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흔들릴 때면

보리수 그늘

2009-12-20     관리자

 여름은 싱싱하다고 하면 가을은 풍요롭고 하늘도 맑고 푸르고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산과 들이 아름다운 자연의 극치를 이루어 독서하기에 연중 가장 적당한 계절이다.

 <때는 가을이라 비는 개고 서늘한 바람이 들에 불거니, 등불을 앞에 당겨 가까이 놓고 밤이 깊도록 글을 읽으라.>고 한 당대의 유명한 문호 한퇴지의 독서환학이란 시가 후세에 널리 전해진 이후 우리는 해마다 가을이 오면 등화가친의 계절이라하여 독서를 권장한다.

 우리는 마음의 안정이 흔들릴 때마다 책과 벗삼는 것이 좋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나의 경우는 고전의 <명심보감>이나 무협소설을 자주 들여다 보곤 한다.<명심보감>은 고려때 대학자 추적이 기술한 것으로서 생활인의 자기 수양과 처세를 위한 현인들의 말씀을 모아 인생의 길을 밝혀준 글이다. 전 19편으로 중국의 경전, 사서, 제자, 문집류 등에서 뽑은 2백여의 단장들로 이루어졌으며 근래에 와서 효행. 염의, 권학 등 5편을 보충하여 24편으로 구성되어, 탐독하고 또 읽어봐도 그 대문장은 교훈이요 금언이다.

 우리 현대인에게 있어서 독서의 필요성은 세삼스럽게 강조할 나위도 없이 그것은 음식과 더불어 필수불가결의 것이라 하겠다. 사람이란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알고자 하는 의욕도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현대 인류의 문화가 서적을 통해서 계승되고 또 발전하고 있는 것이니 만큼 우리가 알고자 하는 의욕을 충족시키려면 먼저 독서에서 구할길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인에게 있어서 독서는 마치 약으로써 병을 다스리듯 지식으로써 자기의 인격을 다스려 완성시키는 한낱 자기완성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될 절대적인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현대사회의 국력 평가는 그 나라의 각종 산업.공업의 힘이나 군사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 나라 국민 대중의 독서에 의한 지식과 교양에 근거를 둔 문화 민족으로서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또 독서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그 국민의 문화적 수준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현대사회에 사는 사람들일지라도 마땅히 읽어보고 행하여야 할 계율임에 틀림없다고 하겠다.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서구 문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리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세태 속에서 우리는 이 대문장을 통하여 교만, 탐욕, 시기심 등을 배제하고 온유, 겸손, 인내 등 미덕이 숨쉬는 사회로 지향되어야 할 것이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우리의 고전을 경시하려드는 경향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온고지신이라는 옛 성언을 자주 음미한다.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 것을 알기 위하여 먼저 우리 민족 고유문화의 뿌리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간 우리는 얼마나 자기 본위로만 살아 왔으며, 외세의 물결 또한 거세어 자기 자신을 망각하면 살아온 때도 더러 있었음을 부인 못할것이다. 그러니 한번쯤 아집과 편견을 버리고 고전의 대문장들은 소중하게 음미해 봄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현실에 대해서 불만을 느끼며 보다 충족한 물질을 구하가 위하여 분주한 시간 속에 얽매인 듯한 상태 속에서 살아 오지 않았는가.

 그리하여 고민과 갈등 속에서 갖가지 수단 방법이 곧바로 범행의 씨앗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곤 한다. 지난 여름의 우리들의 감정을 몹시 달아 오르게 하였던 독립기념관 화재와 또 세인의 가슴을 섬찟하게 한 살롱 집단 칼부림 살인사건이다. 이러한  때 필요한 것은 냉철한 자제력이요 청정한 성찰인 것이다. 흔들리는 자아를 곧바로 세워 줄 어떤 성현의 감동적인 글귀는 인간을 겸허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한다.

 일근천하무난사 백인당중유봉화(一勤天下無難事 百忍堂中有奉和),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움이 없고, 백번 참는 집안에는 크게 화평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