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時)테크, ‘지금 가장 소중한 일’에 매진하는 것

자기계발과 선(禪)

2009-09-02     관리자
신문사 일을 하다 보면 기자들의 면면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능률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잘 처리하는 기자, 허둥대며 늘 마감이 늦는 기자, 기사거리를 찾아서 능동적으로 일하는 기자, 늘 소극적으로 시키는 일만 하는 기자 등등. 다양한 기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업무와 신문지면에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어서 일을 대하는 진정성과 열정, 근면함이 곧 그 사람의 마음공부 상태를 여실히 드러낸다.
수 년 전까지, 신문사에 함께 근무하던 한 동료 기자는 천안이라는 먼 거리에서 출퇴근을 했는데, 십 수 년이 지날 때까지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 친구는 저녁 6시가 되면 정확하게 자기 일을 마치고 일지까지 쓴 후 천안행 기차를 타는 것이었다. 이 친구는 기차 안에서 책을 보고 하루일과를 준비하며 살아왔기에, 남보다 더 순발력 있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일을 열심히, 많이 하는 것보다는 일의 중요도와 순서를 파악해 효율적으로 하다 보니, 당연히 유능하다는 평판을 듣게 된 것이다.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교훈은 이미 중국의 고전 『대학(大學)』에 등장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즉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으니, 선후를 알아야 도에 가까워질 수 있다(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後 則近道矣)”는 것이다.
만약, 불교기자라면 업무의 근본과 말단을 정하는 것은 불자들의 본분사(本分事)인 수행과 포교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충실히 독자에게 전달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종권(宗權)을 둘러싼 분쟁이나 각종 시빗거리를 다루는 일도 신문이 해야 할 일이지만, 근본은 수행 및 포교와 관련된 보도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다. 그리고 기자로서의 업무 역시 이러한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강조할 것은 부각시키고, 버릴 것은 버리는 편집마인드에 따라 효율성이 제고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원리를 알지 못한다면 남보다 업무에 쏟는 시간은 훨씬 많으면서도 정작 신문지면에 반영할 기사를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신문마감에 늦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만다. 일의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파악해 그에 따라 일하지 못한다면 무능한 직장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은 공무원, 군인, 회사원을 가릴 것 없이 모든 직업인에게 예외 없이 해당되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모든 생활인들은 효과적인 시간관리법을 뜻하는 소위 시테크(時-Tech)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만든 이 합성어는 부족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요즘 말하는 시테크란 과거의 시간관리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시테크란 정보화 사회의 시간관리 기술을 뜻하기에, 시간의 양이 아니라 시간의 질을 중시하는 개념이라 한다. 때문에, 노동 강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정보기술(IT)의 사용 등 일하는 방법을 혁신하는 것이며, 일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놀고 쉬는 시간의 효율성도 중시하는 개념이다. 아울러 시테크는 생산성 향상과 함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물리적 시간뿐만 아니라 심리적 시간을 중시한다. 한마디로 시테크는 21세기형 새로운 시간관리 기법인 셈이다.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성공을 위한 시테크 전략은 무수한 저서와 논문을 통해 발표되었지만, 보통 10가지 범주를 넘어서지 않는다. 「USA 투데이」지가 소개한 아래의 전략만 충실히 따르더라도 효율적인 시간관리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1 ) _ 무슨 일이든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한다. 2 ) _ 출퇴근시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활용한다. 3 ) _ 나에게 최고로 능률이 오르는 시간이 언제인가를 파악하고, 그 시간에는 가장 소중한 일을 한다. 4 ) _ 낙관주의자가 되라. 5 ) _ 자잘한 업무들은 묶어서 한꺼번에 처리한다. 6 ) _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창조적인 업무는 행정적 업무와 분리시킨다. 7 ) _ 한번 손대기 시작한 일은 가능하면 끝을 낸다. 8 ) _ 사무실이나 책상의 레이아웃을 개선하고, 특히 책상은 되도록 깔끔하게 잘 정돈한다. 9 ) _ 모든 업무상의 편지와 리포트, 수입명세서 등에 날짜를 기입하고 봤다는 표시를 해두는 습관을 기른다. 10 ) _ 계획을 짜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시간을 할당한다.
세계 3대 경영학자의 한 사람인 피터 드러커는 “시간을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관리하지 못한다.”고 설파했다. 누구나 공평하게 하루 24시간, 1440분을 누릴 자유가 있지만 시간을 부리며 사는 주인공이 되느냐, 시간의 노예가 되어 끌려 다니느냐 하는 차이가 있다. 시간의 노예가 아닌 시간의 지배자로 살기 위한 요체는 매일 매 시각 중요한 우선순위를 정해 집중하는 데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시테크 전략에는 수많은 기법이 있겠지만, 그 많은 책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말일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호인 레오 톨스토이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임제 선사가 “바로 지금이지 다시 다른 시절이 없다[卽時現今 更無時節].”고 한 법문과 같은 맥락의 말이다. 언제 어디서나 마음이 현재에 머물 수 있도록 붙잡아주는 여러 수행법은 매순간 대상과 일에 완전히 몰입하는 평상심(平常心)을 실현하는 데 있다.
많은 생활인들이 성공을 향해 시간을 관리하고, 여러 구도자들이 잠을 줄여가며 용맹정진 하는 것도 ‘지금 여기’ 일상의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소중한 일은 무엇인가?’를 아는 순간, 우리는 매순간 거기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우리는 매순간이 삶의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정성을 다해 살지 못하기에, 시테크를 배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연습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순간 고요히 깨어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이미 깨달은 사람이자 성공한 사람이나 다름없다. 이런 사람은 달리 성공이나 깨달음을 기다릴 필요도 없고, 기다리지도 않는다.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 분별심과 욕심 없는 순수하고 정직한 마음이 바로 불심이기에, 유마거사는 “직심이 바로 도량[直心是道場]”이라고 했다. 매순간 곧은 마음으로 시간의 주인이 되어 사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진실을 실현하는 참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