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마약

권두수상

2007-06-05     관리자

우리나라는 몇가지 세계적으로 불명예스런 기록을 갖고 있다. 교통사고 기록이 세계의 으뜸을 달리고 있으며 1인당 술(酒)소비량이 세계의 수위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보드카의 나라 소련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들은 술많이 마시는 국민으로 세계에 알려졌다.

주류업체가 89년 11월말을 기점으로 조사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2백63만3천 킬로 리터의 술을 마셨다. 병 수로는 모두 55억 병으로 국민 한 사람이 한 해에 1백31병을 마신 셈이다. 우리는 이틀에 한병 꼴의 술을 마신 것이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술꾼의 나라가 됐다. 이대로 진행되면 나라가 모두 술에 젖어 흐물거릴 것 같다. 걱정이 매우 크다.

술과 함께 마약이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치안본부가 집계한 89년도 마약사범은 우리를 다시 놀라게 한다. 작년 한해 동안 전국에서 1천 8백명의 마약사범이 적발돼 이 가운데 9백1명이 구속되고 1천2백명이 불구속 입건 됐다. 이들 사범을 마약의 종류별로 보면 히로인 등 마약이 4백34건이다. 이 숫자는 88년 1백5명에 비해 세배나 늘어난 것이다.

대마초 흡연자는 5백14명으로 전년보다 두 배가 늘었다. 지역으로 보면 부산이 5백2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이 2백58명, 서울이 1백91명의 순서다. 마약사범을 연령별로 보면20대가 7백16명으로 전체의 38%라는 압도적인 숫자를 보였다. 다음이 30대로적발자의 20%에 해당되는 3백72명이었다. 도대체 우리나라 20대와 30대 소위 말해, 젊은 세대는 무엇이 그토록 압세(압세)스러워서 마약에 스스로를 팔고 있는지…. 양식있는 사람들의 걱정스런 한숨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마약의 적신호 지역에 들었음을 이 통계는 경고해준다.

아메리카의 꿈이 흔들린다

요즘 미국이 마약 때문에 체면이 말이 아니다. 워싱턴시장이 연방수사부에 의해 마약복용혐으로 구속됐다.
미국의 상징도시인 워싱턴의 시장이 마약에 무너졌다는 뉴스는 전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워싱턴에서는89년 한해 동안 4백38명이 마약으로 사망했다고 전한다. 일부에서는ꡐ아메리카의 꿈ꡑ 자체를 회의하기도 한다. 미국은 마약의 근거지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파나마에 군대를 파견했다. 그런 미국이 자신의 심장부에 마약주사 바늘이 꽂혀 있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미국은 지금 마약과 술에 비틀거리고 전율하고 있다.

술과 마약은 동서고금을 통해 나라를 좀머근 공포로 간주됐다. 술로 인한 국민의 기강이 흔들릴 겨우 국가는 즉시에 그에 대응하는 조처를 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주령을 내린 기록이 일찍부터 나타났다.

금주령(禁酒令)은 백제때부터 시작됐다

기록상 우리나라에서 금주령이 발동됐던 것은 ꡐ백제ꡑ 다루왕 (多婁王)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다루왕11년 서기38년 가을에 곡식이 여물지 않아 백성들에게 양주(釀酒)를 금했다고 한다.

고려 충수왕(忠修王) 27년 (서기1324년)에 가뭄이 심해 금주령을 내렸고 충목왕(忠穆王) 27년 (서기1347) 공민왕(恭愍王) 31년(서기1354)에도 가뭄으로 금주령을 내렸다고 전한다. 조선조에 들어서도 흉년이 들자 금주령을 내린 때가 많았다. 중종(中宗)은 재위 17년 되는 해(1522) 6월 가뭄이 심하게 들자 금주령을 전국에 내렸으며 그로부터 5년 후인 1527년 5월 25일 흉년이 들어 백성들의 마음이 들뜨자 혼인, 상제(喪祭), 노병(老病) 치료용 이외는 일체위 술을 금했다.

영조(英祖)는 금주령과 관련한 많은 기록을 남겼다. 영조 7년 (서기1731)에 신하로부터 금주령 공포의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영조는 ꡒ술이 없으면 어떻게 조상에 제사를 지내겠는가…ꡓ 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2년 후인 1733년 곡물가격이 높아지자 금주령을 내렸다. 이어 1756년 10월에 영조는 금주령을 범하면 직위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엄한 처벌을 가했다.

금주령을 위반해 멀리 유배당하거나 평민계층인으로서 강등돼 노비로 팔린 사람도 있었다. 영조는 1764년 금주령을 강화해 사대부로서 양주 금주령을 어기면 서민으로 격하시킨 뒤 섬이나 북방의 육진에 보내 중노동을 시켰다. 마치 5.16때 사회정화를 한다면 불량배를 색출, 제주도 한라산 관통도로 현장에 보냈던 것과 같은 형식이었다. 영조 40년에는 5월 과천 수령과 직원들이 술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한 죄로 유배됐다.

알 카포네를 아는가?

미국의 경우 1917년 헌법을 수정해서 미국영토내에서 술을 만들거나 판매하고 운반 또는 수출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시키는 일대 금주령을 발동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주령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관리와 치안당국의 부패가 오히려 밀주(密酒)의 암거래를 묵인했다. 저 유명한 ꡐ알 카포네ꡑ가 ꡐ야간대통령ꡑ으로 군림했던 기록을 우리는 지금에 와서 영화로 적나라하게 본다.

금주령 아래서 관리들은 알 카포네의 뇌물에 놀아났다. 정부관리들은 낮이면ꡐ하딩ꡑ, 당시의 대통령에게 충성했고 밤이면 폭력의 왕 '알 카포네'에게 충성했다.

이른바 광란의 20년대(Roaning Twenties)를 미국은 겪어야 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오늘 미국은 금주령이 아닌 마약소탕령이라는 작전을 국내외로 벌이고 있다. 과연 미국은 마약 대책이 얼마만한 성과를 거둘 것인지 우리는 두고 봐야할 것이다. 마약과 술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우리 정부에서 만약 주류업자들의 압력이나 야간업소의 농간에 서슬이 무너지는 일이 없는지 스스로 점검해봐야 한다.

종교의 기능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종교가 오늘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만큼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종교는 술을 금지하는 계율을 강조한다. 특히 금주에 보수성을 보이는 종교는 불교와 이슬람이다. 그렇다고 기독교가 금주에 관용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술과 마약으로 병들어 있는 미국사회에서 기성종교로서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는 현상을 안타까와 하는 것이다.

미국을 귀감삼아서 우리나라의 기성종교는 술과 마약이 사회문제로 등장해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를 걱정하고 싶다. 종교는 양심의 최후 보루다. 종교적 양심으로 치유될 수 없는 사회병은 물리적 대수술을 해야 제거된다. 물리적 수술이란 강압이고 폭력이다. 사회가 강압과 폭력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시작하면 실로 가공할 국면으로 가고만다.

종교는 실질적이고 효과있는 불음주 활동를 펴야할 것이다. '살생하지 말라''도둑질 하지 말라'' 사음하지 말라''진실과 다른 말을 하지 말라''술먹지 말라'고 당부하고 가르쳐도 술꾼과 마약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우리 종교는 종파를 초월해서 심각해진 불음주계(不飮酒戒)의 확실한 실천에 새로운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