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시호일

테마 에세이;나날이 새날 (1)

2009-09-12     관리자
날마다 좋은 날
일시호일(日日是好日),중국의 명승(名僧)인 운문선사(雲門禪師)의 말이다. 내가 이 글귀를 처음으로 본 것은 대학생 시절의 일이다. 근45년전 어느 선생님의 댁에 갔더니, 찻잔에 이글이 새겨져 있었다. 운치가 넘치는 글이었다.

날마다 날마다 즐거운 날 이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깊은 뜻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나이를 먹고 인생의 고초를 수없이 겪을수록 이 말의 깊은 뜻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다. 지극히 평범한 말이다. 너무나 평범한 말이다. 그러나 진리는 평범(平凡)속에 있다, 진리는 그렇게 특이하고 유별난것이 아니다.

생활의 진리는 더구나 그렇다. 인생은 반복(反復)이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똑같은 단순한 일들의 끊임없는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매일 똑같은 집에서 같은 식구들과 같은 밥을 먹고,

같은 길을 걸어 같은 직장에 나가서 같은 동료와 친구들을 만나고, 같은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자기 집에 돌아온다. 이런 것의 되풀이가 우리의 생이다. 산다는 것은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하다. 인생은 결코 비상(非常)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평범 속에 깊은 뜻이 있고 즐거운 보람이 있다. 우리는 이 평범에 권태를 느끼지 않아다 한다.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날마다 되풀이되는 평범을 맞이해야 한다.

우리는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원수하고는 십릿길을 가도 피곤하지만 애인하고는 백리길을 가도 결코 피곤하지 않다. 왜냐하면,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일일시호일, 우리는 날마다 즐거운 날을 살아야 한다. 그러나 날마다 즐겁게 산다는 것은 결코쉬운 일이 아니다. 여의(如意)보다 불여의(不如意)가 더 많은 것이 인생의 현실이다. 뜻과 같이 되는 일보다도 뜻과 같이 되지 않는 것이 더많은 것이 우리의 생활이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려면
일시호일이 되려면 먼저 평화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내 마음에 불평불만의 안개가 자욱히 낄 때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 무슨 복, 무슨 복 하여도 마음의 평화처럼 큰 복은 없다.

심화기청(心和氣淸)은 인생의 다시 없는 보배다. 마음이 화평하고 기운이 맑아야 한다. 청정심(淸淨心)의 소유자만이 평화심(平和心)의 소유자가 될수 있다. 마음이 맑아야만 정신이 평화로울 수 있다.

일일시호일 되려면 감사심(感謝心)을 가져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처럼 존귀한 마음이 없다. 행복은 감사의 마음에 피는 아름다운 꽃이다. 인간은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의 존재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맨손으로 태어났다. 무에서 출발한 인생이다. 오늘 날 내가 자라서 이만큼 교육을 받고 이만큼 살게 되기까지에는 부처님임신의 은혜와 부모와, 스승을 위시하여 많은 사람들의 한없는 정성과 수고와 노력이 있었다.

나는 내 힘으로 자란 것이 아니다. 타인의 공덕으로 자란 것이다. 이런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감사하는 심정을 아니 느낄 수가 없다.

일일시호일이 되려면 끝으로 기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일일평안(日日平安)과 사사여의(事事如意)를 우리는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매일이 즐거운 날이 되려면 먼저 나의 몸이 건강해야 하고 나의 가족이 튼튼해야 한다,

실직이니 병고니 사업의 실패니 하는 인생의 비극을 겪지 않아야 한다. 불행의 여신이 사정없이 우리의 문을 노크할 때, 비극의 폭풍이 나의 생활을 갑자기 엄습해 올 때 , 우리는 꼼짝못하고 당해야만 한다.

자녀의 죽음, 아내의 중병, 사업의 실패, 나의 교통사고, 이러한 액운들이 우리를 덮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인간은 갈대처럼 약한 존재다. 행운(幸運)의 여신이 나의 인생에 미소를 던져 주어야만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액운(厄運)과 불의(不意)의 사고의 연속으로 비극과 실패의 나락으로 전락하는 불행한 친구들을 가끔 주위에서 보게된다. 나도 저렇게 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저런 비운이 나에게 오지 않게 해달라고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 매일이 즐거운 날이 되려면 평화심과 감사심과 기도심의 세 마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일시호일 - 우리의 간절한 염원
마다 즐거운 인생을 살자. 일일시호일은 우리의 간절한 염원이요, 한결같은 희구(希求)다. 서양 명언에 이런 말이 있다. “오늘이 내 인생의 최초의 날인 동시에 최후의 날인 것처럼 살아라.”

오늘이 내 인생의 최초의 날이라고 하자 우리는 큰 희망과 감격과 기쁨을 가지고 열심히 인생을 살 것이다. 보는 것마다 새롭고, 하는 일마다 뜻이 깊다.

오늘이 내 인생의 최후의 날이라고 하자. 우리는 진지한 생각과 깊은 반성속에 엄숙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우리는 그런 심정으로 살아야 한다.

일일학(日日虐), 일일신(日日新)이란 말이 있다. 날마다 배우고 날마다 새로와져야 한다. 인생은 인격완성을 향한 부단한 노력이요, 자아실현(自我實現)을 위한 끊임없는 전진이다.

그러한 인생관과 그러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때 우리의 생은 깊은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하루하루를 후회없이 살아라! 그것이 보람된 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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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욱; 1평안남도용강 출생 2일본와세다대학 철학과졸업 3사상계사 주간 및 편집위원   4현재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5저서 현대사상, 도산사상,삶의 길목에서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