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긍정과 긍정의 부작용

특별기획 / 행복한 여름나기-긍정심리

2010-09-27     불광출판사

‘행복한 여름나기’ 세 번째, 마지막 편이다. 앞선 두 호에서 ‘수용’과 ‘마음챙김’을 얘기했다. 이번 호에서는 ‘긍정심리’를 다루고자 한다. 수용, 마음챙김과 아울러 긍정심리는 행복한 삶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된다. 수용과 마음챙김이 갖춰질 때 비로소 긍정심리가 제대로 꽃필 수 있다.

긍정적 상태는 우리의 노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긍정심리 또는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은 최근에 심리학에서 대두되고 있는 주요한 접근법이다. 그동안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문제점에 초점을 두고 그것의 이해와 해결에 주력했다. 즉, 심리학의 많은 연구와 치료가 불안, 우울, 정신분열 등 인간의 부정적 상태를 이해하고 해결하여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최근에는 심리학에서 이러한 목표에 못지않게 긍정적 상태와 긍정적 특성 등 인간의 긍정적 부분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증진시키는 것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을 긍정심리학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비교하면 과거에는 심리학이 ‘-’를 ‘0’으로 돌리는 데 관심을 가졌다면 최근에는 ‘-’나 ‘0’을 ‘+’로 변화시키는 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긍정적 상태에는 행복, 즐거움, 만족, 충족, 몰입, 사랑, 기쁨, 친밀감, 활기 등의 내적 상태가 포함된다. 긍정적 특성에는 외향성, 낙관주의, 창의성, 용기, 강인성, 정직, 지혜, 유머 등의 특성이 포함된다.
신체적 건강과 관련해서 볼 때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더 건강하다고 지각한다. 더 적은 신체적 질병을 보고하고, 통증을 적게 느끼며, 장수한다. 행복한 사람이 결혼, 친구관계, 직업, 작업수행, 신체건강 및 심리적 건강에서 더 성공적이며 심지어 수입도 더 많다. 긍정적 정서는 이타주의를 증진시키며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인다. 또한 창의성 촉진, 공격성 감소, 대인관계의 질을 향상시키며 직무만족도를 끌어올린다.
한편 유머감각, 낙관주의, 자기효능감, 강인성 등 각각의 긍정적 특성은 면역계의 기능을  도와 통증을 감소시키고, 스트레스를 더 잘 극복하도록 만들어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더 건강하게 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긍정적 특질은 또한 개인의 긍정적 상태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함으로써 여러 유익함을 가져온다.
긍정적 상태는 우리의 노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긍정적 특성도, 어느 정도는 선천적으로 결정되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부분이 크다. 외향적인 사람이든 내향적인 사람이든, 외향적인 행동을 할 때 더 행복감을 느낀다. 정기적으로 자신의 삶에서 감사한 일을 생각하고 적는 행동은 삶의 만족을 높이고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여러 가지 친절한 행동을 다양하게 실천하면 행복감을 증진시켜준다.
낙관주의와 관련한 한 연구에서는 자신이 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글로 묘사하도록 하는 실험을 매일 20분씩 나흘 동안 실시했다. 실험결과 참가자의 긍정적인 기분이 즉각 고조되었고 몇 주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더 행복하다고 느꼈으며, 심지어 몇 달 후에는 신체적인 불편함까지 줄어들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낙관주의자들도 있지만 연습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낙관주의자들도 많은 것이다.

항상 긍정적이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긍정적 상태를 만들고 자신의 긍정적 특성을 개발하는 것은 행복과 건강에 많은 유익함을 준다. 그러나 긍정적인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강박적으로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요즘 시대의 화두는 ‘긍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일상어가 되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밝게 생각하라고 한다. 심지어 병상의 환자도,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의료진이나 보호자에게 밝은 얼굴을 하고 좋아지고 있다는 표현을 하도록 암암리에 강요받기도 한다.
시중에 넘치는 자기계발서는 하나같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시크릿』이라든지 『연금술사』와 같은 책은 베스트셀러를 넘어 국민 대다수가 알 정도로 널리 알려진 책이다. 이러한 책에 따르면, 생각은 실제로 현실로 나타나며 간절하게 소망하면 온 우주가 그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그러니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자칫 부정적으로 생각했다가는 부정적인 결과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생각에는 힘이 있어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결과가 온다고 하니,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가? 긍정적이 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경우는 어떻게 하는가? 그런데 자꾸 긍정적으로 되려고 집착하거나 그렇게 되라고 강요받게 되면 어떻게 하는가? 왜곡하고 부정하고 억압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나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부정적인 것이 인정되지 못하고 긍정적인 것만이 인정되고 존중되는 사회에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못하면 약하고 열등한 사람이 되기 때문에 부정적 결과가 더 심각할 수 있다.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고 낙관적인 기대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하고 부정하고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생각한다면 그 부작용은 자못 크다. 긍정적인 것만이 좋은 것이라는 긍정교(敎)의 신도가 되어 스스로에게 강요하든,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서 그렇든, 현실의 부정적인 모습을 회피하고 억압하면서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이려고 하면 어느 때고 회피하고 억압하던 놈들의 반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여럿이 있을 때는 밝고 명랑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도 혼자 있게 되면 밀려오는 우울감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혹 어느 순간 격한 행동을 보여 주위 사람들이나 자기 자신까지도 놀라게 만들 것이다.
살면서 슬픔, 고통, 분노, 불안, 우울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서 오는 슬픔은 정상적인 것이다. 정당하지 않은 행위를 보고 분노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비정상이며 불건강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떨리고 불안한 것도 당연하다.
이러한 슬픔과 분노, 불안 등의 정서를 부정하고 회피하고 억압하려고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명확하다. 이러한 정서는 절대 해결되지 않고 마음속 한 곳에서 복수의 기회를 노리며 그 크기가 점점 더 증폭되고 만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무조건 강압적으로 긍정적 정서로 덮어버리려고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충분히 인식하고 수용해주어야 한다. 때로는 존중해주고 위로해주어야 한다.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삼조(三祖) 승찬(僧璨) 대사의 『신심명(信心銘)』에서는 “분별하는 마음을 멀리하고, 좋아하고 싫어함만 그치면 도에 이를 것이다(至道無難 唯嫌揀擇 但莫憎愛 通然明白).”라고 하였다. 긍정심리를 추구하고 실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마음을 긍정적인 상태로 만들고 내면의 긍정적 특성을 살리고 발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어떤 것이든 집착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다. 나쁜 것, 싫은 것뿐만 아니라 좋은 것에도 집착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항상 기뻐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친절을 실천하면 행복하다. 그러나 우리 인생은 항상 기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친절을 실천하지 못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나 행동에 묶여 강박적으로 되고 집착하게 되면 오히려 불행해질 수 있다.
지난 호에서 소개한 ‘마음챙김’을 통해 부정적인 상태에 휘둘리지 않고 회피하거나 억압하지도 않는,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배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상태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수용이 바탕이 될 때 건강한 긍정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식물인간 같은 마음챙김을 하는 것도 피해야 할 것이다. 마음챙김은 8정도(八正道) 중 하나인 정념(正念)에 속하는 수행으로 다른 수행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그런 면에서 긍정심리의 추구와 함께 마음챙김을 하고, 마음챙김을 하며 긍정심리의 실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그럴 때 『금강경』에서 말하는 것처럼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는 것(應無所住 以生其心)”이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