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교리강좌] 천태사상 ( 天台思想 )

2007-06-04     해주스님

 경전을 오시팔교로 교판하고 제5시와 일승원교에 속하는 <법화경>의 절대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세운 독자적인 교설이 천태의 사상체계이다.

 천태교학은 존재의 양상을 밝히고 있는데, 그 그본적인 세계이론으로 일념삼천 (一念三千 ) 사상을 내세울 수 있다. 일념삼천이란 일념은 한순간 혹은 일 찰나의 한 마음을 의미하는데, 그 일념 가운데 삼천의 세계가 갖추어져 있어서 다시 의지할 것을 필요로 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니, 이것이 천태의 성구실상론 (性具實相論 )이다.

 불교에서는 윤회하는 고통의 세계를 6도 (六道 )로 보고 있다.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여섯 세계이다. 이 6도를 벗어난 곳이 깨달음의 세계이니 대승불교에서는 이에 성문승, 현각승, 보살승으로 나누고 있다.

 이 삼승 위에 천태는 불승 (佛乘 )인 또 하나의 세계를 더하여 6범 4성 (六凡四聖 )의 열 세계 (十界 )를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10계는 각각 별개의 세계가 아니라 각 세계에 다른 10계가 갖춰져 있다고 한다. 이것이 십계호구 (十界互具 ) 사상이다. 말하자면, 우리 인간계에는 그 자체 가운데 인간분 아니라 지옥, 아귀, 축생, 수라, 하늘, 그리고 성문, 연각, 보살, 불  (佛 )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보면, 화가 나서 싸울 때는 수라세계의 중생과 같고, 어느때는 보살과 같은 대자비심을 일으켜서 이웃을 돕기도 한다. 순간순간 그 마음이 달라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착한마음과 똑같이 악한 마음이 내재해 있고, 아무리 악한 인간이라도 악심과 동신에 선심이 있다는 뜻이다. 가능성으로서 10계를 다 갖고 있다. 이처럼 지옥계에도 그 자체에 불계까지 존재하고, 불계에도 지옥계까지의 10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성불할 수 없다는 일천제 (一闡提 )도 닦아 얻은 선 ( 修善 )은 없으나 본성인 가능성으로서의 선 ( 性善 )은 있으며, 부처도 닦아 여의어야 할 악 ( 修惡 )은 없으나 가능성으로서의 악 ( 性惡 )은 존재한다고 한다.

 만약 부처에게 성악조차 없다면 악으로 가득찬 중생계에 시현해서 중생을 제도할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비지옥도 모두 부처의 마음에 있고, 부처의 세계도 범부의 일념을 넘지 않는다. 이같이 부처에게까지도 악이 있다는 주장이 바로 '성악설' 이다.

 이렇게 십계 상호간에 십계가 갖춰지므로 백계의 세계가 이루어진다. 이 백계에 십여시(十如是)가 덧붙여져서 천세계가 된다. 십여시란 <법화경> (방편품)에 나오는 여시상 (如是相), 여시성 (性), 여시체 (體), 여시력 (力), 여시작 (作), 여시인 (因), 여시연 (緣), 여시과 (果), 여시보 (補), 여시본말구경 (本末究竟)을 말한다.

 십여시의 구체적 의미를 보면, 상 (相)은 겉모습이니 표면에 나타나 관찰이 용이한 형상이다. 성은 성분이니 내재하는 불변적본성, 본질이다. 체는 체질이니 상과 성이 합하여 이루어진 중생의 주체이다. 역은 역용.공능이다. 작은 작위.조작이다. 인은 업인이니 미래의 과를 초래케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연은 조연이니 간접적인 원인이다. 과는 결과이니 지은 바 인에 따라 얻어진 과이다.

 보는 과보이니 간접적 연으로 생겨나게 된 내세의 보응이다. 본말구경은 본상으로부터 말보에 이르기까지의 본말이 모두 구경평등하여 차별이 없음을 말한다. 온갖 법은 이러한 외면의 형상, 내면의 본성, 사물의 주체, 잠재적 힘과 작용, 구조, 직접적 원인, 간접적 원인, 직접적 인의 결과, 간접적 연의 과보, 그리고 이 형상에서 결과까지를 궁구하는 평등원리 등 십여시를 다 갖추었다는 것이다.

 이 일천세계에 다시 삼종세간 (三種世間)을 곱하여 삼천세계가 나오게 된다. 삼종세간이란 오음세간, 중생세간, 국토세간을 말한다. 중생세간은 정보 (正報)로서 주체적인 중생을 말하며, 국토세간은 의보 (依補)로서 중생이 살고 있는 환경인 국토를 말하며, 오음세간은 오온세간이라고도 하니 일체를 구성하는 색수상행식 등의 요소로서 앞의 두 세간의 통체를 말한다. 백계천계의 체성을 분석해보면 기본적으로 이 오온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화엄교학 (華嚴敎學)에서는 지정각세간 (智正覺世間), 중생세간 (衆生世間), 기세간 (器世間) 등의 삼종세간을 설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전체 우주의 모습, 즉 삼천의 실상이 곧 일념 속에 존재한다고 간주하여 일념삼천이라 한 것이다. 삼천세계가 한순간의 우리 마음에 다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열념삼천설인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순간 순간의 일념 가운데 삼천세계가 갖춰 있으며, 우주의 삼라만상이 낱낱의 당처에 삼천세계를 갖추었다는 뜻이다. 이 갖추었다는 것은 공간적으로 삼천을 포함하고 시간적으로 삼천을 발생한다는 것이 아니고, 낱낱 그대로가 삼천의 제법임을 표시하는 말이다.

 이 삼천베법중 한 법을 들면 반드시 삼천의 제법을 갖추는 터이나 가장 관하기 쉬운 자기의 망심을 취하여 처음 공부하는 행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에게 있는 무한한 가능성은 불계에도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이다. 여기서 불타의 세계로 갈 수 있는 천태의 체계적인 실천 방법으로 지관겸수가 주창되고 있다. 이른바 천태선 (天台禪)이라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지관 (止觀)은 일찍이 관심의 선수행으로 간주되었다. 지관의 지는 모든 심상 (心想)을 정지하고 무념에 머무는것을 말하고, 관은 망상의 산란한 마음을 멈추고 참 지혜가 나타나서 모든 존재의 참모습인 실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지는 정 (定), 관은 혜라고 번역 되기도 하고 또는 적과 조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아무튼 지와 관은 실제로는 둘이 아닌 하나로, 마음을 일정한 곳에 멈추어 진리를 관찰하는것이다.

 이 지관의 방법에는 삼종지관이 있고, 그 대표적인 원돈지관에는 사종삼매, 십승관법, 일심삼관 등의 정수행과 이십오 방편의 방편행이 있다. 여기서는 사종삼매 (四種三昧)와 일심삼관 (一心三觀)에 대해서만 약술해 보기로 한다.

 일심삼관이란 원융삼관이라고도 하는데 일심을 대상으로 하고 삼제 (三帝)가 원융함을 관하여, 삼관상이 일심중에 성립함을 관찰하는 것이다. 일체 존재의 실상을 원융삼제의 관법으로 발견해가는 것이다.

 삼제란 공.가.중의 세 가지 진리이다. 모든 존재하는것은 공이라고 관하는것을 공제라고 한다. 가제란 모든 존재를 가라고 인정하는것이다. 제법의 체성은 공하나 현상적으로 없지 않으므로 가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또한 가인 현상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하여 다시 가제와 공제를 상호 부정하여 증제를 말하게 된다. 가제에 의해 공제를 부정한 것처럼 공제에 의해 가제를 부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중제는 공제와 가제를 떠나 있는것은 아니다. 공제 가운데 가제와 중제를 포함하고, 가제 가운데 공제와 중제를 포함하며, 중제 가운데 공제와 가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 세가지 존재의 자각이 혼연하여 일체가 된 곳에 삼제원융의 경지가 전개되는 것이다. 한 경계에 이 삼제가 갖추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것을 즉공,즉가,즉중의 삼제라고 한다. 이 삼제의 진리를 관하는 것이 삼관이며, 우리 한 마음이 그대로 원융삼제라고 관하는 것이 일심삼관이다. 모든 존재가 있는 그대로 제법실상의 진리라고 보는 근거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삼천 삼제가 일념 일심에서 생긴 것이고 또 그것에 갖추어진 것으로 파악하였으니, 일심은 만상과 그 실상의 원천으로서 진여 본성 곧 본체와 상통하는 것이다.

 사종삼매란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오로지 집중하여 바른 지혜를 얻기 위한 실천의 방법으로 신체의 서고 앉는 동작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눈 것이다.

 먼저 상좌삼매이니, 앉은 채로 마음을 가라앉혀서 한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면서 진리를 관하는 것이다.

 다음은 상행삼매이니, 도량내 불상의 주위를 걸으면서 아미타불의 명호를 염창하는 것이다. 셋째는 반행반좌삼매이니, 방등삼매 혹은 법화삼매라고도 한다. 일정한 기간(三七日) 동안 불상의 주위를 돌면서 걷기도 하고 좌선도 함께 겸하여 하는 수행이다. 이때에는 예불, 참회, 송경 등을 수행한다.

 넷째는 비행비좌삼매이니, 앞의 세 삼매 외에 할 수 있는 모든 삼매를 말한다. 말하자면 신체의 행주좌와 어느 동작이든 관계없이 그 동작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응시하여 지혜가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 사종삼매라는 천태의 실천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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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주 : 청도 운문사에서 출가. 공주 동학사 강원대교과를 졸업하였으면, 동국대학교와 둥국대 대학원에서 화엄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