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불교강좌] 마왕의 속삭임

*청소년 불교강좌

2009-10-21     반영규

많은 경전과 법문을 통해서 불교를 알게 되고 또 많은 것을 얻어 슬기로운 삶의 지혜로 삼는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는 한문 경전과 대승경전이 매우 난삽하고 부담이 되어 그 진의를 깨닫기가 어렵다. 이에, 이른바 초기경전이라 일컫는 아함경에 있는 짤막한 세존의 법문을 통해 현실과 현대인의 갈등을 관조해 보고자 한다.

문답 형식의 게송 가운데 번개처럼 스치는 인정과 지혜가 있다.

네란자라강가의 고요하고 깨끗한 우루벨라마을 근처의 보리수 아래, 모든 고뇌와 윤회에서 벗어나 바른 진리를 깨치시고 이제 막 부처가 되신 세존께서, 깊고 오묘하며 안락한, 그러면서도 다시는 깨어지는 일 없는 무한한 해탈의 즐거움<法悅 >에 잠기어 이런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다.

‘아, 내가 아무 이익도 없는 고행(苦行)에서 떠나기를 잘했다 확고하고 바른 사유(思惟)로 진리를 깨닫고 이제 부처가 되었도다.’

이 때 세존께서 출가하실 때부터 줄곧 따라다니며 갖가지로 세존의 수행을 방해하던 마왕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젊은 사문(沙門)이여, 고행을 떠나지 말아야 사람이 맑아지는 것, 그대는 청정의 길인 고행을 떠나 맑지 못하면서 맑다고 생각하는도다.”

세존께서는 고행을 포기한 뒤 마음 한 구석에 ‘고행을 그만 둔것’에 대한 일말의 회의가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처가 되시고 나서 ‘과연 고행을 떠나길 잘했다.’고 안도(安堵)하신 것입니다. 이런 세존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본 마왕은 어떻게든지 세존의 마음을 돌이켜서 다시 고행을 하도록 함으로써 세존께서 부처가 되시는 것을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다해 겁을 주고 협박을 한것입니다.

세존께서 부처가 되신다는 것은 마왕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위협이며 분한 일이었습니다. 세존께서 고행을 포기하시기 직전 ㅡ다시 말해서 세존의 생명이 바람 앞의 가냘픈 불빛 같았을 때, 마왕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습니다.

‘옳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고행하라, 젊은 사문이여, 청정하려거든 더 심한 고행을 하라.그대의 목숨은 이제 내 손아귀에 있구나, 흐흐흐’ 하면서 세존의 고행을 부추기면서 속으로는 세존의 목숨이 끊기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경에 고행하시던 세존의 모습이 이렇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팔 다리는 죽은 나무가지 같고
궁둥이 뼈는 불쑥 드러나 보였고
등뼈는 새끼줄같고
갈비뼈는 나무가지에 종이를 바른 것처럼 앙상했고
머리가죽은 쭈구렁박처럼
쭈글쭈글 했으며·····.’

너무도 처참한 몰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이러다가는 깨달음을 얻기는 커녕 목숨까지 잃겠다. 기운을 차리고 기어코 깨달음을 얻으리라.’ 생각하시고, 기어서 네란자라강으로 드시어 목욕을 하시고 그 마을 촌장의 딸 수자라가 바치는 우유죽으로 기운을 차리시고 보리수 아래에 자리를 잡으시고 선정에 드셨던 것입니다.

이 광경을 본 마왕은 가슴을 치고 분해 했습니다. 세존께서는 이런 마왕의 마음을 다 꿰뚫어 보셨기에 큰소리로 꾸짖으셨습니다. ‘죽음이 없는 해탈을 이루는데 그 어떤 고행도 이롭지 못함을 나는 안다. 마치 뭍에 올라온 배의 키처럼 아무 이익도 없음을 나는 안다. 나는 계(戒)와 정(定)과 혜(慧)로써 깨달음의 도를 닦아 마침내 부처가 되었다. 파괴자여, 그대는 패(敗)했도다.’ 더 버틸 기력조차 잃은 마왕은 ‘고오타마는, 나를 다 아는도다. 부처가 되어 나를 꿰뚫어 보는도다.’ 하며 시들은 풀잎처럼 괴로와 하며 힘없이 몸을 숨기고 말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지 얼마 뒤, 세존께서는 바라나시국의 서울 라자가하 근처의 마다가야에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니들이여, 나는 바른 사유<선정(禪定)>과 노력<정진(精進)>으로 최고의 해탈에 이르렀으며, 최고의 해탈을 체득할 수 있었다.

비구들이여, 그대들 또한 바른 사유와 바른 노력으로 최고의 해탈에 이르고 최고의 해탈을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자 마왕이 다시 세존께
“그대는 지금 천계와 인간계에서 악마의 덫에 걸렸으니 악마의 오라에 묶였도다. 사문이여,그대는 아직 내게서 벗어나지 못했느니”하고 다시 도전을 했습니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의연하게 꾸짖으셨습니다.
“마왕 듣거라, 나는 하늘 세계, 인간 세계에서 악마의 덫에서 벗어 났느니라. 악마의 오라를 풀었느니라. 파괴자여, 그대는 패했도다.”

아함경에는 이와 같은 마왕의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이 마왕은 세존께서 출가하실 때부터 줄곧 따라다니며 일일이 방해를 했습니다. 때로는 무시무시한 마귀로, 때로는 요염한 여인으로, 때로는 칼과 창으로, 때로는 달콤한 속삭임으로, 때로는 극심한 비바람으로···.

그러나 세존께서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극복하시고 마침내 부처가 되신 것입니다. 이처럼 세존의 성도(成道)를 끈질기게 방해했던 이 마왕은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고 따라다니며 귓가에 대고 달콤한 말로 속삭입니다.

“이제 막, 인생의 봄을 맞은 그대여, 밖은 청명한 신록의 계절, 감미로운 음악이 있고, 방긋 미소 짓는 이성 친구가 있고 정다운 벗들이 그대를 기다리네.
·
인생의 봄을 맞은 그대여. 하고 많은 날 죽을 때까지 할 공부 오늘 하루 쉰다고 어떠하겠나, 어서 책을 덮고 밖으로 나가게!” 이 속삭임은 강한 호소력과 매력이 있어 어린 청소년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합니다.

‘그래, 오늘은 하루 즐겁게 놀고 내일부터 열심히 하면 되지···’ 책을 덮고 일어섭니다.

“인생의 봄을 맞은 그대! 잘 생각 했어, 오늘만 날인가? 어서 나가게! 인생의 봄은 결코 길지 않아, 친구와 더불어 새 봄의 낭만을 한껏 즐기고 오게<흐흐흐 잘한다. 그래, 그래, 전자오락도 하고 이성친구와 실컷 즐기고, 야구 구경도 하게, 지금 즐기지 않으면 언제 또 인생의 봄을 즐기겠나·····흐흐흐>’

마왕은 끝없이 속삭입니다.
“내일 일은 내일 또 생각해, 뭐 그리 소심하게 걱정을 하나. 즐기라구.” 내일도 속삭이고 모레도 속삭입니다.

어린 청소년들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마왕의 덫에 걸리고, 오라에 묶입니다. 거미줄에 걸린 가냘픈 나비처럼, 뱀에 잡힌 개구리처럼, 맥도 못추고 올켜듭니다. 마침내 학생으로서, 어린청소년으로서 해서는 안될 짓까지 저지르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마왕의 유혹은 그럴듯 합니다. 명분이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유혹에 넘어간 나의 언행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이런 저런 구실과 핑계를 댑니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는 속담대로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자신에게 까지 변명을 하면서 핑계를 댑니다. ‘어쩔 수 없었다.’ ‘불가항력이었다’ 고 자신을 포기합니다.

인간의 마음이 늘 갈림길에 서 있으며 그 갈림길에서 반드시 망설이게 되는 인간의 가장 약한 속성을 마왕은 노리고 있다가, ‘무엇을 망설이느냐? 내 말대로 하라고. 그게 그대를 위한 길이야!’ 하고 속삭여 주면 기다렸다는듯이 마왕의 말에 따릅니다.

마왕의 속삭임은 사람을 비열하고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이는 덜 배운 사람보다 더 배운 사람의 경우 더욱 두드러집니다.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사회적인 행동반경도 넓고, 그런 만큼 유혹도 많습니다. 그리고 배웠기 때문에 자기 변명도 논리적입니다.

얼핏보기에는 매우 타당한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잘못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문명이 발달하고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사회가 발전할수록 갈등과 고뇌가 더해가고 불합리한 모순이 드러나게 되고, 인간은 더욱 고뇌하게 되며 고독해지는 까닭이 바로 이런 데에 있는 것입니다.

이른바 최고학부를 나온 지식층의 젊은 부부가 부모를 모시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들 부부에게 마왕이 무어라고 속삭였기 때문이겠습니까.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타이트한옷차림으로 괴성을 지르며, TV를 독점하고, 게그니, 코미디니 하는 저급문화가 어린 청소년들의 동경하는 바가 되고, 지도급이 인사들이 외화 도피, 독직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대학생들의 말끝마다 상스럽고 거친 낱말이 튀어나오고, 10대청소년들의 성이 문란해져서 어린 소녀들이 낙태가 날로 늘어나고, 청소년 범죄는 점점 포악해가고···,이런 향락 풍조, 질서의 문란 그리고 윤리의 붕괴현상은 모두 이 마왕의 속삭임 때문인 것입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몇 번이나 이 마왕의 달콤한 속삭임을 듣습니까? 달콤한 마왕의 이 속삭임이 들릴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십니까?

마왕의 속삭임을 10번 들었을 때 그 중 몇 번이나 자신의 소신대로 해내었습니까?

우리가 세존의 가르치심을 공부하고, 학교에서 힘든 공부를 하고, 지겹도록 어른들의 잔소리를 듣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마왕의 속삭임을 들어도 의연하게 이겨낼 수 있는 바른 생각, 바른 시각, 굳은 의지를 배우고 다져가기 위한 것입니다,

이론이나 지식만으로는 마왕의 속삭임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꾸준히 실천해야 합니다. 꾸준한 노력만이 나를 마왕의 속삭임에서 지켜줍니다. 운동 선수가 이론이나 지식만으로는 금메달을 딸수 없듯이···.

‘마왕이여, 나는 부처님의 가르치심에 따라 몸과 마음을 바르게 닦는 배달의 자손, 너의 덫에 걸리지 않는도다. 너의 오라에 묶이지도 않는도다. 너는 이미 패자니라.



*반영규  ·1929년 서울 태생  ·불교문서포교회 대표  ·젊은 부르나들의 모임 대표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