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 스님께 묻습니다

2010-06-24     관리자
▷담배를 정말 끊고 싶은데, 아무리 애를 써도 끊어지지는 않으니 답답합니다. 어떻게 하면 딱 끊어버릴 수 있을까요?

◀예,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이 많지요. 담배, 술, 마약, 커피, 콜라 등. 이런 것들은 한 번 빠지고 나면 끊고 싶어도 잘 안 됩니다. 그럼 방법이 없을까요? 정신력으로 중독 대상과 싸워서 영광스럽게 승리를 거두는 방법이 있겠지요. 그런데 이 방법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다지 권장하고 싶은 방법도 못 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중독 대상을 적이라고 규정하고, 나와 중독 대상 둘을 나누어 놓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싸워 이겨야겠고, 끊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은 그 중독적인 것을 거부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마음속에서 강하게 거부를 하게 되면 사실은 중독 대상이 더욱 큰 에너지를 받게 됩니다. 거부하는 그 마음이 오히려 에너지를 키우는 꼴이 되고 마는 겁니다. 중독적인 것들은 그것을 ‘절대’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더 하고 싶어집니다. 거부하려 애쓰면 애쓸수록, 오히려 거부하는 바로 그것이 지속됩니다. 그것은 오히려 자칫 중독적인 것에 더 중독되는 결과를 초래하곤 합니다.
그래서 거식증과 폭식증이 반복되는 사람이 있는 겁니다. 음식을 안 먹어야겠다는 데 집착이 심한 사람은 그것에 너무 에너지를 많이 써요. 먹고 싶은 것을 꾹꾹 눌러 참는 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가면 결국 눌러 참고 참고 참다가 그냥 에너지가 폭발하는 겁니다. 폭발해서 그 때부터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계속해서 미친 듯이 먹어 대는 것입니다.
이처럼 극과 극은 통해요. 어느 한 쪽에 극단적으로 집착하면 그 반대 급부도 상승하는 것입니다. 이 우주는 모두가 파장이라고 했는데요, 파장이라는 것의 특성이 어느 한 쪽이 크게 올라가면 반대로 내려가는 파장도 증폭이 커지는 법입니다. 그러니 투쟁을 통해 싸움에서 승리하는 방식으로 중독 대상을 끊어 없앤다는 생각에 너무 집착하지 마십시오. 중독 대상을 끊으려는 생각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또 그렇다고 중독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도 마십시오. 그 사이에서 조화로운 중도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중도를 지키는 것이 참 어려운 법입니다.


▷어떻게 중독적인 것을 끊어 없애지도 않고, 중독되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으면서 중도를 실천할 수 있죠? 구체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설명해 주세요.

◀중도는 언제나 자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말은 즉, 중독적인 대상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싸워 이겨서, 중독적인 대상에게 승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자비로운 방식으로 대해야 합니다. 중독적인 대상을 미워하고, 싫어하고, 거부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사랑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나쁜’ 어떤 것은 아닙니다.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면, 벌써 중도에 어긋나서, 한 쪽에 치우치게 됩니다. 먼저 이것을 기억하세요. 중독적인 대상을 자비로써 사랑하라, 결코 그것을 미워함으로써 싸워 이기려 하지 말라. 이것이 첫 번째이고요, 두 번째는 대상과 나를 둘로 나누지 말아야 합니다. 중독적인 대상과 나는 결코 둘이 아니에요. 둘로 나누고, 그것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과 싸워 이기려는 생각이 개입되는 것입니다. 둘로 나누지 않는 대평등의 바라봄을 불교에서는‘지혜’라고 말합니다. 무분별, 비폭력, 무집착이라고도 말하지요. 다시 말해 지혜와 자비의 방식으로 중독적인 대상을 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그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알아차림, 바라봄, 관(觀)이라는 것이 바로 지혜와 자비에 대한 가장 분명한 실천 방법입니다. 중독 대상을, 중독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살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흡연자의 경우 담배를 바라보고,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을 살피고,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를 있는 그대로 바라봄으로써 대상과 내가 둘로 나뉘지 않고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좋고 싫어하는 양 극단의 분별을 내려놓고, 편견 없이 바라봐 주는 것이 진정한 자비와 사랑의 원천입니다.
선방 가서 참선하는 것보다 담배 피고 싶은 그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 더 생생하고,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실천할 수 있는 실천 수행의 방법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비폭력적이고, 자비로운 방식이며, 둘로 나누지 않는 방식이고, 거부하지 않는 방식이며, 가장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다만 그것은 직접적으로 눈에 띄게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꾸준히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중독적인 것을 하고 싶은 바로 그 순간을 참선의 순간으로 바꾸어 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중독적인 것에서 놓여나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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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法相) 스님 ː 동국대와 동 대학원에서 불교학을 공부하였으며, 불심도문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현재는 군승으로 고성 운학사에서 군장병들과 군가족들을 위해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있으며, 생활수행도량 ‘목탁소리(www.moktaksori.org)’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나누고 있다. 저서에는 『생활수행 이야기』, 『마음공부 이야기』, 『반야심경과 마음공부』, 『금강경과 마음공부』, 『부자보다는 잘 사는 사람이 되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