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은 안 먹어도 약은 먹습니다 ”

자비의 손길

2010-01-29     관리자
김용술(46세)·원혜진(41세) 씨 부부는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그들 부부를 만나기 전, 내심 곤란한(?) 상황이 오면 어떡할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실제 만나본 그들은 누구보다 순박하고 마음이 여린 사람들이었다.
이 부부는 어떻게 보면 사내 커플이다. 20년 전 한식집에서 같이 일하면서 눈이 맞았다. 남편은 요리사, 아내는 홀 담당이었다. 모든 요리를 척척 만들어내는 남편이 멋있어 보였고, 또한 어린나이에도 붙임성 좋고 똑순이처럼 생활력 강한 아내가 마냥 귀여워 보였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고 일사천리로 결혼에 이르렀다. 참 행복한 시절이었다. 서로 아낌없이 사랑했다. 남편의 요리 솜씨가 뛰어나 남들보다 보수도 좋았다. 그러나 불과 결혼한 지 1년도 안 되어 남편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건강하던 남편이 갑자기 원인도 모른 채 딴사람으로 변해버렸어요.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한마디로 길거리의 미친 사람이었어요. 자꾸 엉뚱한 말만 해대고, 심지어 땅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기도 했어요.”
정신분열증이었다. 병원에서 정신질환 2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로 주방 일을 손에서 놓게 되었고, 수시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당시 22살이던 아내는 참담한 심정이었다. 너무도 사랑했기에 남편 곁을 떠날 수도 없었다. 주어진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나이였지만, 묵묵히 이겨냈다. 남편을 간호하는 틈틈이 파출부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나갔다.
“남편은 언제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어요. 늘 조마조마한 시간들이었어요. ‘내일은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6~7년을 살았어요. 그러다 덜컥 아이가 생겼지요. 우리 형편에 어떻게 아이를 키울까 두려움이 많았지만, 아이는 우리 부부에게 웃음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안겨줬어요.”
딸아이였다. 남편의 태도도 바뀌기 시작했다. 병원 근처에도 가기 싫어하던 사람이 치료도 적극적으로 받고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끔찍이도 예뻐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딸(13세)은 구김없이 잘 자라줬다. 집안 곳곳을 아이돌 가수 화보로 꾸며놓는 사춘기 소녀이지만 심성이 밝고 사려가 깊다. 학원 한 번 안 보내줬어도 반에서 1, 2등을 하며 수학경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오기도 했다. 엄마 아빠가 힘들어하면 춤과 노래로 재롱을 떨며 웃음을 준다. 한 가지 큰 걱정은 딸아이의 눈이 사시(斜視)라서 사물이 겹쳐서 보이는 것이다.
“딸아이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병을 꼭 낫겠다는 남편의 노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약 없이 하루도 온전히 살 수 없는 병입니다. 결국은 전적으로 약에 의존하게 되었고, 합병증으로 간경화까지 오게 되었어요. 그래도 더 이상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밥은 굶어도 약은 빼놓지 않고 복용하고 있어요.”
남편은 약에 의존해서라도 가정을 지키려 했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아내였다. 오래 전부터 우울증 증세를 보여왔으나 간신히 참고 견디며 눌러왔는데, 지난 해 봄 한꺼번에 폭발했다. ‘살아서 뭐하나’라는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온몸을 휘감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다. 남편의 치료제를 모두 모아 한꺼번에 입에 털어넣었다. 의식을 잃고 신음하고 있는 모습을 남편이 발견하여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후로도 두 차례나 더 같은 일이 반복됐다.
“저도 모르는 사이, 순간적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것 같아요. 남편과 딸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줬습니다. 셋이 부둥켜안고 울기도 많이 했지요. ”

김용술(46세)· 원혜진(41세) 씨 부부는 다정해보였습니다. 아내의 자살 시도를 3번이나 겪으며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이들 가족의 생활고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부부가 전적으로 약물에 의존하다보니 늘 몽롱한 상태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불가능합니다. 현재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약을 끊으면 정신이 스윽 이상한 곳으로 갑니다. 전라도 정읍과 나주에서 힘들게 농사지으시는 남편의 형님들이 조금씩 도와주고 있어요. 늘 죄송스러운 마음뿐입니다. 그 고마움을 어떻게든 갚아야 할 텐데….”
그나마 다행히 작은 보금자리는 있습니다. 결혼할 당시 모아둔 돈과 융자를 받아 서울 변두리에 마련한 17평 아파트입니다. 그러나 최근 시세가 1억원을 넘어서면서, 기초생활수급 차상위계층(자산 9,500만원 이하)에게 적용되는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의료지원도 안 되어 한 달 약값만 25만원에 이릅니다. 집을 담보로 조금씩 은행 대출을 받아 최소한의 생활비로 쓰던 것이 현재 1,500만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삶의 현장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가며 가정을 이룬 이들 부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원인 모를 정신 질환은 삶을 포기하는 선택에 이르게 했습니다. 현재 본인들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딸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들에게 더 이상 버텨나갈 힘도 얼마 남아있지 않아 보입니다. 불자 여러분의 작은 관심과 정성으로 한 가정을 지키고, 이러한 따뜻한 나눔이 모여 보다 희망찬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직도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사회에서 소외된 채 어두운 그늘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웃이 많이 있습니다. 이에 저희 월간 「불광」에서는 불우한 환경에 처한 이웃을 소개하여 그들의 힘만으로는 버거운 고된 삶의 짐을 함께 하려 합니다. 주위에 무의탁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이웃 등 힘든 삶을 꾸려나가시는 분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고 그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후원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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