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마음

깨침의 두레박

2009-09-21     관리자

연꽃이 벙그는 철이 아닌데도 모퉁이 연못에는 설산(雪山)의
    흰 눈 같은 백련이 소근소근 속삭이고 있었다.

마하가섭이 그 연꽃을 발견한 것은
우연한 행운이었다. 그는 먼저, 자신의 살림에
보탬을 주고자 그 연꽃을 저자거리로 나가
팔려고 생각하였다.
때 마침 황금수레를 타고 가던 부자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부자는 망고나무 숲쪽으로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부자가 말했다.
"백옥 같은 연꽃이오. 그 꽃을 나에게 팔지 않겠소 ?"
"저는 이 연꽃을 망고 다섯 알 값에 팔려고 합니다만…."
"나는 부처님께 보석같은 그 연꽃을 바치고 싶소."
"부처님을 만나러 가신다고요? "
"부처님께서는 지금 망고나무 그늘에 앉아계시오."
"이 연꽃을 바쳐 부처님의 미소를
사고 싶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소. 금화 오백냥을 주겠으니
그 연꽃을 이리 주시오."  마하가섭은 갑자기 연꽃이
황금으로 변한 것처럼 놀랐다. 자신이 입고 있는 누더기가
웬지 궁기가 더 묻어 보였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지나가던 왕이 위풍도 당당히 마차에서
내리며 명을 내리고 있었다.
"후궁처럼 잘생긴그 연꽃을 나에게 팔라.
부자가 주겠다는 값의 몇배를 더 주겠노라."
이제 마하가섭은 머리에 현기증이
일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저만큼 사라지고 왜 서로들 부처님께 연꽃을
바치려고 하는지 의문 한 개가
가슴속으로부터 강하게 솟구쳤다.
그래서 그는 그들에게 이렇게 더듬거렸다.
"저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습니다.
이 연꽃을 제가 직접 그분께 바치겠습니다."

부자와 왕이 망고나무 숲쪽으로 사라지고 난후,
마하가섭은 부처님께 갔다.
공손히 절을 하며 무심히 연꽃을 바쳤다.
그러자 부처님이 말했다.
"그대는 왕과 부자에게 연꽃을
팔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나는 돈이
없으므로 그대에게 연꽃값을 줄수 없다."
"저는 이 연꽃을 받아주시기만 해도 만족합니다."
"이 순간 저는 부자나 왕이 부럽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저의 연꽃을
받아주시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부처님이 흰 연꽃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부처님은 만년설 겉은 연꽃을
말없이 응시할 뿐 한동안 침묵을 지키셨다.
그러자 아침 법문을 듣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서 수근거림이 일었다.
ㅡ 왜 갑자기 침묵하시는 걸까?
ㅡ 저 연꽃을 살 만한 황금이 있는  데도
기회를 놓쳤다.
ㅡ 나에게는 권력이 있는데도 저
가난뱅이에게 기회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러나 마하가섭은 부처님이
보내는 침묵의 메아리같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비로소 자신이
가난뱅이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에게는
황금과 권세보다도
더 눈부신 마음이
있었다.


그가 부처님께 바친 것이 있다면
눈에 보이는 연꽃이 아니라 부처님의
침묵 같은 그의 빈 마음이었다.
이윽고 부처님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폭탄 같은 선언을 하였다.
"연꽃의 향기와 빛깔 같은 나의
법을 마하가섭에게 전하노라,"

ㅡ拈華示衆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