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동화] 은혜 모르는 왕자 이야기

* 연꽃마을 동화

2009-08-31     관리자

1. 왕자, 물에 빠지다 

 옛날에 바라나 나라에 한 왕자가 있었는데 성질이 매우 거칠었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꾸짖고 또는 때리기도 하며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서 나라 사람에게 미움을 받았지만 왕자님이라 어찌 하지 못하였습니다.

어느 날 왕자는 목욕을 하려고 종자들을 데리고 강가로 나갔습니다. 물은 언제나 다름없이 잔잔히 흘렀지만 갑자기 바람이 불더니 검은 구름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왕자가 시종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자, 저 강 한 복판에 가서 목욕을 하자.』

 그래서 종자들은 왕자를 강 가운데로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서로가 생각하였습니다.

「이 왕자는 나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장차 왕이 된다면 큰일이다. 지금 미리 물속에 던져 버리자.」

 이렇게 생각한 종자들은 강 복판에 이르자 왕자를 물속에 버려두었습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장대 같은 빗줄기가 쏟아졌습니다. 종자들은 수영을 잘 하였으므로 곧 언덕에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서로 의논하였습니다.
『왕자를 찾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는 모른다. 비오는 것을 보고 우리는 돌아왔다. 왕자는 아마 먼저 왔을 것이다.』라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임금님이 왕자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대왕님, 저희들은 왕자님을 모릅니다.』
시종들과 대신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임금님은 왕자가 강가에 간 것을 알고 여러 사람을 시켜 찾아보았지만 끝내 왕자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왕자는 하늘이 캄캄하고 비가 쏟아질 때 강물에 휩쓸려 떠 내려 가다가 다행히 통나무 하나를 발견하고 그 위에 올라앉았습니다. 그리고 겁이 나서 울면서 떠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바라나 나라에는 옛부터 보물이나 돈을 땅 속에 묻어 두는 내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사억 원어치나 되는 금을 강가에 묻어 두었는데 그 사람은 죽어서 재물에 대한 애착심 때문에 뱀의 몸을 받아 강가에 살고 있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삼억 원어치의 보물을 묻어 두었는데 그 보물에 대한 욕심 때문에 죽어서 쥐가 되어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물이 불어 위험하게 되어 물을 피해 가려 하는데 마침 왕자가 앉은 통나무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통나무 양쪽에 뱀과 쥐도 올라가 앉았습니다.

 강물은 여전히 거세고 통나무는 기우뚱거리며 떠내려가고, 왕자는 끊일 사이 없이 『사람 살려 달라』 소리치며 울었습니다.

2. 스님이 구해주다

 그때에 강 아래쪽에 도를 닦는 스님이 자그마한 집을 짓고 살고 있었습니다. 밤중에 밖을 거닐며 염불하고 있는데 사람의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이 떠내려 오는구나. 물살은 세고 강은 넓고···어찌 할까. 그러나 이대로 두면 떠내려 가는 사람은 죽을 것이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 사람을 건져 주자.」생각하고 스님은 소리쳤습니다.

『걱정 마시오 내가 건져 주리다.』
 스님은 수영도 잘하고 힘도 세고 매우 인자하셨습니다.

 스님은 거센 물결을 가로질러 통나무를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몇 번인가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드디어 언덕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뱀과 쥐도 왕자와 함께 언덕에 올랐습니다.

 스님은 불을 피워 먼저 뱀과 쥐의 등을 따뜻이 녹여 주고 다음에 왕자의 몸을 녹여 주었습니다. 쥐와 뱀이 곧 죽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음식을 먹였습니다. 마침내 몸이 녹고 음식을 먹고 한동안 쉬고 나니 뱀도 쥐도 왕자도 정신이 들었습니다.

 며칠이 지나 힘을 회복하고 제각기 스님에게 떠나는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뱀은 스님 앞에 나와 공손히 절을 하고,
『스님 덕분에 살아났습니다. 저는 4억 원의 재산이 있습니다. 이것을 스님께 드립니다. 제가 맡아 있겠사오니 아무 때나 제 집에 오시어 「뱀아」 하고 불러주십시오.』
하고 떠났습니다.

 쥐도 스님에게 와서 절을 하고,
『스님, 저는 3억 원의 재산이 있습니다. 이것을 스님께 드립니다. 아무 때나 제 집에 오셔서 「쥐야」하고 불러 주십시오.』
하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왕자는 이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곱슬머리 스님이 왕자를 몰라보고 짐승에게만 친절히 했다. 뒷날 만나면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말로는, 『스님 제가 왕위에 오를 때 오십시오. 넉넉히 공양을 올리겠습니다.』
하고 떠났습니다.

3. 임금 자리에서 쫒겨 나다

 왕자는 돌아가서 곧 임금이 되었습니다. 뱀도 쥐도 평화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날을 잡아 이들을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잘 지내는지 보고자 가시는 것입니다. 먼저 뱀이 있는 곳에 가서 뱀을 불렀습니다. 뱀은 금방 나와 스님을 반갑게 맞이하였습니다.
『스님, 여기 있는 보물을 어서 꺼내 가십시오.』

 그러나 스님은 받지 않으시고 그대로 두라고 하신 다음, 탐심과 애착은 괴로운 것이며 재물은 믿을 것이 못된다고 좋은 말씀을 해 주시고 떠났습니다.

 스님은 다음에 쥐를 찾아갔습니다.
 쥐도 반갑게 맞이하며
『스님, 보물은 여기 있습니다.』
하고 가져가기를 권했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뱀에게 하신 것처럼
『보물은 거기 두어라. 애착은 괴로운 것이다. 재물은 믿을 것이 못된다.』
라는 법문을 가르쳐 주시고 떠나셨습니다.

 스님은 이번에는 임금님이 된 옛 왕자를 찾아 성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마침 왕이 된 왕자는 아름답게 장식한 코끼리를 타고 많은 종자를 거느리고 성문으로 나오는 중이었습니다.

 왕은 멀리 스님이 오시는 것을 알아보고 생각했습니다.

「저 곱슬머리 스님이 오는구나. 나에게 돈을 달라고 오겠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죽이는 것이 좋겠다.」

 왕은 신하들에게 일렀습니다.
『저기 곱슬머리 스님이 온다. 불길하다. 붙잡아 결박하고 사람이 많이 모인 네거리에서 때려 주고 성 밖으로 쫒아내 사형장으로 보내라.』

 그들은 분부를 받고 곧 스님을 결박하고 네거리에서 때린 다음에 사형장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매를 맞으면서도 다만 이렇게 조용히 말하였습니다.
『다 말라빠진 나무덩치도 어떤 사람의 종류에 비하면 그 성품이 사뭇 훌륭하다.』

 이렇게 매를 맞을 때마다 말하였습니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그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우리 임금님이 스님을 배반하기라도 하였단 말입니까?』
스님은 그 동안에 있었던 사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내가 한 말은 옛 성인의 말씀인데 생각이 나서 외워 본 것입니다.』

 이 말은 곧 성 안 사람에게 펴졌습니다. 무사들에게도 퍼지고, 학자들에게도 퍼지고, 종교 지도자들에게도 퍼졌습니다. 이윽고 사람들은 서로 모여,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람이 임금으로 있으면 우리 모두 화를 입는다.』
하고 화를 내며 사방에서 일어나 왕을 성 밖으로 몰아냈습니다. 그리고 인자한 그 스님을 임금님으로 모셨습니다.

 새 임금님은 정의와 자비로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모든 백성은 새 임금님 만세를 불렀습니다. 온 나라에 오래오래 평화가 깃들었습니다.

 쥐와 뱀은 스님 법문을 듣고 재물에 대한 탐심과 애착심을 버리고 자비한 마음으로 살았으므로 죽어서 하늘나라에 태어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