있는 포장만 봐도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물건들이었습니다.
특히 반기문 UN 사무총장님과의 면담 때 드리려고 준비하신 황룡사 9층탑 모형은 수천 개의 나무 조각을 엮어 만든 명품 중의 명품이었습니다. 한국의 유구한 불교문화를 상징하는 이런 작품이 UN 사무총장의 사무실 혹은 공관에 진열된다면 그것 역시 훌륭한 문화포교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치 않는 뜨거운 불심으로
원장스님의 선물 가운데 최고의 선물은 손수 준비해 오신 황금 목탁 핸드폰고리였습니다. 원장스님의 축원과 순금 한 돈이 들어간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LA와 뉴욕의 대중법회에서 스님은 이 핸드폰 고리를 꺼내 보이시며 법문을 잘 듣고 호응하는 불자들에게 선사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러고는 “이 자리에서 스스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보살님은 앞으로 나와 보라.”고 하셨습니다. 대부분의 여성 불자 분들이 엄두도 내지 못하는 가운데 LA와 뉴욕을 대표하여 두 분의 보살님들이 뚜벅뚜벅 걸어 나가 그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던 LA의 보리화 보살님과 뉴욕의 보명화 보살님은 모두 월간 「불광」의 독자로서, 법회가 끝나고 도대체 무슨 용기로 그렇게 나가실 수 있었냐고 여쭤보았습니다. LA의 보리화 보살님은 그 순간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씀이 떠올랐고 그 구절에 포함된 “나”를 점검하라는 뜻으로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뉴욕의 보명화 보살님은 그 순간 이것은 화합과 소통을 도모하고자 하시는 원장스님의 방편이라는 느낌이 번쩍 들었다고 했습니다. 두 분 모두 화두에 끌린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이런 연유로 걸림도 망설임도 없이 원장스님의 법문에 즉각 반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부처님도 법문을 내리실 땐 시방에 두루 들리고 듣는 이가 모두 도를 얻는다는 범음으로 설법하셨다는데, 법문에 담긴 의미가 이렇게 다양하고 깊이 있게 전달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였습니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귀한 선물이 누구나 인정할만한 분들에게 돌아갔다는 점입니다. 두 분 모두 항상 순수한 마음으로 모든 불사에 기꺼이 동참하시는 분들입니다. 오랜 타향살이에도 변치 않는 이런 뜨거운 불심이야말로 한국불교 세계화의 힘찬 추동력입니다. 귀한 선물로써 미주불자들을 격려해 주시고 희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래 뉴욕에서 가장 많은 불자들이 모였던 총무원장스님의 법회,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미국불교의 실체를 만드는 일
한국에서 오신 큰 손님들이 떠난 후 총무원장스님이 다시 한 번 오신다면 무슨 선물을 기대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받은 것이 그렇게 많은데도 더 받고 싶은 것이 본국에 바라는 해외불자들의 마음입니다. 그만큼 아쉬운 것이 많아서 그럴 것입니다.
원장스님이 다시 오신다면 이번에는 이곳 한인들을 대표하는 기관들을 방문해주셨으면 합니다. 중립적이어야 할 한인단체와 모임들이 종교편향의 온상이 되어 있습니다. 개신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주류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 한인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불교인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한인사회의 단결과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문제는 한국의 큰 어른이신 원장스님의 한 말씀으로 상당 부분 시정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또 한 가지. 다른 나라 불교전통을 대표하는 스님들, 지도자들과 회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원장스님의 주도하에 이곳 미국에서 불교 전체를 아우르고 통괄할 수 있는 단체를 하나 만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미국의 불교는 무주공산입니다.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것이 미국의 불교입니다. 미전역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불교전통을 하나로 규합하여 미국불교라는 새로운 실체를 만드는 데 우리가 주동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한국불교가 미국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 것입니다.
원장스님, 이번에 많은 선물을 준비해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 인연을 이어 앞으로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위신력과 법력으로 더 많은 중생들에게 더 큰 선물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