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하는 法

禪의 고전/林間錄

2009-11-06     관리자

  1 言說法身

 [달관(達觀)선사 계속]
 열반경에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리기를,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모든 부처님이 비밀장(秘密藏)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유를 들면, 여기 한 환술사(幻術士)가 부리는 목인(木人)과 같아서 그 목인은 좌우를 쳐다보기도 하고 몸을 굽히기도 하지만 그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고 환술사가 부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법은 그러하지 않아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를 알게 하십니다. 그러하옵거늘 어찌하여 부처님께서는 비밀장이 있다고 하십니까?』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가섭보살을 칭찬하시기를

『옳다, 선남자여. 네 말과 같이 여래에게는 실로 비밀장이 없느니라. 저 가을밤 하늘에 만월(滿月)이 떠서 맑고 청정하며 조금도 이그러진 데가 없는 것을 사람들이 다 보는 거와 같다. 여래의 말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말하는 바가 완전히 드러나고 청정하고 또한 조금도 이그러짐이 없다. 그렇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여기에 비밀장이 있다고 한다. 지혜있는 사람은 밝게 사무쳐서 숨긴 바가 있다고 하지 않는다.』

 또 이르기를,
『말이 없다고 하는 것은 마치 어린 아이가 말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거와 같다. 말이 있지만 실로 그에게는 말이 없는 것이다. 여래도 또한 그와 같다. 말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비밀한 말이 될 것이다. 말하는 바가 있다 하더라도 중생은 알아듣지 못 할 것이다. 그러므로 말이 없다고 한다.』하였다.

 그러므로 석두(石頭)선사가 말하였다.
『말씀의 참뜻을 알아서 모름지기 그 종지를 알아들어야 한다. 결코 한계를 지으면 아니 된다.』하였고,

또 약산(藥山)선사가 이르기를,
『모름지기 스스로 도와야 한다. 그렇다면 말을 아주 물리쳐서는 아니 된다. 나는 지금 그대들을 위하여 이런 말을 하여서 말이 없는 도리를 나타내는 것이다.』하였으며,

장경(長慶)선사가 이르기를
『二十八대 역대 조사들은 모두 마음을 전한다고 말하였고 말을 전한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러라. 마음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만약 말로 어두움을 열지 아니한다면 어찌 달(達)한 사람이라고 할 것인가?』하였다.

또 운문(雲門)선사가 말하엿다.
『이 도리가 만약 언어 상에 있는 것이라면 三승(乘) 十二분교(分敎)에 어찌 말씀이 없다 하랴. 그런데 어찌 하여 교(敎)밖에 따로 전한다[敎外別傳]고 하는 것일까? 만약 배워서 이해하고 알아듣는 것으로 얻는다면 저 십지(十地)성인들은 그 설법이 구름과 같고 비를 퍼붓는 거와 같이 잘 하는데도 오히려 부처님은 성품을 보는 거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꾸지람을 들었을 것인가? 이로써 알 것이다. 만약 일체 심(心)이 있으면 하늘과 땅과 같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비록 그러하다고 하나 만약 이 도리를 참으로 안 사람에게 있어서는 어찌 불(火)을 말하였다고 하여 그입이 탈 것인가?』
고 하였다.

 나는 항상 말하기를,

『납자가 만약 이 도리를 사무쳐 안다면 마땅히 모든 부처님은 설할 바 법이 없음을 알 것이고 언설법신(言說法身)을 증득하리라. 어떠한 것이 언설법신일까? 머리 끊긴 배가 양주(楊州)로 내려간다.』
하리라.

  2 대유령의 그물

 조계(曺溪)대사가 열반에 들려고 할 때에 문인 행요(行瑤), 초속(超俗), 법해(法海) 등 제자가 물었다.

『화상의 법을 누구에게 부치시옵니까?』
『내 법을 부촉 받은 자, 二十년을 지나서 이땅에 크게 드날리리라.』
또 물었다.
『누구에게 전하십니까?』
『만약 그것을 알고자 하거든 대유령(大庾領) 위에서 그물로써 잡아라.』하였다.

 규봉(圭峰)이 하택(荷澤)을 세워서 대사의 바른 법을 전해 받은 적자로 삼고저 이 글을 해석 하기를.
『영(嶺)이라 한 것은 높다는 뜻이다. 하택은 성이 고(高)씨다. 그러므로 은밀히 이 뜻을 보인 것이다.』
하고 양공[회양(懷讓)선사]를 눌러서 그를 방출(傍出)로 만들고자 하였다.

『양은 조계문하의 방출이고 범범한 무리다.』
하였다. 이러한 유가 수천 명이나 된다.

 슬프다,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않고, 금(金)을 잡는 자는 사람을 보지 않는다 하더니 참으로 그 말이 빈 말이 아니다. 규봉의 소견으로는 오직 하택만이 보였다. 그래서 그 밖에 다른 종사의 옳고 그른 것을 묻지 않고 모두를 허물었다. 대유령 위에서 그물로써 잡아라 한 말씀은 이것이 조계 대사의 묘한 뜻을 온전히 드러낸 것인데 이것을 뜻으로서 쉽게 알아듣고자 하였다. 회양선사는 승(僧) 중에서도 다시 승이다. 그런데도 그를 범범한 무리라고 한다. 자세히 규봉의 뜻을 살피건대 참으로 천년 뒤에도 두고 두고 웃을 일이라 하겠다.

  3 머뭄 없는 마음

 노안(老安)국사가 말하였다. [염관(鹽官)] 제안(薺安) 국사를 말함]

『금강경에 이르기를,「마땅히 머문 바 없이 마음을 내라」하였다. 머문 바 없다 하는 것은 형상에 머물지 아니 하고 소리에 머물지 아니 하고, 미혹한 데도 머물지 아니 하고 깨달음에도 머물지 아니 하고 체에도 머물지 아니 하고 용(用)에도 머물지 말라 한 것이며 또한 그 마음을 내라 한 것은 일체 법에 즉하여 곧 일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만약 선(善)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면 곧 선이 나타나고 만약 악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면 곧 악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하여 본심이 곧 숨어버리고 만다. 만약 머무는 바가 없다면 시방세계가 오직 일심 뿐이다.』

 참으로 알지라. 조계(曺溪六祖)대사가 말하기를,「바람도 번(幡)도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동하는 것이다」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