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환한 내 모습을 찾아

지혜의 향기 / 가을 청문회

2010-10-29     불광출판사


현재 시각 밤 11시 24분. 제법 선선한 바람에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날이다. 아직도 사무실에는 적지 않은 직원들이 내일 있을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다. 하루하루의 일상이 크게 다르지 않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어쩜 저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늘 즐겁게 일하는지,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예전의 나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었을까, 문득 생각에 잠겨본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입사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치매•중풍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단기보호소를 담당하게 되었다. 치매노인을 가까이서 만났었지만 즐겁고 당차게 일했던 걸로 기억된다.
넘치는 사랑을 주셨던 어르신과 보호자들, 뭐든 도와주겠노라고 손을 걷어붙이고 함께해 주던 봉사자들, 부족한 게 많지만 늘 격려해 주시고 한껏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관장님 이하 직원 분들…. 모두들 내게 어떤 사회복지인이 되어야 하는지 몸소 보여주셨던 인생의 대선배님들이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사회복지사로 일한 지 올해로 11년이 되었다. 그동안 신입딱지를 떼고 경력을 쌓아 부서원을 이끄는 부문장이 되어, 현재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허리 역할을 맡고 있다. 나는 현명하고 좋은상사가 되고 싶다. 출근하자마자 괜한 말 한마디로 직원들의 하루를 불쾌하게 하는 상사가 아닌, 그들이 관심 갖는 일에 전력할 수 있도록 배려할 줄 알고 일보다 사람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을 줄 아는 그런 상사 말이다.
밤늦은 시간,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본다. 일에 파묻혀 사는 내가 보인다. 조심스레 내게 말을 걸어본다. 이제 일에서 조금 벗어나 보면 어떨까. 내가 원하는 또 다른 무언가에 귀 기울여보고 경험해 보자. 내면을 성찰하고 참다운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보자. 진정한 행복의 가치는 물질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일을 통해서 늘 느끼지 않았던가? 새로운 무언가에 나의 열정을 담아보자. 그래서 새로운 행복을 느끼는 모습,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며 사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자.
나는 까무잡잡한 피부 덕분에 첫 직장에서 사회복지계의 흑진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진흙 속에서 빛나는 진주처럼, 열악한 사회복지현장에서 빛나는 사회복지사가 되라는 의미다. 그러나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보려 애쓰고 있건만, 그 시절 맑고 환하던 미소는 자꾸만 옅어지고 스트레스에 찌들어 딱딱하고 날카로워진 표정과 거칠어진 피부, 푸석푸석한 머릿결 등 맘에 안 드는 모습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심리학 이론 중에 표정이 감정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감정 상태를 변화시키기도 한다는 ‘안면 피드백 이론’이 있다. 일부러라도 웃으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니 부지런히 웃음을 지어보며 다시 예전의 환한 내 모습을 되찾아 보고 싶다. 우리 모두 기억하자 ‘안면 피드백 이론’ 그리고 다 함께 씨~익~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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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희ː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번동2단지종합사회복지관, 서울노인복지센터를 거쳐 현재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사회복지사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