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칠불사 복원의 인연공덕

나의 인연이야기

2009-09-22     관리자

세상만사 어느 것 하나 인연 아닌게 없다. 새소리, 바람소리, 지리산 구름 안개까지도 그냥 저절로 우연히 생긴게 아니다.

 내가 출가 수행의 길을 가는 것도, 십육년 동안 해온 칠불사 불사가 올봄에 원만히 회향식을 봉행하게 되는 것도 다 지극히 소중한 인연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 경전에서는 "일체 법이 다 인연에서 생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마디로 삶은 인연의 연속이요, 아니 인연 그 자체인 것이다. 나와 인연지워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자주 묻는 것이 칠불사 불사 이야기 이다. 나 역시 이사람 저사람, 이 법회 저 법회의 요청에 의해 칠불사 얘기를 참 많이도 했다. 불교는 모든 것이 인연으로 이루어졌음을 깨달아가는 종교이기에, 나와 칠불사의 인연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맑히고 불자들이 인연법에 눈뜨는 계기가 되어주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얘기를 한것이다.

 지리산 아랫마을 의신에서 태어난 나는 열여덟살 때 한약재상인 아버님의 업을 잇기 위해 공부하러 연곡사를 찾았다. 그런데 스님네들이 책은 보지도 않고 앉아서 졸기만 했다. 이를 이상히 여기자, '참선하는 것'임을 스님네들이 일러 주었다. 참선을 하면 뭐가 좋으냐고 재차 묻자, '생사해탈을 하여 궁극의 열반락을 얻는다'는 스님의 말씀이 그렇게 미더울 수 없었다. 또 한편 그곳에서 본 소설책『사명대사』사명대사가 자유자재로 신통력을 발휘하며 일인에게 호통치는 통쾌한 모습이 놀라웠다. 그 뒤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초발심자경문을 읽다가 문득 "삼일 공부한 것은 천년 보배가 되나 백년동안 모은 재물은 하루아침에 티끌이된다" 는 대목에 이르러 마음이 열리는 감동을 받았다.

 홀연히 여환 스님을 은사로 발심출가한 뒤 삼년 째 되던 해, 위장에 큰 탈이 났다. 집에 돌아가 요양하라는 스님네들의 성화에 밀려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부친은 단호하게 말했다.

 "속퇴하려거든 집에 있고 아니거든 이 약 들고 다시 절에 가거라 ."

 약 한재 들고 다시 찾은 곳이 연곡사였다. 연곡사에 몸을 회복시키며 머무는 동안 칠불암 아자방 얘기를 들었다. '그 좋다는 터를 어찌 안 볼소냐'  벼르고 벼르다가 칠불암을 찾아갔다. 1964년 10월 아침의 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아늑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분명 처음 온 곳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오래 전부터 생활해 온내 집인 듯 반가웠다.

  잡초 무성하고 그을은 주춧돌이 나뒹구는 아자방 자리에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해가 저무는 지도 모르고 그냥 하루종일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이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미치자 안타까워 '야호' 함성을 질렀는데 바로 가까이서 응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길을 따라가보니 흙덩이와 돌덩이를 적당히 빚어지은 움막집(지금의 운상선원)이 있었고 거기서 범어사 시절의 도반을 만나 겨울 한철을 났다.

 이듬해 봄에 떠나려 하는데 칠불암 빈터를 보니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 것이다. 소리없이 웅장한 설법을 하고 있는 칠불암 빈터를 흘린 듯 바라보면서 '내 반드시 이도량을 복원하리라'는 서원을 세웠다.

 칠불암터에 작으 초막을 짓고 '김수로왕 일곱왕자'의 명호를 써붙이고 무릎이 짓무르도록 용맹정진을 해서 문수보살 천일기도를 마쳤다. 어느날 찾아오신 경봉 스님께서 "칠불암 불사를 해낼 사람은 자네밖에 없네, 정 힘들면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삼칠일, 남해 보리암에서 칠일 기도를 한뒤 칠불암에서 기도를 쉼없이 하다보면 뜻을 이룰걸세" 하시며 많은 격려를 해주셨다.

 그 뒤 나는 경봉 스님의 말씀대로 오대산과 남해 금산 보리암을 돌고 칠불사에 다시 돌아와 일념으로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기도를 할 때마다 현몽이 보였고 가피를 받았다.

 칠불사에서 백일기도를 마치는 날, 꿈속에서 관세음보살로부터 열쇠꾸러미를 받았다. '십년 이상 걸릴 불사이니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는 말씀도 해주신 듯하다. 그 다음부터 불심깊은 화주들과 뜻밖의 인연이 맺어지고 불사는 점점 활기를 띄어갔다. 아자방을 복원하고 대웅전을 짓고 선방을 만들고 범종을 다는 등 칠불사 복원 불사가 척척 이루어져 올 봄에 원만히 회향식을 하게 된 것이다.

 나와 칠불사의 인연, 말로 표현할수 없는 지중한 인연이다. 지리산에서 태어나서 지리산 칠불사를 복원한 인연이 얼마나 깊고 또 깊은 것인가. 그러나 내가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기도의 인연공덕이다. 기도로써 좋은 인연을 짓고 그 인연의 힘으로 불사를 성취시킨 것이다. 부처님과 내가 둘이아니고 하나임을, 온 삼라만상과 자신이 한 몸임을 깨닫는 성불의 길도 일념의 기도로써 성취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진실로 지극한 기도야말로 모든 인연을 성숙시키는 인연작복의 커다란 복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