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衆生)의 세계

기초 튼튼, 불교교리 한 토막 / 삼계(三界) 육도(六道)

2010-04-05     관리자

불교의식문 가운데 예불문을 보면 ‘삼계도사(三界導師)’라는 말이 나옵니다. ‘삼계’란 욕계·색계·무색계를 말합니다. 욕계는 중생의 분별심인 탐욕이 주를 이루는 곳이며, 색계와 무색계는 선정 수행에 의해 태어나는 곳입니다. 비록 선정 수행에 의해 태어나게 되는 곳이지만, 어리석음에 의해 그곳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곳 또한 생사 윤회하는 세계입니다.
욕계에는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人), 천(天)이 있습니다. 그리고 욕계천에는 아래부터 사왕천(四王天), 도리천, 야마천(夜摩天), 도솔천(兜率天), 낙변화천(樂變化天),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 있습니다. 이를 육욕천(六欲天)이라고 합니다. 색계는 초선천(初禪天), 제2선천, 제3선천, 제4선천이 있고, 이를 또 세분하면 17천(天) 등 여러 천으로 나눕니다. 무색계는 공무변처천(空無邊處天), 식무변처천(識無邊處天), 무소유처천(無所有處天), 비상비비상처천(非想非非想處天)이 있습니다.
이처럼 삼계는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 천 등 육도(六道)를 포함합니다. 육도는 육취(六趣)라고도 합니다. 도(道) 또는 취(趣)는 ‘가는 곳’, ‘왕래하는 장소’라는 뜻입니다. 육도는 중생이 지은 업에 의해 가게 되는 세계입니다. 지옥, 아귀, 축생은 악업에 의해 태어나는 곳이므로 삼악도(삼악취)라고 합니다. 아수라, 인, 천은 선업에 의해 태어나는 곳이므로 삼선도(삼선취)라고 압니다. 혹은 삼악도에 아수라를 포함하여 사악도(사악취)라고도 합니다. 보통 ‘육도 윤회’라는 말이 회자되기 때문에 ‘육도’가 익숙하지만, 아수라를 빼고 ‘오도’ 또는 ‘오취’라고도 합니다. 이때 아수라는 아귀, 또는 천 가운데 포함됩니다.

지옥은 범어로는 나락카(naraka) 또는 니라야(niraya)라고 합니다. 악업에 의해 극심한 괴로움의 세계에 태어나는 중생 혹은 그 세계를 말합니다. ‘나락에 떨어졌다’는 말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아귀로 태어나면 항상 허기지고 갈증나는 괴로움을 받습니다. 전생에 악한 일을 많이 하였거나 탐욕스런 성질을 가진 자가 아귀의 과보를 받게 됩니다.
보통 몸은 남산만하고 목은 바늘 구멍만한 아귀를 말하지만, 그 외 다양한 아귀가 있습니다. 가령, 저울 눈금을 속인 자는 불알이 남산만한 아귀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축생은 모든 동물을 말합니다. 혹은 방생(傍生)이라고도 합니다. 이는 형체가 무겁거나 길어서 서서 걷지 못하고 옆[傍]으로 누워 걷는 특징에서 나온 말입니다. 아수라는 싸우기를 좋아하는 싸움꾼입니다. 그 싸움의 대상이 제석천입니다. ‘아수라장’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어리석음에 의해 중생은 수많은 업을 짓습니다. 그 업의 결과로 다음 생에 또 다른 몸을 받습니다. 업의 과보로 받게 되는 것은 이 몸만이 아닙니다. 이 몸이 의지하는 이 국토도 있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다른 곳이 아닌 이곳에 태어난 것도 그 과보입니다. 따라서 어떤 업에 의해 그러한 중생으로 태어났다면, 그것은 그 업에 의해 바로 그러한 보를 받았기 때문에 정보(正報)라고 합니다. 그리고 정보가 의지하는 국토를 의보(依報)라고 합니다. 정보를 유정세간(有情世間)이라 하고, 의보를 기세간(器世間)이라고도 합니다.
삼계, 또는 육도에는 윤회하는 중생인 유정세간(有情世間)과 그들이 살아가는 곳인 기세간(器世間)이 포함됩니다. 지옥이라고 할 때, 그 지옥은 그곳에 태어나는 중생 혹은 그 세계를 말합니다. 아귀, 축생, 아수라, 인, 천 등도 마찬가집니다. 따라서 혹 경전에 나오는 천(天)은 공간을 말하는 하늘만 일컫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살고 있는 중생도 하늘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천(天)은 공간인 하늘보다는 중생인 하늘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중생이 주(主)이기 때문입니다. 기세간은 중생이 의지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중생의 업에 의해 드러난 것입니다.
이처럼 삼계는 중생들이 생사 윤회하는 세계입니다. 중생(衆生)이란 많은[衆] 삶을 산다[生]는 뜻입니다. 업에 의해 거듭 거듭 태어나 많은 삶을 살기 때문에 중생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삼계 육도를 크게 두 경우로 이해합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업의 과보로 받게 되는 중생들이 살아가는 실재 세계로 보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신 세계의 깊이로 보는 경우입니다. 초선정(初禪定)부터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 등 선정의 깊이를 설명하는 경우가 후자에 해당합니다. 혹은 현 우리의 마음 상태를 지옥에서 하늘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가령, 우리의 마음이 괴로움에 빠져있다면 지옥, 아귀, 축생의 삼악도에 있는 것이고, 평온한 마음에 있다면 하늘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중생이란 끊임없이 많은[衆] 분별심을 일으키기[生] 때문에 중생이라고 풀이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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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경찬 ː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연구실 연구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불광불교대학 전임강사이다. 저서로 『불교입문』(공동 집필), 『사찰, 어느 것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