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세월의 흔적 속에 생생하게 드러난 위용

세계의 불교 성지 /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2010-01-29     관리자
▲ 보로부두르 사원의 정상 모습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신도를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1만 7천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끝에서 끝까지가 5000KM라 하니 인천공항에서 발리 가는 거리로 대단한 영토를 가진 나라다. 문명과 동떨어진 수많은 섬들이 품어내는 원시림과 무궁한 해양 관광자원은 에코투어와 휴양을 즐기려는 세계의 여행객을 유혹하고 있다. 족자카르타, 휴양섬 발리, 수라비아, 롬복 등이 대표적 관광지이다.
거리에서 만나는 검은빛 도는 동남아인의 얼굴에 이슬람 모자를 쓴 남자들과 각양각색의 차도르를 쓴 여인들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그리고 곳곳의 모스크는 중동의 이슬람과는 달리 어색해보이지만 인구 3억에 가까운 인도네시아는 분명 세계최대 이슬람국가 중 하나다.
14세기 이슬람화 되기 전까지 그들도 부처님과 여러 보살님 앞에 기도를 하고 사찰로 순례를 가던 불교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 그리고 여러 대륙의 주요 해상로로 거센 태풍을 피해갈 수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인도네시아 순례는 대개 5박 6일로 이루어지는데 세계 7대 불가사의인 보로부두르 사원이 있는 족자카르타와 세계적 휴양지 발리를 항공으로 이동하는 코스다. 불교와 힌두교문화 그리고 휴양과 자연이 일정 속에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보로부두르 사원
첫날 자바섬에 위치한 수도 자카르타에 도착. 다시 항공으로 옛 수도 족자카르타로 이동하여 하룻밤을 보낸 후 이틀째 보로부두르(Borobudur) 사원을 참배하게 된다. 시내에서 1시간 30분을 이동하면 마게랑(Magelang) 지역에 도착하게 되고, 멀리서도 보로부두르 사원의 위용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네스코(UNESCO)에 의하여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보로부두르사원은 단일 불교사원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8, 9세기에 중부 자바 섬을 지배하고 있던 샤이렌드라(Cailendra) 왕조의 사마라퉁가(Samaratungga) 왕에 의하여 서기 750년경에 시작되어 842년경까지의 약 90여 년에 걸친 공사의 산물로 세상에 그 모습을 나타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서기 840년경까지 축조되었지만, 건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에 있는 메라피 화산의 대폭발로 인한 화산재에 묻히고, 이 사원의 존재는 약 천 년에 걸쳐 잊혀져 왔던 것이다. 그러던 중, 1814년에 영국인 토마스 래플스 경에 의하여 사원의 일부가 발견되어 발굴작업이 시작되었지만, 1905년부터 1910년 사이에 비로소 당시 네덜란드 정부에 의하여 군 기술자인 반 에르프의 지휘로 본격적인 복원공사가 이루어졌고, 뒤이어 1913년부터 1983년에 걸친 대대적인 제2차 복원공사의 결과 다시 우리 앞에 그 웅장하고 신비로운 자태를 나타내게 된 것이다.
9층으로 이루어진 사원은 네 방향으로 난 계단을 따라 정상에 이를 수 있게 되어있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순례객들은 각층마다 탑돌이를 하고 한 층 한 층 돌면서 오른다. 각 층의 통로 벽면에는 부처님의 전생담과 생애를 알 수 있는 장면들이 새겨져 있다. 전생담과 탄생지인 룸비니에서부터, 싣달타 태자가 태어나기 전 “장차 위대한 부처가 되실 것이라”는 아시타 성인의 예언 장면, 항마촉진, 그리고 열반하시는 장면 등 불교에 관한 각종 설화들이 천 년 세월의 흔적을 이고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 보로부두르 사원 벽면에 새겨진 사문유관 모습
▲ 발리의 해상 힌두사원











우주의 중심, 수미산을 재현
역사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사원은 호수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고 하는데 화산에 의해 그 지형이 바뀌어 호수는 볼 수 없고 사원도 2층까지는 아직도 화산재에 뒤 덮힌 채 복원을 기다리고 있다. 원래 사원은 9층으로 이루어졌고 현재는 3층부터 오를 수 있다. 탑돌이를 하듯 돌아 9층 정상에 오르고 보면 마치 우주의 중심에 선 것처럼 마음이 두둥실 열린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세상 끝도 보일 것만 같은 확 트인 시야는 나의 마음속까지도 뻥 뚫어 한 점 의문 없는 자리에 선 느낌이다. 이곳이 세상의 중심인가. 그렇다! 이 보로부두르 사원은 우주의 중심 수미산을 재현한 것이라 한다.
이 사원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소우주를 상징하는 형상으로 중앙 정상에 수미산을 상징하는 큰 스투파(stupa, 탑)가 있고 그 아래에 염부주를 비롯한 네 개의 세계를 상징하여 길이 120m의 네모꼴이 각각 동서남북을 면한 것으로 되어있다. 중앙 정상의 큰 스투파를 중심으로 그보다 작은 많은 스투파가 있는데, 각 스투파 속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다. 504좌의 불상이 각각 알맞는 위치에 배치되어 있어 그 웅장함은 보는 이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사원을 조성한 사이렌드라 왕조는 당시 대제국인 인도 팔라왕조와 깊은 관계를 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종교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것이다. 사이렌드라 왕조는 인도인의 정신의 고향이며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의 최고의 성지인 수미산을 재현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왕조의 강임함을 수미산 건설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후 캄보디아 크메르왕조도 보로보두르 사원을 모델로 세계 7대 불가사의인 앙코르와트를 만들고 그들의 최고의 번성기를 누렸으니 말이다.
역사학자들에 의하면 보로부두르 사원과 함께 자바(Java) 불교건축의 보석인 파원(Pawon)사원, 그리고 비로자나불, 관세음보살, 금강불을 모신 멘(Mendut)사원이 일직선상으로 조성된 것은 어떤 깊은 관련이 있지 않나 싶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보르부두르 사원에서 1.75km를 가면 파원사원이 있고, 다시 1.15km를 가면 멘사원이 나오는데 길은 벽돌로 포장이 되어있고, 담으로 길이 나 있어 부처님 오신 날 등 베샥(Vesac)일에 불자들이 멘사원에서 보로부두르 사원까지 걷는 종교의식을 하고 있다.
보로부두르 사원에서 1시간 정도 이동하면 프람바난(Prambanan) 힌두교사원군에 도착한다. 이곳은 세력이 강성해진 산쟈야 왕조가 왕조의 힘과 힌두교의 우세함을 보이기 위해 동남아시아 최고의 힌두사원을 건설하게 되는데 파계의 신 시바신과 유지의 신 비슈누와 그 외 여러 신들이 신전 안 밖에 조성되어있는데 쭉쭉 뻗어 올라간 첨탑들과 함께 인도의 힌두사원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긴 세월 인도네시아에 꽃피웠던 불교와 힌두교의 문화는 14세기 이슬람의 침입으로 그 자리를 알라신에게 내주었지만 보로부두르 사원은 아직도 우리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장엄하게 전하고 있다.
▲ 멘둣 사원
▲ 보로부두르 사원











신들의 고향 발리
족자카르타에서 1시간 비행을
하면 발리에 도착한다. 세계적 휴양의 섬으로 많은 여행객이 찾는 곳이다. 태평양의 바다의 수평선을 즐기며, 해변가 야자수 밑에 썬텐을 즐기는 서양인과 제트스키 스노쿨링을 즐기는 여행객으로 여유와 즐거움이 넘치는 곳이다. 이곳을 세계는 신들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이 섬은 인도네시아의 다른 섬과는 달리 힌두교와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집집마다 의식을 알리는 깃발과 조상을 모시는 사당이 있으며, 거리 곳곳엔 힌두사원과 불상과 힌두신상을 조각해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이슬람국가 이전의 인도네시아 불교문화와 힌두교문화를 함께 볼 수 있어 순례자들에게 또 다른 의미를 안겨주는 곳이기도 하다.
▲ 발리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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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국 _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조계종 포교사로서 불교성지순례 전문여행사인 아제여행사 대표와 배재대학교 관광이벤트학과 강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