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후기] 431호 편집후기

2010-09-27     월간 불광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處暑)’가 지나니, 거짓말처럼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제 여름도 막바지로 치닫는가 봅니다. 곧 가을 기운이 완연하고 들녘의 농작물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가 오니, 지난 여름을 정리하고 가을맞이를 준비할 때인 것 같습니다.

9월 일정을 살피기 위해 달력을 보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띄워집니다. 추석 연휴를 가리키는, 까만 숫자 사이로 나란히 놓인 빨간 숫자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모처럼 여유로운 명절 연휴를 보낸다는 생각에, 무엇을 할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봅니다.

그런데 문득 지난 여름휴가 때가 생각납니다. 지인들 중 휴가를 이용해 산사로 여름수련회를 다녀온 이들이 있었습니다. 옛말에 “사별삼일(士別三日) 괄목상대(刮目相對)”라고 했던가요. ‘공부하는 선비는 서로 헤어져 사흘만 있다 만나도,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하리 만큼 학식이 놀라울 정도로 부쩍 향상되었다’는 뜻입니다. 바로 그와 같았습니다. 마음공부를 하고 온 그들은 이전의 세파에 찌든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무엇을 해도 좋은 계절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넉넉한 추석 연휴도 기다리고 있어 더욱 풍요로워지는 이때, 바깥으로만 치달았던 마음을 쉬며 본격적으로 매진할 수 있는 일 하나쯤은 시작해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