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쟁이에서 가족쟁이로

지혜의 향기 / 가족의 힘

2010-06-07     관리자
나는 춤을 사랑하는 춤쟁이다. 이 춤쟁이는 29살 늦은 나이에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를 만나 가족을 이루게 되었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내 삶을 구성한 지 어느덧 24년. 그 2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딸과 아들, 우리 까꿍이(강아지)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왔다. 화려하거나 눈부신 울타리는 아니지만, 가족은 나에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울타리이다. 그러나 나는 가족에게 늘 미안하기만 하다.
나는 춤을 춘다는 핑계로 지방 공연이 있는 날이면 집을 비웠다. 그 횟수는 24년 동안 줄어들지 않았고 당연히 집안일에 소홀해졌다. 아이들 학교 일에 신경을 덜 쓰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춤을 추면 내 몸이 힘들다보니 조그만 일에도 짜증을 내었고, 그 화살은 늘 가족을 향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큰소리를 지르는 것은 물론이고 남편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적도 많다.
처음으로 우리 집을 가지게 된 날이 떠오른다. 결혼 후 일 년에 한 번 꼴로 다섯 번이나 이사를 다니다가 가지게 된 우리 집. 어렵게 가지게 된 집이니만큼 우리 부부는 그날 너무나 행복했다. 남편은 함박웃음을 띠고 딸을 업은 채 집이 있는 언덕을 오르내렸고, 나는 자다가 몇 번이나 깨어나 배시시 웃었다. 웃으며 생각했다. 행복만 가득한 가족을 만들 것이라고….
그러나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듯이, 행복만 가득한 가족이 되는 것은 참 힘들었다. 남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힘들게 돈을 벌고 있고, 딸과 아들도 자기 길을 헤쳐가는 모습이 힘들어 보인다. 힘든 가족을 위해 나는 얼마나 노력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가족을 위해 희생한 것이 하나도 없다. 나만을 위해서 산 것 같다. 춤 추는 것 외에 가족을 위해 한 것이 없는 것이다. 내 가족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이런 나의 삶을 반성하기 위해 부처님께 기도하며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면 뭐하랴. 나의 울타리가 비워져가고 있는데…. 가족이란 내가 살아가는 의미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걸 내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었다는 생각에 슬프다.
‘후회 없는 삶을 살자, 부지런해지자’ 날마다 기도하면서 되뇌는 말이다. 그러나 이 기도는 오늘도 실천되지 않았다. 이런 삶을 24년째 되풀이 하고 있다. 엎드려 참회하고 또 참회한다. 이제는 춤쟁이뿐만 아니라 가족을 사랑하는 가족쟁이가 되겠다. 나의 가족에게 진심을 담아 기도하며 바친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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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주 ː 중요무형문화재 제21호 승전무 이수자로서, ‘오산 어머니 무용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산시 주민자치센터, 노인대학, 의료보험공단 등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춤인 한국무용을 가르치며, 주부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