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팔상법문] 열반(涅槃)

부처님의 八相法門

2009-11-13     교학부

    ꊱ 자기 자신을 등불 삼아라
  부처님께서 마가다국의 죽림정사에 계실 때였다. 그 나라에는 마침 흉년이 들어 부처님의 제자들은 분산되어 다른 나라로 떠나고 부처님과 아난다만 남아 있었다.
  이 안거 중에 부처님께서는 병을 앓으셨다. 아난다는 부처님이 편찮으심에 열반에 드실까 걱정이 되었다.
『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안계시면 저희는 누구를 의지합니까?』
『아난다야, 마땅히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 자신에 의지해야 한다. 부디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자기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라. 자기에게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라. 내가 죽은 뒤에 능히 이 법대로 수행하는 자는 곧 나의 진실한 제자이며 참다운 수행자이니라.』

    ꊲ 최후의 공양
  부처님께서 파바성의 쟈두원에 머물러 계실 때 대장장이 춘다가 부처님을 찾아와 설법을 듣고 기뻐하였다. 그리고 부처님과 비구들을 공양에 초대하였다. 춘다는 부처님께 드리기 위해 진귀한 전단향 나무의 버섯으로 음식을 만들어 부처님께 드렸다. 공양을 드신 후 춘다의 집을 나온 부처님께서는 갑자기 등뼈가 아파왔다. 부처님의 병이 더 위독해졌다.
  아난다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춘다가 비록 공양을 올렸으나 그것은 아무런 복도 이익도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여래께서 그 집에서 공양을 받으시고 곧 열반에 드시기 때문입니다.』
『아난다야 그런 말 하지 말아라. 춘다가 바친 공양은 여래의 마지막 식사가 되었으니 그것 때문에 춘다가 후회할 필요는 없다.
  아난다야 너는 지금 춘다에게 가서 「당신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기 때문에 이제 큰 이익을 거두고 큰 과보를 받을 것이다.」 라고 말하여라.』

     ꊳ 최후의 설법
  부처님께서는 쿠시나가라의 사라쌍수로 가셨다. 사라쌍수 밑에 자리를 피고 누우셨다.
  밤은 깊었다. 1천 2백의 비구들은 숨을 죽이고 스승의 열반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구들의 머리에는 보름달이 환히 비치고 있었다. 그 달빛과 같이 끝이 없는 깊은 침묵이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조용히 최후의 설법을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내가 열반에 든 뒤에는 계율을 존중하였다. 계율은 너희들의 큰 스승이며 내가 세상에 더 살아있다 해도 이와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청정한 계율을 지닌 비구는 장사를 하지 말며, 불구덩이를 피하듯 재물을 멀리 하여라. 또 사람의 길흉(吉兇)을 점치지 말며 주술을 부리거나 선약(仙藥)을 만들지 말라. 또 자기의 허물을 숨기거나 이상한 행동과 말로 사람들을 미혹(迷惑)하지 말라. 음식과 의복 등을 보시 받을 때는 알맞게 받고 축적해서는 아니 된다.
비구들아, 계는 해탈의 근본이니라. 이 계를 의지하면 모든 선정(禪定)이 이로부터 나오고 괴로움을 없애는 지혜가 나온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는 청정한 계를 범하지 말라. 청정한 계를 가지면 좋은 법을 얻을 수 있지만 청정한 계를 지키지 못하면 온갖 좋은 공덕이 생길 수 없다. 계는 가장 안온한 공덕이 머무는 곳임을 알라.
  비구들아 너희가 이미 계에 머물게 되었을 때는 5관을 잘 거두어 5욕에 젖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치 소치는 목동이 회초리를 쥐고 소를 밭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것과 같이 하라.
  음식을 받았을 때는 마치 약을 먹듯이 하고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말라. 주리고 목마른 것을 채울 정도면 족하라. 낮에는 부지런히 착한 법을 닦아 익히고 밤에는 경전을 읽으라. 세월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 지은 죄를 부끄러워 할 줄 알고 인욕할 줄 알며 교만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 아첨하지 말라. 꾸준히 정진하여 자기의 마음을 조복(調伏)해야 한다.
  비구들아, 욕심이 적으면 근심도 또한 적다. 욕심이 많으면 구하는 것이 많으므로 번뇌가 크니라. 만약 고뇌를 벗어나고자 하면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한다. 만족함을 아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만족할 줄을 모르는 사람은 설사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어도 마음은 가난하며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한 듯하나 마음은 부유하가. 이것을 가리켜 소욕지족(小慾知足)이라고 한다.
  비구들아 적정무위(寂靜無爲)의 안락을 얻고자 하면 몸과 마음이 한가로워야 한다. 부디 마음속의 분별과 망상과 밖의 여러 가지 대상을 버리고 한적한 곳에서 부지런히 정진을 하라. 부지런히 정진하면 어려운 일이 없을 것이다. 마치 낙숫물이 떨어져 돌에 구멍을 내는 것과 같이 끊임없이 정진을 하여라. 한결같은 마음으로 방일(放逸)함을 원수와 도둑을 멀리 하듯이 하여라. 나는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정각(正覺)을 이루었다.
  나는 길을 가리킬 뿐이다. 가고 안 가고는 너희들의 책임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여래의 최후의 설법이니라.』

     ꊴ 大涅槃
  숲속의 나무 사이로 달빛이 쏟아지듯 비추고 있었다. 온 세계가 침묵을 고집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부처님의 말씀이 다시 이어질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숨죽인 침묵이 계속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난다가 아주 작은 소리로 아니룻다에게 물었다.
『세존께서는 열반에 드셨습니까?』
  아니룻다는 말하였다.
『아직 들지 않으셨오. 아난다, 세존께서는 지금 초선(初禪)과 2선과 3선을 지나 제 4선인 멸상정(滅相定)에 드셨습니다. 나는 옛날 4선에서 일어나 곧 열반에 드신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직접 들었습니다.』
  다시 침묵을 흘렀다.
  그 깊고 무거운 침묵을 깨뜨리지 않고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 거기 모인 모든 대중의 가슴속에 실로 웅장한 원음(圓音)의 교향악이 울렸다. 그 울림은 서로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고 신과 하늘에 울리고 금수와 초목에게까지 전해져 그 소리는 허공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비구들의 가슴에 울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이었다. 소리 없는 말씀이 비구들의 가슴에서 새롭게 싹터 사자후(師子吼) 하였다. 비구들은 위대한 부처님의 인격을 그리워하고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과 그 가르침을 목말라 할수록 그들의 가슴 속은 알 수 없는 슬픔과 함께 그 가르침의 말씀이 생생히 살아나 가슴을 울렸다.
  갑자기 땅이 크게 진동하고 커다란 광명이 온 세계를 비추었다. 해와 달이 비추지 못하는 곳까지를 밝게 비추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열반에 드셨다. *

  부처님의 八相法門이 이번 호로 끝납니다. 「부처님의 생애」의 저자이신 박경훈 선생님과 그 동안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