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바스투의 십지(十地)사상

2009-11-25     관리자
대승불교사상사에 한 흐름이 되고 있는 십지사상이 처음 보이기 시작한 것은 부파불교시대의 율장의 하나인 마하바스투이다. 이 연구는 마하바스투의 십지와 대승십지의 관계를 고찰해봄으로써 불교사상사의 한 흐름을 이해하고자 한다.

대승불교는 소승불교의 출가주의와 독선적이고 고답적이고 변쇄 철학화하는 경향에 대하여 재가적 입장에서 그것을 혁신하고 불타에 로의 회귀를 주장한 종교 혁신 운동이었다.


그들의 캐치프레이즈는 '자리이타(自利利他)'였으며, 이러한 주장은 점차 폭넓은 지지와 호응을 받아 발전되어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대승불교운동의 혁신 세력은 다름 아닌 보살(bodhisattva)이라 자칭하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대승은 보살의 가르침이며, 누구라도 보살이 될 수 있고 또한 보리심을 일으킨 자가 보살이라 믿었다.

이처럼 누구라도 보살이 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나중에는 모두가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고 불(佛)이 될 수 있다는 사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와 아울러 보살이 그 성불에 도달하기 위한 수행에 어떠한 순서의 수행단계를 거치는가 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것은 보살의 수행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구분하는가하는 문제이다.

반야경」에서는 4종보살이라는 구분이 보이고 십주(十住)의 단계, 십지(十地)의 단계가 설해져 있다. 또한 화엄경에 십주(十住),십행(十行), 십회향(十廻向), 십지(十地)의 단계가 설해져 있음은 유명하다. 말하자면 십지사상은 대승불교사상사에 한 흐름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십지를 맨 먼저 들고 나온 것은 부파불교시대 대중부(大衆部)의 설출세부(設出世部)의 율장의 하나인 마하바스투(Mahavastu, 大事)이다. 그렇다면 이 대승십지의 계열은 마하바스투의 십지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본 연구의 목적은 마하바스투의 십지사상을 명확히 고찰함으로써 대승십지와 관계를 명확히 하고, 불교사상사의 한 흐름을 이해하고자 한다.

마하바스투의 개관
마하바스투는 대중부의 설출세부 율장의 전적임을 스스로 명시하고 있다. 마하바스투는 maha와 vastu의 합성어로서 maha는 큰, 거대한, 위대한이란 의미를 지니며  vas는 사건, 일, 논제, 이야기라는의미를 지녀, 문자 그대로 거대한 논제, 장대한 이야기로 번역할 수 있고, 이는 다름아닌 위대한 불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존수는 마하바스투가 그것이 편집될 당시 유포되었던 불타에 관한 역사. 역사적인 것. 전설에 관한 편집임을 지적하였다. 마하바스투의 제작연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문제가 많으므로 결정지어 말할 수 없다. 한역되어 남아있지 않으므로 연대추정도 불가능하다. 다만 장구(章句)나 그밖에 사실로써 추측하여 볼 뿐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마하바스투의 근본핵심은 아마도 서기전 2세기에는 성립하였고 그후 4세기에 걸쳐 삽입 편찬되었으리라고 추측된다. 마하바스투는 프라크리트(중기 문어체)라는 언어로써 다양한 문체로 쓰여져 있으며, 어떤 문장은 최상의 문학에 비견될 가치가 있을 정도로 예술적 매력을 지니고 있다.

마하바스투에 담겨 있는 내용은 크게 넷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1)불타의 경력에 관한 사실 (2) 불타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 (3) 불타의 제자들과 신봉자 (4) 경의 해설에 관한 것으로 살펴 볼 수 있으며 대부분은 불타의 경력과 생활에 대한 테마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마하바스투에서는 보살이라는 개념이 언제, 어떻게, 어떠한 이유로, 어느 문헌, 어떠한 보살이 도입되었는가에 대해 자료를 제공해 주며 보살의 사성행(四性行), 십지(十地), 사섭(四攝), 육바라밀을 보여주고 있어 보살사상을 나타내주고 있다.

마하바스투의 보살사상
보살(bodhisatva, bodhisatta) 의 정의를 千渴龍祥 박사는 이렇게 하고 있다. '보리(보리)를 구하고자 머무르는 유정으로서, 보리를 얻게 될 것임이 확정되어 있는 유정'  가장 알기 쉬운 보통의 의미로는 '지혜있는 유정'  '지혜를 본질로 하는 유정'  '지혜를 가진 유정'

여기에서 말하는 '보리(bodhi)란 본래'budh(자각하다)'에 근거한 말로서 지혜, 깨달음, 불지(佛智), 부처의 지혜에 상당한다. 또한 '유정(sattva)'은 원래 'as(있다, 존재한다)를 어원으로 하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생명이 있는 것을 말한다.

위에서 제시한 千渴박사의 설명을 간단히 말하면 부처의 지혜를 갖고 살고 있는 것, 부처의 지혜를 구하면서 그것이 반드시 성취되도록 살아 있는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부처(불, budha)의 어원도 주지하다시피 마찬가지로 bodh이다. 더욱이 부처 자체가 살아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여튼 위에서 말한 千渴박사의 견해와 이후 전개된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서 나타난 바를 종합하여 이해하기 쉽게 현대적으로 말하자면, 보살이란 반드시 붓다가 될 후보자라는 정의가 가장 적절하리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성과에 의하면 고타마 붓다라는 석존 자신이 그 보살이라는 말을 사용하거나 설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부처, 세존, 스승, 여래 등을 시작으로 하여 수많은 호칭이 당시에 존재하였고 사용되었다. 그러나 보살은 아니다. 초기불교의 자료에 보이는 보살이라는 말은 모두가 후세의 삽입이다.

또한 이 보살이라는 말은 인도사상에서 불교이외에서 사용 되었던 흔적은 발견할 수가 없다. 언제쯤, 어떻게 하여, 어떠한 이유로 어느 문헌, 어떠한 보살이 도입되었는가에 대해 자료를 제공하여 주는 것이 마하바스투이다. 마하바스투에서는 대승적 보살사상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마하바스투는 초기 파리문헌과 같이 싯달타태자가 방황하고 고행할 때 보살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이 말의 최초의 적용은 분명히 제한되고 그거ㅏ 깨달음을 얻기 이전 고타마 싯달타의 칭호로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보살은 완전한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자임을 의미하는 발전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이타(利他)는 서원의 주된 목적이며 나중에 이기심을 반드시 사라지게 하는 보살심이 유일한 목표로서 나타나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텍스트에서는 시적인 표현으로 이타적인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마하바스투에서는 대승보살 기원의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보다 기본이 되는 보살의 사성행(四性行), 십지(十地), 사섭(四攝), 육바라밀을 보여 보살사상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은 후세사상의 유입이다 라고 간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유입의 이유를 역사적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입증은 불가능하므로 그것이 북전(北傳)에서의 보살사상의 본원이다 라고 주장할 수 있다. 여하튼 마하바스투는 부파불교에 속하고 있으면서도 초기 대승불교의 보살사상에 공헌하는 바가 크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마하바스투의 10지사상
보살의 수행단계, 즉 성불한 불타의 지위에 이르기 까지 보살수행 과정은 52위이다 라고 하는 것은 불교일반의 상식이 되어 있다. 그것은 물론 중국과 한국에서의「화엄경」과「범망경」그리고「영락경」의 유포에 기인한 것이지만 소급하여 생각하면 보살의 수행은 반드시 이와 같은 수많은 진전의 경과가 없어도 좋을 것이다.

보살의 전 경력은 몇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보살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몇 과정을 거친다. 이 단계를 bhumi(地) 또는 viharas(住)라 이른다. 그 지(地bhumi)는 대지, 장소, 지역, 토양, 면, 단계, 의식수준의 상태를 가르킨다.

비유적인 의미로 그것은 일반적 용법에 의해 범위, 상태, 면, 조건, 기능 등을 의미하는 데 사용된다. 불교 산스크리트 문헌에서 bhumi는 전문적인 용어로 보살의 경력에서 단계를 의미한다.

지(bhumi)는 이와같이 정신적 단계를 의미하는 철학적 용어이다. 거의 모든 산스크리트 문헌들은 보살의 경력을 지(地)로서 나누고 있다. 정신적 단계를 확립시키려는 생각은 불교사상가들에게 초기부터 나타난다. 소승교도들은 4단계의 교설로 발달시켰다. 대승에서의 지(地)는 수에 있어서 십으로 생각되지만

이 지에 대한 다양한 설명이 그 수에 관한 일치되지 않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수는 확실히 발달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된다. 지(地)의 수에 있어서 다얄(Har Dayal)은 처음에 칠지였음을 주장하였으며 반면 닷트(Nalinaksha Dutt)는 육지임을 주장한다.

마하바스투는 십지를 말하고 있으나 실은 칠지만을 묘사하고 있다. 즉 사지, 구지, 십지에 대해서는 적절한 상술을 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오직 칠지만을 인정하고 있었음을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의 조직에 대해 살펴보면 래드헐(J. Radher)은 마하바스투 체계가 십지경의 체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히고자 노력하였다. 마하바스투와「십지경」의 체계 사이에는 지(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비슷한 미덕으로 언급하고, 지의 이름 하나가 같고, 「십지경」의 몇 구절이 마하바스투의 것을 닮았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유사상은 너무 적고 모호하다. 마하바스투에서는 보살은 어떤 잘못으로 인하여 낮은 지로 퇴전할 수 있으나,「십지경」에서는 퇴전의 가능성을 결코 말하지 않고 죄 대신에 미덕을 설명하는 등 두 문헌에서 묘사된 체계사이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나타난다.

다음으로 마하바스투 십지의 내용자체를 살펴보면, 바로 이 십지의 설이 최승자의 가르침, 다시 말해 불타의 교설임을 밝히고 각 지에 대하여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제1의 초지 난승지(難勝地)는 아직 범부의 단계이며 공양 받을 자격이 있고 사람을 비춘다. 보살에 있어서는 여덟 가지 바른 실천이 있다라고 서술하고 사(捨), 대비(大悲), 인내 등 8항목을 열거하고 있다.

제2지 결만(結慢)에서는 신의락(信意樂) 우애의락 등 20의락(意樂)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제2지 보살이 20의락을 구비한다.

제3지 백화장엄(백화장엄)에서는 스스로 안락, 이익, 보리(菩提)때문이 아니라 일체중생을 위해 사(捨, tyaga)를 적극적으로 행하고자 하는 보살로서의 의지가 나타나 있다.

제4지 명휘(明輝)에서는 보살은 파승(破僧), 불탑파괴 등의 오역(五逆)을 범하는 등의 부도덕을 떠나 십선(十善)을 닦는다. 이 4지에 오르면 3악도에 떨어지는 것이 없어지며 천상에 생하여도 고귀한 몸을 얻는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제5지 광심(廣心)에서는 보살이 공양하는 정득각자 등의 이름 등을 열거하여 서술하는데 그치고 있다.
제6지 묘상구족(妙相具足)에서는 보살은 윤회의 세계를 두려워하며 즐거움도 만족도 없는 것을 안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불국토가 설명되고 있다.

제7지 난승(難勝)에서는 자제에 최승하고 대중을 이익되게 하는 마음이 생 한다.
제8지 생탄인연(生誕因緣)에서는 제8지부터 보살은 모든 자기의 소유를 버리고 완전히 사(捨, tyaga)를 실행한다라고 되어 있다.

제9지 왕자위(王子位)에서는 불위를 계승하여야 할 법왕자위에 생한다는 것을 보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서는 석가보살이 도솔천으로부터 강생하여 태에 들어가 탄생하는 것 등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제10지 권정위(權頂位)에서는 선근을 쌓아 제9지, 제10지에 만족하고 나서 도솔천궁에 올라, 인간으로서 생을 열망하고 어머니의 태내에 들어가 재생없는 생을 한다 라고 기술하고 있다.

지금까지 마하바스투를 중심으로 하여 십지사상을 살펴보았고 그러므로써 마하바스투가 불교사상에서 갖는 의의를 찾고자 하였다. 불타가 될 후보자란 개념을 지닌 보살의 출현없이는 대승불교는 탄생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승불교라는 의미는 이미 보살의 개념속에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보살은 여러 단계의 수행을 거쳐 깨달음의 경지, 즉 불의 경지에 들어간다. . 불의 경지에 들어가는 단계 하나 하나가 바로 지(地)인 것이다. 마하바스투에는 부파불교에 있어 유일하게 십지의 명목을 들고 있다.

이 밖에 앞에서는 언급하였듯이 대승적 보살사상이라 할 수 있는 사성행, 사섭, 육바라밀 등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마하바스투의 십지 구조는 대승의 십지와 유사성을 지니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로 미루어 마하바스투에 나타나는 십지는 대승십지의 선구라 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본업 십지, 반야 십지, 화엄 십지 등의 대승십지로 발달되었음을 그 전개과정을 통해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