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불교를 묻다

제2회 한국-대만 불교문화교류 참가기

2010-06-04     관리자
최근 몇 년 사이 대만불교를 배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간간히 대만불교에 대한 정보를 접하면서 놀라움과 궁금증이 커져갔다. 우리가 추구하는 불교의 현대화, 대중화, 생활화, 세계화를 이미 이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2일부터 17일까지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최로 개최된 ‘제2회 한국-대만 불교문화교류’에 동참하여 직접 대만불교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만은 경상도 크기의 국토에 약 2,200만 명이 사는 작은 섬나라다. 50여 년간 일제의 식민통치를 받은 것을 비롯해, 현재 우리나라와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다. 근대화 과정이나 정치·경제적 상황도 비슷하고, 맞벌이 부부와 미혼 여성, 자살이 늘고 있는 사회적 현상도 거의 흡사하다. 다만 종교적 현황은 많은 차이가 있다.
어디서나 손쉽게 십자가를 찾아볼 수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대만에서는 십자가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대만은 인구의 70% 이상이 불교신자이며, 50년의 짧은 기간 동안 세계적인 불교로 급부상했다. 그렇다면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번 5박 6일의 문화교류 기간 동안, 대만불교를 실제적으로 이끌어온 법고산사, 자제공덕회, 불광산사를 차례로 둘러보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세계로 뻗어가는 대만불교

대만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대북(타이페이) 중심가에 위치한 10층 건물의 덕귀학원(德貴學苑)이다. 덕귀학원은 법고산사(法鼓山寺)가 운영하는 교육문화센터라고 볼 수 있는데, 시민들이 편하게 왕래할 수 있도록 시내 중심에 세워졌다. 이곳은 청소년과 신도 교육을 중심으로 하며, 일반인들을 위해 다양한 문화강좌를 열고 있다. 또한 서점과 채식 식당을 운영하며, 도서관과 휴식 공간을 갖추고 있어 누구라도 편하게 쉬
었다 갈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살방지 캠페인 등 대사회적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다음 날 찾은 금산(金山)의 법고산사는 26만㎡(8만평) 부지에 중화불학연구소, 선학원, 승가대학 등 다양한 교육기관이 들어서 있어 마치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킨다. 일본 입정대학에서 불교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성엄 스님에 의해 개산된 법고산사는 ‘불교 교육을 통한 인간 정토세계 구현’을 주창하며, 생활 속에서의 자기 혁신과 심신 정화의 실현을 실천하고 있다.
동부 해안도시 화련(花蓮)에 위치한 자제공덕회(慈濟功德會)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자비로써 세상을 구제한다’는 세계적인 불교자선단체이다. 1966년 비구니 증엄 스님이 설립하여 현재 38개 국에 182개의 지회를 두고 있다.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내는 회원이 500만 명이며, 2년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가 4만 명에 이른다. 또한 전국에 6개의 병원과 종합대학, 불교방송국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자제공덕회의 주요 사업은 자선, 의료, 교육, 문화, 구호활동, 골수기증, 지역사회개발, 환경보호 등 8개의 사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구호활동이었다. 자제공덕회는 이념과 종교, 종족을 구분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늦게 나온다.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심신 치료를 통해 재난민들을 안정시켜주고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생활터전을 복구해 집과 학교까지 지어준다. 심지어 직업까지 구해주기도 한다.
법고산사와 자제공덕회에서의 신선한 충격은 대만 남부 까오슝(高雄)의 불광산사(佛光山寺)에 이르러 극대화되었다. 마지막 2박 3일의 일정은 세계 120여 국에 200여 개의 분원을 거느리고 있는 불광산사에서 사찰 체험 형식으로 이뤄졌다.
불광산사는 1967년 성운 스님이 ‘인간불교 제창과 불광정토 구현’의 원력을 세우고 창건했다. 현재 불광산사는 ‘문화를 통한 포교,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 자선
활동을 통한 사회복지, 수행을 통한 마음의 정화’라는 4대 종지에 의해 운영된다.
각 분야는 자립 경영으로 운영되며 그동안 일궈낸 성과는 대만불교를 대표할 만하다.
세계 16곳에 설립한 불학원, 미국 LA 서래대학 등 4개의 대학, 세계 28개 국에 송출하는 불광위성TV, 일간지 인간복보, 미술관, 도서관, 출판사, 고아원 등 불광산사의 사업 규모는 실로 믿기 힘들 정도로 방대하다. 게다가 불광산사의 불교학 연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염불, 선, 사경, 단기출가, 3보1배, 템플스테이 등 시대의 변화에 따른 수행 프로그램을 꾸준히 보급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불광산사를 이끌고 가는 그러한 원동력은 건물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회의실에서 찾을 수 있다. 출·재가를 막론하고 이 시대 불교의 역할이 무엇이며, 불교가 사회를 선도하며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방법을 도출시킨다.

“불법 속에 방법이 있다”
대만에서는 ‘오미타포(아미타불)’가 일상적인 인사말로 통용된다. 대만불교의 성공신화를 현장에서 직접 돌아보며,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불국토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어느 참가자는 “가난한 사람이 부잣집을 다녀온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부자가 되는 법을 보고 배웠으니, ‘부자를 부러워하고만 있을 것인가, 부자가 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이다.
법고산사, 자제공덕회, 불광산사가 각각 교육, 자선, 포교 등 서로 역점을 두고 있는 중심 사상은 달랐지만, 이들 사찰이 공통적으로 갖는 대만불교의 특징이 있었다. 첫째로 창건주 스님들의 정토 구현에 대한 큰 원력과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불교로 이끌어가는 강력한 리더십이며, 둘째로 계율을 철저하게 지키는 청정 승가와 승가를 신뢰하는 재가자들의 자발적인 자원봉사와 보시문화이다. 그리고 셋째는 인재를 양성하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과 투명한 재정운영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손님을 맞을 때 환영하고 보낼 때 배웅하는 친절함과 서비스정신이다.
불광산사를 떠나기 전 간담회에서, 도감원(총무원) 소임을 맡고 있는 혜호 스님이 한국불교의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한국방문단이 한국에 돌아가서 쓴 글을 여러 번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대체로 한국불교에 대한 비판 일색이었습니다. 한국불교에도 장점이 많은데, 안 좋은 점만 너무 부각시키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성운 스님이 늘 강조하시는 말씀이 ‘불법 속에 방법이 있다.’입니다. 일례로 불광산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시작할 때 성운 스님이 저희들에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한국불교가 템플스테이를 잘할 수 있다면, 우리도 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대만불교가 할 수 있다면 한국불교도 할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짧은 소감문]
대만불교의 견학과 체험은 낯선 감탄을 이끌어냈다.
첫째, 사찰 내에서 회의실, 도서관, 다실 등의 공간을 비중있게 배치했다. 불자들이 불교를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문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법당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들의 친절과 배려의 마음, 그 진원지는 이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둘째, 출가자와 재가자 서로간의 배려와 신뢰이다. 재가자의 지위와 역할이 명확하게 주어진다. 오계와 보살계 수계자는 가사를 수했다. 다수의 재가자가 가사를 수한 풍경은 한국불교의 눈으로는 낯설다. 계율과 수행을 중시하는 승가를 재가자는 존경했다.
셋째, 리더십이다. 자제공덕회를 조직한 증엄 스님과 불광산사를 창사한 성운 스님은 현대 종교리더십의 탐구영역일 것이다. 이 분들은 제자와 신도들에게 구체적이며 실천가능하고 명확한 방향, 즉 비전을 제시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리고 이 방향을 끊임없는 교육과 실천활동으로 생활화시킨다.
-김성동(조계종 교육원 연수팀장)

대만불교의 보여지는 현상을 눈으로 담을수록 마음에는 ‘초심’으로의 귀가를 촉구하고 있음을 느끼며, 그렇게 나를 만났던 거 같다. 부처님 근본진리의 뿌리에서 수행의 꽃, 교육과 문화, 복지의 꽃 등이 각양각색으로 피어있는 생활불교인 대만불교. 특히 계행 속에서 편안한 자유로움을 선사해준 불광산사에서의 이틀이 나를 깨운 거 같다.
또한 한국불교 각 종단의 서른 명 도반님들은 대만에서 맺은 또 하나의 가족. 그 은혜로운 인연들 덕분에 잔인하리만큼 인상적인 사건이 펼쳐지길 갈망했던 올 4월은, 그렇게 원이 이뤄진 거 같다.
-백근영(진각종 기획국)

대만불교의 거대한 스케일에 놀랐지만, 오히려 마음 한구석에서 솟아나오는 자부심을 감출 수 없는 시간이었다. 한국불교의 오랜 전통에서 우러나는 품격과 자연과 어우러지는 우리 사찰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 문화적 경쟁력….
다만 대만불교는 참 조직적이고 친절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의 폭발적인 참여로, 구호활동 분야에서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는 자제공덕회의 활동이 놀랍다.
우리 불교의 사회복지도 세속의 효율과 경영을 벗어던지고, 신앙에 기초한 원칙에 입각하여 탈세속적인 입장에서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커다란 화두를 내게 던져준 좋은 시간들이었다.
-김영(천태종 복지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