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송을 들으며

인연 따라 마음 따라

2010-01-29     관리자
“소는 왜 젖을 만들까?”
한참 전에 티브이를 보니 어린 여아들을 폭행하고 잡힌 사람의 사진이 나옵니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마스크까지 한 사진을 무엇 하러 보여 주는지, 은근히 마음 속에 불이 일어나는 것을 한 생각 돌이킵니다.
저런 인면수심(人面獸心)을 한 파렴치범까지도 인권이라는 것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지. 차라리 만천하에 얼굴을 공개시켜 고개를 못 들고 다니게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그것도 같은 죄목으로 감옥에 다녀 온 지 보름 만에 다시 그 짓을 시작해 무려 십여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괴롭혔다니….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남들의 아름다운 가정과 행복한 삶을 파괴한 자들은 인권 운운하는 이들의 보호막 속에 숨어 버리고, 평생 동안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할 당사자와 어디 하소연도 못하는 가족들의 아픔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참으로 막막합니다.
“사람이면 모두가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 같아야 사람이지”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 같아야 한다는 말은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지니는 인격을 의미합니다. 그 같은 인격을 도야하고자 가르치고 배우며 인륜과 도덕을 강조하고 숭상하는 것인데, 요즘 우리에게 과연 사람이라는 말이나 인격이라는 말이 통할 수 있는 것인지 솔직히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 아가들 법회에서, 두 아가를 나오게 하여 그동안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하나 불러 보도록 하였습니다. 요즘은 어떤 특정 사물을 두고 노랫말들이 많이 생겨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토마토송이나 당근송도 있고 다들 한 번씩 불러 보는 솜사탕 노래도 있는데, 우리 아가들이 선택한 곡목은 우유송입니다. 아이들한테 해로운 음료 대신, 우유가 세상에서 제일 좋으니 하루에도 몇 잔씩 먹어야 한다는 노랫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조금 길지만 가사를 옮겨 보겠습니다.

“콜라 싫어 싫어 홍차 싫어 싫어 새카만 커피 oh no~
핫쵸코 싫어 싫어 사이다 싫어 싫어 새하얀 우유 oh yes~
맛좋고, 색깔좋고, 영양도 최고 깔끔한 내 입맛에 우유가 딱이야
단백질 칼슘도 왕 비타민 가득 건강한 내 입맛에 우유가 딱이야
우유 좋아 ~ 우유 좋아 ~ 우유 주세요(다 주세요) ~
우유 좋아 ~ 우유가 좋아 ~ 세상에서 제일 좋아 ~
우유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어 싫어 우유가 제일 좋아 ~ 우유만 줘!
milk 또, milk 영어로 밀크 oh 우유 ~ 공부하다 한 잔 게임하다 한 잔
항상 내 곁에 oh~ 우유
우유는 우유병에 먹어야 제 맛~ 신선한 우유만이 진짜 우유야
우유 먹고 튼튼해져 얼른 자라서 새 나라 새 일꾼이 되볼랍니다
우유 좋아 ~ 우유 좋아 ~ 우유 주세요(다 주세요)
우유 좋아 ~ 우유가 좋아 ~ 세상에서 제일 좋아
우유 좋아 ~ 우유 좋아 ~ 우유 주세요(다 주세요)
우유 좋아 ~ 우유가 좋아 ~ 세상에서 제일 좋아
세상에서 제일 좋아 ~”

노래를 다 듣고 내가 하는 말이, “우유는 누가 만드는 거니?” 묻습니다. “소가요.” “소는 왜 젖을 만들까?” “송아지 주려고요.” “그럼 아가들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 “엄마 젖이요.” 아무리 소의 젖이 영양가가 많고 엄마의 젖 성분에 가깝다 할지는 모르나 사람이 소젖을 먹고 자라면 아가들의 어머니는 누구일까요?

소중한 우리 아가들을 위하여
아가들 교육을 위해 학원 몇 군데 골라 보내는데도 한 달에 백여 만원이 든다는 말을 어제 어떤 처사님에게 들으며, 우리 아가들을 어떻게 기르고 교육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요즘은 능력있는 여성들도 많아져서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성들이 자기계발 및 자아성취, 경제적인 이유로 모성애보다는 사회 활동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최소한 아가들이 성장하는 시기만이라도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 속에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절실합니다.
소가 늘 온순해 보이고 주인의 말을 잘 듣는 동물 같지만, 한 번 제 마음에 안 들어 날뛰기 시작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 수십 리 길도 단숨에 뛰어버립니다. 혹 자녀들 키우면서 서로 대화하는 가운데 그 같은 경우를 겪지는 않으시는지, 아마 우리 불자님들 가정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이전 우리 어르신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우선 소의 여물부터 장만하시려 가마솥에 군불을 지피고 사람 먹는 것 이상으로 여물을 쑤어 먹이는 등 소를 가족 못지않게 아꼈습니다. 외양간은 아마도 말 못하는 소일망정 인간과 가축 간에 흐르는 끈끈한 생명력이 교감하는 현장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의 축사라고 불리는 곳은 소의 집이라기보다는 수명이 있는 날까지 감옥보다 더 고통스럽게 지내야 하는 좁은 공간에 불과합니다. 오직 인간의 물질적인 이익을 위해 고통과 희생만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소가 건초 더미와 사료 그리고 항생제 등 각종 약품에 의지하여 착취와 갈취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그렇다보니 그들로부터 생산된 뽀얀 우유와 분유를 먹는 아가들은 처음부터 길들여진 고소한 우유 맛에 푹 빠질지 모르나, 결국은 인간의 인격 형성에는 큰 장애가 있음을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처음 태어나서 천륜으로 맺은 어머니의 젖을 수유한 아가와 우유를 정제해 만든 분유를 먹는 아가의 경우, 무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인 발달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거기에다 생산자의 양심까지 팔아먹어서 생기는 검출되어서는 안 될 이물질과 여러 가지 성분들로 인해, 참으로 맑고 고운 우리 아가들의 식탁이 엄청난 위협 앞에 놓여져 있음을 엄마들은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들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인간들이여, 소의 입장에서 단 한번만이라도 생각해 보라. 그대들에게 돌아간 애꿎은 소의 영혼들이 커다란 눈망울 속에 한을 품고 담아 둔 인간의 모습을 그려, 다음 생에 당신들의 자녀와 형제로 태어나서 한 가족을 이루고 살게 되는 것을 왜 모르는가.’ 하고 말입니다.
인면수심이라는 말이 이전에는 아주 특정한 소수에게 적용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너도 나도 모두가 인면수심의 가면을 쓰고 사는 세상입니다. 웰빙이나 자연식이란 이름이 가장 먼저 필요한 사람은 바로 소중한 우리 아가들이 아닌가 하는 심정으로, 아가들을 키우시는 여러분들의 속을 긁어 봅니다. 용서하시기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해월 대웅 스님 ː 공주 원효사 주지. 원광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불광한의원을 운영하며 많은 이들에게 의료 혜택을 주었다. 운호 스님 문하로 입산, 송광사 천자암 활안 스님을 은사로 득도하였고,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어린이법회, 학생회, 대불련, 청년회, 거사림회, 공주 신행단체 연합회, 국립공주병원 법회 지도법사로서 포교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공주경찰서 경승실장, 원효유치원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다음 카페 ‘원효사(http://cafe.daum.net/rhdwndnjsgytk)’를 운영하며 시공을 초월하여 불음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