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불교] 5.체계적이고 강력한 밀교의 수행 방법(下)

세계의 불교와 수행법 / 티베트 불교 5

2010-04-05     지산 스님

지난 호에서 설명한 4가지 예비수행을 마치면 스승으로부터 마음의 본질에 대한 가르침을 듣고 관정(灌頂)을 받는다. 관정이란 의식(儀式)을 통한 스승과 제자의 만남이며, 다른 의미로는 본존과의 만남을 통해 본존의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밀교 수행에 있어 관정은 필수적이며, 만약 관정을 받지 않고 수행을 한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진전이 없다고 한다. 관정 의식 중에 금강계(金剛戒)를 수지하는데, 금강계는 ‘스승을 경멸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현교 및 밀교의 모든 계율을 준수해야 한다’, ‘금강승의 수행 형제와 다투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된다’ 등의 14가지 항목이다. 그럼 다시 무상 요가 탄트라의 수행법 체계를 지난 호에 이어서 살펴보는 것으로 연재를 마무리짓기로 하겠다.

 

 

▲ 티베트 밀교의 근본불인 지금강(持金剛, 바즈라다라) 티베트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지금강의 모습으로 무상요가탄트라의 가르침을 설하셨다고 생각한다. 오른손의 금강저는 방편, 왼손의 금강요령은 반야를 뜻하며, 양손을 교차시키는 것은 반야와 방편의 합일을 나타낸다.

 


b. 생기차제
생기차제 단계에서 수행자는 자신이 본존(부처)이라고 생각하면서 본존임을 관상한다. 이러한 관상은 수행 시간뿐 아니라 일상생활 중에도 이어지는데, 자신이 부처라는 자부심(佛慢)을 통해 중생의 어리석은 아만(我慢)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금강승에서 본존이 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법신, 보신, 화신의 삼신을 구족함을 의미하므로 이 단계에서도 삼신을 관상한다.

- 모든 현상의 공성(空性)을 관상: 법신
- 자신을 본존으로 관상: 보신
- 본존을 자신의 앞에서 관상
- 자신과 본존에게 공양 올림을 관상
- 본존 만트라 암송
- 본존의 다양한 무드라 지음
- 모든 현상을 본존 가슴 차크라의 명점으로 수렴한 후 그 명점을 공성으로 관상
- 자신의 존재로 돌아옴: 화신

c. 완성차제-사마타
이 단계에서는 나로파 육법(六法)을 행하는데, 이는 카규파의 창시자인 띨로파의 가르침을 그의 법제자인 나로파가 체계화한 것이다. 육법이란 1.뚬모 2. 정광명(淨光明) 3.환신(幻身: 分身) 4.몽환(夢幻) 5.중음(中陰) 6.의식전이(意識轉移)의 여섯 가지다.

c-1. 뚬모 힌두교의 쿤달리니 수행과 유사한 기, 맥, 명점 수행이다. 수행자는 호흡과 관상을 통해 먼저 몸 안에 흐르는 모든 기운을 중맥으로 모으고, 다시 중맥으로 모인 기운을 가슴 차크라로 모은다. 그리하여 모든 기운과 명점이 가슴 차크라로 모이게 되면 정광명을 얻게 되는데, 정광명을 얻음으로써 뚬모 수행은 완성된다. 이 뚬모 수행은 나머지 다섯 가지 수행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들의 기초가 된다.

c-2. 정광명 밀교 경전에서는 이를 맑은 가을날의 새벽 하늘과 같은 상태로 표현하고 있다. 이 상태는 몸 안의 모든 기운과 명점이 가슴 차크라로 수렴된 상태이고, 강한 집중력과 극도로 정화된 기운이 갖추어진 상태이다. 따라서 마음먹은 대로 기운을 조절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집중된 마음으로 모든 현상의 본질을 관찰하면 모든 현상의 본질인 공성(空性)을 통찰할 수 있다. 정광명을 얻기까지가 사마타 수행이고, 정광명 상태에서 모든 현상의 공성을 통찰하는 과정이 위빠사나 수행이다.
c-3. 환신(분신) 위의 정광명 상태에서 분신을 나투겠다는 한 생각을 일으키면 원하는 형태대로 분신을 나툴 수 있다. 분신이란 기(氣)에 의해 형성된 몸이며 어떤 형태도 가능하지만 몸 안에 기관이나 내장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상 요가 탄트라를 통해 단 한 생에도 성불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덕을 쌓아야 한다. 예컨대 상좌부 불교에서는 실제로 윤회하면서 공덕을 쌓는 길을 주장하기 때문에 부처가 되는 데에는 4아승지 겁이 걸린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무상 요가 탄트라에서는 정광명을 얻어서 분신을 나투게 되면 원하는 모든 형태, 원하는 만큼의 많은 분신을 일시에 나투는 일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수많은 다양한 분신을 통해 일시에 많은 공덕을 지을 수 있고, 많은 방편을 습득할 수 있다고 하며 그래서 단 한 생에도 성불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밀라레파의 경우이다. 밀라레파가 분신을 나툴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예컨대 한 밀라레파는 동굴에 가서 제자의 수행을 지도하고, 한 밀라레파는 마을에 가서 사람들에게 법문을 하고, 또 한 밀라레빠는 다른 불국토에 가서 그 불국토의 붓다의 가르침을 익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c-4. 몽환 이 수행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깨어 있을 때 경험하는 모든 상황을 마음이 만들어내는 꿈으로서 환으로 보는 측면이고, 둘째는 잠을 자다가 꾸는 꿈속에서 깨어 있음을 유지하면서 수행을 계속하는 측면이다. 이 수행이 잘 이루어지면 꿈속에서도 뚬모 수행이 가능해진다.

c-5. 중음 중음이란 죽은 뒤 다음 생을 받기 이전의 중간 단계다. 살아 있는 동안 성불하지 못한 수행자는 이 중음 단계에서 수행을 계속하여 성불할 수 있다고 한다. 성불하지 못할 경우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원하는 세계에서 몸을 받거나, 원하는 자궁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c-6. 의식전이 여기에도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포와와 동죽이 그것이다. 먼저 포와란 살아 있는 동안 성불하지 못한 수행자가 다음 생에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선도에 태어나기 위해 살아 있는 동안 미리 해 두는 수행법이다. 동죽은 수행자의 육체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육체를 버리고 갓 죽은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시체에 들어가서 생명을 유지해 가는 방법이다.

d. 완성차제-위빠사나 카규파에서의 완성차제-위빠사나의 방법은 마하무드라이며 티베트어로는 착갸첸뽀, 줄여서 착첸이라고 한다. 마하무드라의 마하는 크다는 의미이며 공(空)을 상징하고, 무드라는 수인(手印)이라는 의미이며 모든 현상을 가리킨다. 따라서 마하무드라는 공과 현상, 현상과 공의 불가분리성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이 단계에서는 마음 관찰을 위주로 하는데, 예컨대 고요한 마음 관찰, 움직이거나 생각하는 마음 관찰, 대상을 반영하는 마음 관찰, 육체와 연관된 마음 관찰 등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며 결과적으로는 모든 현상의 궁극적 공성을 증득하게 된다.
이상 무상 요가 탄트라의 수행법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편의상 완성차제만을 사마타와 위빠사나로 분류하였지만, 사실은 모든 단계에 사마타와 위빠사나가 약간씩 혼재(混在)되어 있다.

수행을 통한 궁극적 증득
현재 세계 불교에는 스리랑카·미얀마·타일랜드를 중심으로 한 상좌부 불교와, 중국·한국·일본을 중심으로 한 대승불교, 티베트와 인도를 중심으로 한 금강승 불교의 세 가지 큰 흐름이 있다. 각각의 불교에서 주장하는 바에는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만만치 않다. 재미있게도 모든 불교에서는 자신들의 흐름이 가장 정통적이고, 가장 수승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 그 누구도 어떤 흐름이 가장 정통적이고 가장 수승한 방법인지 객관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며, 그 결과 많은 불교 수행자들은 독선과 혼란에 빠져 있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이 시대 불교인들의 가장 큰 과제가 위의 세 흐름의 정리와 회통에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 방법은? 오직 수행을 통한 궁극적 증득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티베트 불교는 가장 빠른 성불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보살 정신을 바탕으로 하면서, 체계적인 교학 과정을 이수하여 정견을 정립하고, 그 정견에 의해 밀교 수행을 완성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혜와 방편(자비와 능력), 이(理)와 사(事), 법신·보신·화신의 삼신이 구족된 일체지자(一切智者), 삼마삼 붓다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불교는 어떠한가? 대승불교임을 자처하는 한국불교에서도 견성성불을 지향하며, 그 방법으로 간화선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화두 타파를 통해서, 여래선과 조사선의 경지를 완성함에 의해서, 지혜와 방편, 이와 사가 구족된 진정한 붓다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일까? 살펴보고 또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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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 스님 ː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순천 송광사로 출가했다. 국내 제방선원에서 선 수행, 미얀마에서 위빠사나 수행 등을 했으며, 최근에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어와 티베트 불교를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는 『붓다의 길 위빠사나의 길』을 썼고, 『티베트 불교 문화』를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