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에 이르는 길] 18. 해탈(解脫)·대자유

*특별기고 : 해탈에 이르는 길 〔18〕

2009-10-21     성철 스님

[13] 法喜스님의 신통력

수양제 (隋揚帝), 천하에 악명 높은 폭군, 임금이 있지 않습니까. 당시에 법희(法喜)스님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신통력을 행사한다는 소문이 나고 하여 수양제가 그를 궁중에 모셔 들였습니다. 하루는 온 궁중을 돌아다니며 양두(羊頭), 양의 머리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황제가 그를 잡아 가두게 했습니다.

그러나 소문을 들으니 여전히 거리에 나다닌다고 합니다. 문을 열고 방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고이 놓인 가사위에 웬 뼈무더기가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몸의 뼈를 그대로 두고서 거리에 나다니는것입니다. 수양제 그가 손 안들고 베겨 나겠습니까?

얼마 후에 수양제는 맞아 죽고 말았습니다. 그 때서야 스님에게는 아무 소용없는 양두를 찾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스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여전히 거리를 다니며 여러 설법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사주대성(泗州大聖)이니, 포대화상(布袋和尙)이니 하는 스님들! 온 천하가 다 알기를 돌아가신 뒤에도 거리를 다니신 것입니다.

오죽하면 ‘사주사람이 대성을 본다<泗州人見大聖>’는 속담이 생겼겠습니까. 조금도 의심없다는 말입니다.

[14] 누구나 공부하면 된다.

이런 등등, 불교역사에서 가장 드러난 사실, 자유 자재한 사실들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 큰 스님들이 하는 것을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불성자리는 다 같습니다. 누구든지, 공부를 성취하면 다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관세음보살도 될 수 있고, 지공화상도, 배도스님····· 부처가 되는것인데!
“참선하는 사람은 화두만 깨치면 그만이지. 스님은 무슨 그런 신기한 이야기만 자꾸 하시는가? 그런 이야기들은 외도(外道)말이 아닌가?” 이렇게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깨치면 그만이지, 잡담같은 그런 신기한 이야기는 뭘 하려고 자꾸 하는가 이말입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런 것이 선종사상에서 벗어난다고 하면 달마스님이 신짝 하나 만들고 간 사실, 그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까. 달마스님이 돌아가신 후 웅이산에 묘소를 만들었습니다. 총령에서 사람을 만났습니다. 천자에게 이야기해서 그 묘소를 파보니 신짝 하나 뿐이었습니다. 그러면 달마는 외도 아닌가? 달마스님은 그런 짓 왜 했어? 그러니까 이것은 무엇이냐 하면,
“누구든지 해탈도를 성취하면 이런 대자유 자재한 능력이 있고 대자유 자재한 생활이 있다.” 이 말입니다.

[15] 달마스님의 미투리 한짝

이에 대해 한마디 만 더 붙이고 끝맺겠습니다. 선종에서 조사(組師)중의 조사라는 조주선사(趙州禪師) 조주스님이 그에 대한 법문이 있습니다. 조주남쪽 석교북쪽
관음원 속에 미륵이 있도다.
조사가 신 한 짝 남겨 두었으나
지금에 까지 찾지 못하도다.

趙州南 石橋北
觀音院 襄有彌勒
祖師遺下一隻履
直至如今 覓得

그 신짝만 바로 보면 일이 다 끝나는 것인데!
조주스님 하면 천하만고에 다 아는 대조사 아닙니까. 달마스님과 연대가 별로 멀지않습니다. 그것이 거짓말일 것 같으면 조사 중의 조사인 조주스님이 하필 달마스님이 신 한짝 버리고 달아났다는 소리를 왜 하는 것이겠습니까? 조주스님의 법문, 다른 것은 다버린다 해도, 이 게송 하나만 보아도 달마스님이 신짝 하나 들고 간 것이 조금도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거짓말이라면 조주스님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입니다. 내가 이런 말, 저런 말로 누누이 입증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생사 해탈하면 대자유가 있다는 것이 조금도 틀림없으니 우리가 부지런히 공부하여 생사 해탈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 이것입니다.

[16] 공부방해 요건 3가지

그러면 생사 해탈 공부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물론 화두 공부 부지런히 해서 깨치면 그만입니다. 그 공부하는데 방해되는 제일 큰 것 3가지가 있습니다. 그 3가지만 피하면 공부 좀 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돈입니다. 공부하는 사람이 돈이 눈에 보이면 공부는 그만입니다. 요새 종단이 시끄럽고 큰 수난시대인데 그 근본을 따지고 보면 전부 돈입니다. 돈 때문에 모두 타락하고 썩고 하는 것입니다. 돈에 대해서는 참으로 독사보다 무서워하고 비상(砒霜)보다 겁을 내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참으로 돈에 끄달리지 않고 돈을 멀리하고 초탈한 그런 사람이면 실제 대도(大道)를 성취 안할래야 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돈만 보면 모두 거꾸러지고, 돈만 보면 모두 미쳐버리는걸! 옛 말도 있습니다. 황금이 흑이심(黑吏心)이라, 누런 금이 관리의 마음을 검게 한다는 말입니다.

요새 우리가 볼 때, 황금은 살승심(殺僧心)이라, 중의 마음을 다 죽인다 이 말입니다. 그 전에 어떤 기관에 근무하는 처사가 내게 왔을 때 말했습니다. 큰스님을 많이 청해 모시고 법회도 많이 한 그런 사람입니다.

“스님, 제가 요즘 한 가지 깨친 것이 있습니다. 큰 스님이고 작은 스님이고 다 알았습니다. 돈을 줘 보니 다 알겠습니다.” “그래? 나 한테는 그 돈 좀 안줄래? 돈 가져와서 그런 소릴할 것이지 맨손으로 와서 그런 소리 하면 되는가.”

“스님께는 그것이 잘 안 될 것 같아서·····.”
“한번 해 보지. 돈 가져와서.” 돈 주어 보니 다 알겠더라니! 결국 돈, 이놈 때문에 중도 그렇고, 속인도 그렇고, 모두 다 죽는 판입니다. 그러니 첫째 돈, 돈에 대해 철저하게 끄달리지 않는다면 공부할 분(分)이 좀 있습니다.

그런데 돈에 안 끄달릴 사람이 별로 없지? 어린애들도 돈만 주면 좋아 합니다. 내가 꼬마 친구들 좋아 합니다. 노래 불러라 해도 노래 안부른다 말입니다. 돈 주면 그만 노래합니다. 어떤 아이는 자기 엄마 아버지가 테리고 왔는데 아무리 노래를 부르라고 해도 안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5천원 줄게” 그래도 안합니다. 자기 아버지가 1만원 짜리 한 장을 썩 내주었더니 좋아서 덜렁 받더니 그만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이었습니다. 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참으로 도를 성취하려면 돈하고는 반대가 되어야 하는데 나도 입으로는 이렇게 말하면서 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누가 한번 내게 물어보십시오.
“스님은 돈 얼마나 모아 놓았습니까?”

[17] 여색을 경계해야

그러면 둘째는 무엇이냐. 둘째는 여자! 남자에 대해서는 여자이고, 여자에 대해서는 남자입니다. 우리가 도를 성취하는 데에 아주 곤란한 것, 또 한가지는 여자입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자 같은 장애물이 두 가지만 되어도 성불 할 사람 아무도 없다.”
부처님께서 항상 말씀하셨듯이 이토록 무섭다 말입니다. 이토록 큰 장애물이니 어떻게 해서든지 여자는 가까이 하지 말아라 하는 말씀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다 본능이야, 본능! 배고픈데 밥 안먹고 살 수 있어?” “밥 안먹고는 살 수 없어도,여자 없이는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다릅니다. 아무리 본능이라고 해도 본능, 본능 하면서 당연한 듯이 말하지만, 밥 안 먹고는 살 수 없어도 여자 없이는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누구든지 도를 성도하려면 여자는 완전히 38선! 또 어떤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여자와 무슨 원수가 졌다고 항상 여자를 경계하라고 하는고?” 원수가 져서 하는 말씀이 아닙니다. 도를 성취하려면 반드시 여자를 멀리해야지, 아니면 성취 못한다 말입니다.

[18] 이름 병 멀리하라

그러면 마지막 한 지는 무엇인가? 명예입니다. 명예! 이름! 이것은 단수(段數)가 높은 것입니다.
“자, 돈도 필요없다. 여자 ! 여자가 어떻게 내 앞에 어른거려.” 이렇게 말하지만, 그 사람의 내부 심리를 현미경으로 보면, 엑스레이(Xㅡray)를 들여대 놓고 보면, “내가 이토록 참으로 장한 사람이다. 큰 스님이다. 도인이다” 이런 이름을 내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고, 또 생활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병 중에도 재물병 즉 돈병, 여자병, 이보다도 제일 무서운 것이 이름병이라는 것입니다. 계행이 청정하여 돈도 필요없다. 여자도 어른거리지 못한다. 그러면 천하 제일 큰스님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만 “ 큰스님, 큰스님”하면서 옆에 와서 자꾸 절을 하면 거기에 와서는 그만 정신이 없습니다. 재물과 여자는 벗어나도 대접 받는 것, 그것에서는 못 벗어나는 것입니다. 실제 그렇지 않습니까. 재물병 여자병은 좀 쉽습니다. 결심을 단단히 하면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 병에 걸리면 주위에서 남들이 욕이라도 하지만 이름 병에 걸리면 남들이 더 칭찬해주니 이름 병, 이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입니다.

책을 본다든지 하여 말주변이나 늘고 또 참선이라고 좀해서 크게는 못 깨치더라도 법문이라도 잘하게 되면 그만 거기에 빠져버리는데 이것도 일종의 명예병입니다. 이리하여 평생이 잘못된 생활이 됩니다. 그리하여 뭐 잘난 게 있다고 큰스님 소리 듣고 대접받는데 미쳐 있다가 결국에는 부처님같이, 문수보살같이, 관세음보살같이 참다운 그런 대자유를 성취 못하는 것입니다. 조금도 공부를 할지 모르지만 그런 대자유 구경(究竟)은 성취하지 못합니다. 중간에 명리에 걸려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