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기슭, 인덕원 봉사를 다녀와서

독자광장

2010-11-29     불광출판사


거동이 불편한 노쇠한 어르신들이 계신 307병동에 들어갔을 때,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쏠렸다. 공손히 인사를 드리고 이런저런 궁금한 소식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2시간이 넘도록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면서 스스로도 공부가 되었다. 도움을 드리러 왔다가 도리어 가르침을 받았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 나오는 데, 한 어르신께서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부처님 이야기에 잠시 마음의 위로를 얻어 눈시울을 붉히시는 모양이다. 할머님의 손을 잡고 ‘다음엔 불경전을 읽어 드릴까요’ 하고 여쭈었더니 ‘이제 다 비웠노라’ 하시는 말씀이 마치 해탈한 성자를 만난 느낌이었다.
자연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소진되어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간다. 인간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 젊은 날들의 꿈과 희망, 끝없는 열정의 삶도 소리 없이 스쳐가는 시간 앞에 무력해 지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아직 타인을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애정이 남아 있을 때, 쓸쓸한 분들을 위하여 조금 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남아있는 시간들을 후회 없이 나누며 섬김의 삶을 만들어 가리라 다짐해본다.
주위를 돌아보면 각종 단체나 사회복지관 등 따사로운 정을 나눌 곳이 너무도 많다. 취미생활과 더불어 틈틈이 시간을 내 몇 군데 활동을 하고 있다. 역사가 담긴 문화재를 찾아다니거나, 노인요양병원에 가서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아직은 나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미국이나 유럽등지에서는 봉사활동이 일반화되어서 상호보완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각 분야의 젊은 학생들이 의무적인 봉사체험보다는 나눔과 섬김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공유하고 배웠으면 좋겠다. "봉사생활은 예술의 최고봉으로 진정한 환희에 차게 된다."는 간디의 말처럼, 봉사나 선행은 그 양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의 발로에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
지금 곳곳에 울긋불긋 꽃이 물들고, 그 갖가지 색색만큼이나 여러 가지 행사가 많은 계절이다. 비록 작지만 그 작은 것을 쪼개고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 씀씀이가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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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옥 ː 조계사 신도로서 2007년부터 불교중앙박물관에서 문화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화여대 불교동아리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이화수필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