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다실] 아홉 째의 새해

2009-11-16     관리자

♣ 불광 다실이 문을 연 지도 아홉 째의 새해를 맞이하니 감회가 없을 수 없다. 무엇보다, 시작도 끝도 없는 다화(茶話)아닌 다화에 격려를 보내주신 불자 형제들께 감사를 드리며 새해 만복을 기원한다.
   해가 바뀌면서 무엇보다 어렵고 어두웠던 사연을 담은 묵은 것들을 보내는 홀가분한 느낌이 앞서는 것은 광실자만일까. 되돌아오지 않는 시간 속에 묻힌 수많은 사연들에 아쉬움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묵은 것과의 결별이 속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묵은 것 가운데는 답답한 사연이 많았던 탓인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우리는 새해가 열리는 이 아침에 서서 새해의 햇살을 희망의 물결로 맞이하는 심정이 앞선다.

♣ 원래로 태양은 영원히 찬란하고, 푸른 하늘은 영원히 변함없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밤과 낮이 있고 비바람 눈보라가 있게 되는 것은 지구 그늘에 들거나 구름에 덮인 탓이다. 우리의 본분면목도 태양처럼, 푸른 하늘처럼 영원히 변함없건만 불행과 고난을 맞게 되는 것은 미망의 구름과 망념의 회오리, 미망의 구름을 말끔히 없애버렸다면 그 어찌 상쾌한 삶이 아닐까.
   우리는 이 미망의 구름이 본래 없는 것을 믿는 반야 학도다. 그래서 언제나 밝은 태양, 밝은 자성, 무한 공덕장을 믿고 그것으로 살고 그것으로 스스로와 국토의 원만을 이루는 빛의 행자다. 이렇게 보니 오늘 새 아침의 찬란한 서광은 모든 불자의 영원한 본분이라 하겠다. 영원히 밝아 결코 어두울 수 없는 찬란한 자성 광명, 한없는 자비 공덕―이것을 노래하고 이것으로 자재한다. 이 끝없는 창조를 열어가는 기쁨, 이래서 불자의 가슴은 영원히 새해 새 아침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12월 그믐밤은 제야(除夜)이다. 밤을 없앤다는 말이니 말을 바꾸면 어둠을 몰아낸다는 말이 된다.
   이 밤에는 잠자는 것이 금기다. 예전에는 윷놀이나 이야기책을 읽어가며 잠을 쫓고 밤을 지새웠다. 또 문간, 봉당, 헛간, 광, 마루 등 온 집안 구석구석에 불을 밝혔다. 역시 어두움을 몰아냈던 것이다. 그러나 촛불로써 어둠을 없앴듯이 반야의 광명을 마음속 미혹과 번뇌의 어둠을 없애는 지혜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잠 안 자는 것도 좋다. 집안 구석구석을 밝히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반야의 등불을 밝혀 마음의 광명을 회복하는 것이 본뜻이리라. 집안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반야 광명을 비추어 어둠을 없애고, 거칠은 것을 다듬고, 맑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제야의 참뜻이 아닐까. 종을 울리자. 백팔 번뇌의 백팔의 지옥을 깨트리고 광명을 부르는 제야의 종을 울리자.
   그래서 날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영원한 밝음과 환희와 끝없는 번영을 이어가는 인생의 의미를 살려야 할 것이다.

♣ 해가 바뀌고 새해가 열리니 희망도 기대도 역시 많다. 인생을 경험하며 수없이 반복한 새해이건만 역시 희망과 꿈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경사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오늘 이 아침에 무엇보다 감사한 생각이 고여 오는 것은 웬일일까. 역시 우리는 오늘 이 시간까지 너무나 많은 은혜 속에 살아왔고 어쩌면 그 은혜를 잊고 지냈던 탓인지도 모른다. 부처님의 은덕, 조국의 은덕, 나라와 대통령을 위시한 영도자의 은덕, 직장과 직장 주인과 상사나 동료들의 은덕, 부모님 조상님 친족들의 은덕, 온 겨레 일체 중생의 은덕……생각할수록 끝없는 은덕이 살아 나온다. 역시 우리는 나라와 겨레와 이미 가신 선열들과 조상들과 모든 형제들과 내지 세계와 함께 있는 것이었다. 저 분들의 영광과 성공이 나의 삶 속에 함께 있었다.
   이제 새해 아침, 다시 머리 숙여 합장하며 저 분들의 다행을 빌자. 나무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