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모자은곡(募慈恩曲)

수필

2009-12-08     이돈환

  인간은 누구나 어머님으로 부터 출산하고 그 젖가슴을 빨면서 자라게 된다.
  세상에 어머님없이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어머님의 은혜를 기리지 않는 아들 딸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많은 명작이 탄생하고 숱한 명곡이 유사이래 인간의 마음과 마음에 감명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가까우면서도 높고, 적으면서도 크며, 가장 낮으면서도 위대하셨던 어머님을 타계한 슬픈 한사람이 되고 말았다.  갑자기 비보를 받고 고향으로 달려간 나에겐 「생전불효 사후회(生前不孝 死後悔)」란 말의 교훈을 그렇게 실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사람으로써 인간이 일생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클 수가 있다는 가능성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회고하면 우리 어머님 같이 수난의 일생을 살으신 분도 드물것이다.  그런가하면 禪에의 노력을 당신의 능력 끝까지 실천해 옮긴 분도 또한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민학교의 문밖에도 못 가보신 학력이나 여성으로는 인근에 드문 문장으로 내방가사에 이르도록 배움에 대한 노력을 일생을 통하여 계속하셨으며, 행적으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자세로 부처님의 뜻을 펴며 부처님께 드리는 기도에서 찾을 수 있겠다.  동리의 크고 작은 일엔 언제나 앞장을 서셨고 슬프고 괴로운 일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친근한 벗이 되고 착한 상담자가 되어 일생을 함께 하셨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머님께선 십여년 전부터 64세면 수를 다하신다는 말씀을 가끔 하셨고, 운명 3일 전에는 당신의 영원한 유택이 될 곳에 가서 누워 보시며 내가 이곳에 묻힐 것이란 말씀을 하셨다.  그때는 죽음을 생각할 수 없는 건강체이셨는데 ....  동지 섣달에도 절에 가실 때면 얼음을 깨고 목욕을 하시며 가정에 큰 일이 있을 때는 더욱이 염불에 정진하시던 어머니...  운명의 그날까지도 이런 일과를 계속하시고 조용히 타계하신 우리 어머님이시다.
  여기서 나는 자기를 버리고 남을 위해서 당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다 주고도 오히려 더 줄것이 없음을 안타까이 생각하시던 어머님 모습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 가족 뿐만 아니라 이웃의 가슴 속에 길이 살아계실 우리 어머님이 어찌 나에게서 떠날 수 있으랴!  어머님은 재가신도 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전형적인 불자이었으나 나에겐 살을 물려 주시고 젖을 주셔서 길러주시고 믿음과 정신을 채워주신 이 세상 다시없는 단 한분의 어머님이시다.  그 높으신 가르침을 나는 미쳐 다 받아 들이지도, 알지도 못했는데 어머님은 저 세상으로 가신 것이다.  당신의 행동반경이 좁았기에 유명인사 축에는 못 들었지만 그 높은 신덕과 참된 마음은 누구에게도 결코 뒤떨어짐이 없는 훌륭하신 어머님이셨다.
  이제 공히 어머님 생애를 더듬어 볼 때 그 마음 속엔 반드시 부처님의 거룩한 피가 흐르고 있었음을 확신하는 것이다.
  우리 어머님은 오는 생에서는 더 가까이서 부처님의 뜻을 받들고, 그 뜻을 펴는 데 보살이 되실 것을 굳게 굳게 믿는 것이다.  나는 어머님을 생각할 때면 언제나 한 불자로서 자기를 반성한다.  어머님의 가르침을 어기고 있진 않나?  어머님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나?  그렇지만 생전에 효도 다하지 못한 이 마음을 어찌하랴.  어찌하랴.
  부처님 전에 우리 어머님의 대보리를 빌 뿐이다. 
  어머님이시여, 피안에 자재안락하소서.  「나무관세음보살」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