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스포츠

보리수그늘

2009-11-13     관리자

 지금책이 안 팔린다고들 아우성이다. 물론 책이 안 팔리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겠다.

 그러나 책들이 너무 안 팔려 문을 닫는 출판사가 늘어나고 부도를 내고 야반도주하는 서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니,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듯 하다.

 경기 전반이 불황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반독서 행위가 성행해서인지 그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책이 안 팔리고 있는 것은 유사이래 처음이라는 것이다.

 이건 단행본이나 월간지나 할 것없이 다 마찬가지라는 소리다.

 그러면 왜 이처럼 책이 안 팔리고 있는가. 그것은 두 말 할 나위없는 독서 장애물 때문이리라. 독서 장애물이라면 사람에 따라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스포츠와 대학생들의 데모행위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가지를 더 첨부시킨다면 헌법 개정을 앞둔 정가의 점치기 어려운 정치 기상도도 한 몫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스포츠는 바로 반독서 행위, 즉 독서의 적 그것이다. 올해를 출판계의 유사 이래 불황이라고 하는 것은 다시말해 그만큼 스포츠 경기는 미증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말로 환언할 수 있는것이다.

 그것도 그럴것이 야구에다, 씨름에다, 멕시코 월드컵축구에다 온통신경을 잡아매 두었었고, 이어 전국체전이 기승을 부렸었다. 이것들이 대충 마무리를 짓게 되나 보다 했더니 이젠 아시안 게임이 이 나라를 온통 스포츠로 가득 채우게 될 터이니 어느 누가 책이나 읽고 가만히 앉아 있을수 있겠는가.

 고래로부터 스포츠를 즐기는 스포츠맨들은 책과는 거리가 먼 축들이었다. 선수들은 말 할 것도 없고 보고 즐기며 껌이나 상스럽게 씹어대는 관람객들도 책을 읽으면 눈에 가시가 돋는(?) 사람들이다. 학교나 직장에서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오늘의 스타로 부러움을 사고 있은 것은 아마 80년대 들어서의 일일 것이다. 그전에는 공부만이 최우선의 과제였지 스포츠 같은 것은 안중에 두지 않았고 누가 쳐다보라고 해도 안 쳐다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스타가 되면 몇 억원 또는 몇 십억원의 거금이 하루 아침에 생기게 되니 부러움을 살 수 밖에 없겠고, 이런 풍조는 죽어라고 공부만해서 출세하려는 학구파들을 비웃는 반작용으로 대두되고 있으니 한심한 세상이 되어버린 느낌이 없지 않다.

 어쩌다 휴일에 집에 있으면 텔레비젼 구경이라도 할까 하고 채널을 돌리면, 모조리 스포츠중계 뿐이니, 이 사회를 스포츠가 지배하는「스포츠천국」이라 해서 지나칠 것인가. 이처럼 나라 안이 스포츠 중독으로 가득차 있으니 누가 책을 읽는단 말인가. 가난하다 돈이 좀 있으니 오래 살아야겠고 오래 살기 위해서는 스포츠와 가까와져야 하겠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한다는 느낌이다.

 갈수록 스포츠는 열기를 더해 나날이 폭발해 갈 것이고, 여기에 반비례해서 독서 인구는 엄청닌 감소 추세를 보일터이니 출판사, 잡지사 들이 살아 남고, 서점들이 견뎌낸다는 것은이  시대를 살아 가는데 가장큰 고통 중의 하나일 듯하다.

 이런 걸 생각할 때, 자녀들에게 일찌감치 공부는 종쳐 버리게 하고 스포츠 계통으로 기수를 돌리게 하고 싶은 꿀떡같은 마음이 하루에도 열번은 더 변덕을 부리는 요즈음이다.
그러나 스포츠는 반짝이는 한 때이지 일생을 통한 전부는 아닐 것이기 때문에 다시 고쳐먹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독서 인구가 자꾸 줄어들고 있을 땐, 책을 안 읽어도 전국민에게 스포츠가 밥을 먹여 줄 수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허기야 스포츠를 더 없이 광란하고 있는 국민에겐 그렇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를 걸고 싶다. 나만이 갖는 역설인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