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간과 그 생활

■구도문답

2009-08-21     관리자
 

이 구도문답란은 독자여러분이 평소에 교리연구. 수행. 기도 등을 통하여 의문나는 점을 서신으로 문의하시면 풀어 드리기 위하여 마련했습니다. 많은 이용 있으시기 바랍니다.

                   

최초 인간과 생활


문] 인간의 시초에 대해서 여러 말이 있습니다. 유인원이 진화했다고도 하고 어떤 종교에서는 신이 흙으로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관심은 없으나, 불교에서 사람의 시초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 가라고 물어올 때 답할 말이 없습니다. 최초의 인간에 대하여 경의 말씀은 어떠하온지 또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았다든지…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답] 우선 경전의 말씀부터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최초의 인간이 어떠하였는가에 대하여는 여러 경전〈장아함경중 소연경(小緣經), 세기경본연품, 중아함경 범지품(梵志品)∙대루탄경 등등〉에 보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도 같습니다. 최초의 인간에 관한 경전의 말씀을 우선 요점만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이 세상에 최초의 사람은 색계(色界) 제 2 천인 광음천(光音天)에서 다하고 수가 다한 천인(天人)이 내려왔다고 합니다. 광음천이란 색계천 제 2선천에 3천이 있는 중, 그중의 제 3 천으로 무량광천(無量光天)이라고도 하고 극광천(極光天)이라고도 합니다. 이곳에 사는 중생(하늘사람)은 말이 없이도 몸에서 발하는 광명으로 의사를 통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시초는 어떤 권능자가 와서 무엇 무엇을 반죽하여 만든 것이 아니라 천상사람이 이 세계에 화생(化生)한 것입니다.

  화생이란 말은 태에서 난 것이 아니라 변화하여 났다는 말입니다. 몸에서 스스로 광명을 내고 신통력이 있어서 자유로이 날아 다녔습니다. 새와 인간이 결합한 것 같은 날개 돋친 사람이 아니라 천상사람이 지닌 정력의 연장으로 정상적 인간인 채로 날아다닌 것입니다.

  음식은 생각만 하면 배가 부르고 시장을 몰랐습니다. 이런 상태는 오랜 동안 계속됐는데 서로들 스스로를 가리켜 중생이라 하였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이 땅에는 샘이 솟아났는데 그것을 감천(甘泉)이라 했습니다. 우유 같기도 하고 꿀 같기도 하여 맛이 매우 달았다고 합니다.

  그때 중생들은 감천을 보고「이것이 무엇일까. 한 번 먹어볼까」하다가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보았습니다. 매우 맛이 좋으므로 마침내는 두 손으로 움켜쥐고 퍼마시고 싫은 줄을 몰랐습니다. 많은 중생들이 역시 그렇게 감천을 먹었던 것입니다. 그랬더니 중생들의 몸이 거칠어지고 살이 찌며 몸이 굳어져 천상사람의 아름답고 미묘한 형색을 잃었답니다. 뿐만 아니라 몸에서 나는 광명도 줄어들고 날아다니는 힘을 잃어 땅을 걸어 다니게 됐습니다.

  그 후에 중생들은 다만 지미(地味)를 먹으면서 이 세간을 살아갔는데 그 가운데 지미를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거칠고 추하며 적게 먹은 자는 아직도 몸에서 광택이 났으니 이때부터 사람의 얼굴에 추한 사람과 단정한 사람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리고서 단정한 자는 교만심을 내어 추한 사람을 업신여기며 얼굴이 추한 자는 또한 단정한 자를 질투하고 미워하게 되니 여기서 분쟁이 생기게 되었답니다. 이와 같이 서로 불목하고 다투고 음식에 탐식을 내면서부터 저절로 감천은 사라지고 그 후에 자연 지비(地肥)가 생겨났습니다, 빛깔도 곱고 맛도 좋으며 향기로 와서 먹을 만했습니다. 중생들은 이것을 먹고 살았습니다.

  그러기를 오래오래 지낸 동안 지비를 많이 먹은 자는 얼굴이 추하고 적게 먹은 자는 아직도 밝게 빛났습니다. 지비를 먹고 사는 동안에도 얼굴이 단정한 자는 교만심을 내어 추한 자를 업신여기고 추한 자는 또한 단정한 자에 대해 미움과 질투심을 내니, 중생들은 또한 서로 다투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생활이 이렇게 거칠어지자 지비는 다시 나지 않았답니다.

 지비가 없어지자 새로운 식량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파라(婆羅) 혹은 추후지비(麤厚地肥)가 나왔답니다. 이것은 먹을만 하여 향기롭고 맛이 좋았다고 합니다. 중생들은 이것을 먹으며 오랜 동안 살았습니다. 파라도 여늬때와 같이 많이 먹은 자는 얼굴이 추해지고 그중에서 덜먹은 자는 얼굴이 밝으니 서로 미워하고 다툼을 일으켰고 끝내는 파라마저도 나지 않게 되었답니다. 그 후에 자연 경미(自然粳米)가 났습니다. 이것은 쌀 종류인 모양인데 빛은 희고 깨끗하며 거기에는 거칠은 겨가 없어서 그냥 먹을 수 있었답니다. 길이는 4치 정도이고 아침에 베면 저녁에 나고 저녁에 베면 아침에 돋아났으며 간이 맞고 먹음직했답니다. 중생들이 이것을 먹으면서부터 차차 모양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중생은 남자 형상이 되고 어떤 중생은 여자 형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녀의 형상이 생김을 서로 보고서「악중생」이 났다고 말을 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한 사람이 생기자 중생들은 서로 쳐다보고 살피고 하는 동안에 마음이 물들고 번뇌를 일으키며 마침내는 서로 애착심을 일으켜 정욕이 생겨 더욱 친근하게 되었답니다. 이윽고 부정행을 저지르니 다른 중생들이 보고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느냐 하며 크게 꾸짖었습니다. 부정행을 한 남자도 스스로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내가 잘못했다 하고 땅에 엎드려 일어 날줄 몰랐습니다.

  부정행을 함께 한 여인이 음식을 갖다 주니 여기에서 처(妻)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그 후에 중생들은 부정행을 더욱 더하게 되니 스스로 집을 만들어 그 안에서 때도 없이 정욕을 함부로 했답니다. 여기에서 부부가 생기고 수명과 복이 다한 중생이 명을 다하고는 이 세간에 태어나 어머니의 태중에 드니 이것이 인간 태생의 최초랍니다.

 이상이 여러 경전에 보이는 이 세상 최초의 인간에 관한 기록입니다.

 어쩌면 일종의 신화라고 웃어 넘길런지 몰라도 그럴 수 없는 중요한 시사와 교훈을 거기서 발견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땅에 최초의 인간은 어떤 신이나 권능자가 만든 것이 아니고 천상사람이 화생했다는 점입니다. 색계천 중 광음천에 사는 천인이 복이 다하고 명이 다함에 인간으로 화생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경전은 이 땅의 최초의 인간은 어떤 신이나 권능자가 만든 것이 아니고 천상사람이 화생했다고 시사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간 본성이 원래로 청정하여 동요가 없지만 중생은 미혹하여 번뇌를 일으켜 여러 가지로 그 마음이 동요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중생차별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광음천 중생이 번뇌를 일으켜 보다 거칠은 마음의 파동을 일으키게 될 때 당연히 광음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자기 마음(삼매력)정도의 세계를 만나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 땅에 화생한 광음천인도 그 마음이 더욱 거칠어지기 전까지는 자기 광명으로 살고 생각으로 음식을 삼으며 자유로이 날아다녔다고 하는 점은 광음천 천인의 정력속성인 것도 이해가 되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인간의 생활의 변화와 환경의 변화는 매우 흥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식량문제인데 최초에는 감천을 마셨고 다음에는 지미를 먹었으며 3단계에서는 지비, 4단계에서는 파라, 5단계에서는 자연경미를 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초의 생각으로 음식을 삼았던 중생이 음식물에 마음을 일으키고 그 맛에 낙착하여 음식을 탐식하여 탐식하였을 때 몸에서 나던 광명은 사라지고 신통력은 잃었으며 미묘 단정한 천상사람의 모습을 잃어 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활의 차별이 생겨 추한 자와 단정한 자가 심하게 나타나고 서로 시기하고 미워하여 투쟁심을 일으키고 그러는 사이 식량은 점점 거칠어지고 생활은 어려워져 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인간이 외적 감각에 탐착하여 마음을 일으키고 거칠은 마음이 날 때 중생 자신이 원래로 지녀온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점점 상실하게 되고 또한 식량이라는 생활 조건의 변동이 생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로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인간이 당초에는 남녀구별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가 지닌 삼매의 힘이 어느 정도 남아 있고 감천이나 지미, 지비 등을 양식으로 하고 있는 동안에는 인간의 남녀의 성은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광음천의 기본적 삼매력이 존속되었던 모양입니다. 그것이 자연 경미를 먹기 시작한 때부터 남녀상이 나타나고 남녀가 서로 보매 점차 정욕심이 생겨서  서로 친근해지자 당시에 큰 사회문제가 되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상에서 인간의 시초와 그 생활상을 살펴 볼 때 무엇이 인간의 향상이며 무엇이 인간의 타락인가를 여실히 보는 것입니다. 경계에 빠져들어 감각의 욕망을 만족시키고 나아가 그 마음에 대립심이 생기며 증오하고 다툼이 일 때 이것은 인간 타락의 길이었습니다. 인간의정신적 타락이나 생활상의 타락은 단순한 인간 자신의 타락에 그치지 아니하고 그 생활환경이 급격히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적 감각에 의존하여 욕망을 일으키고 그 추구에 빠져들었을 때, 첫째는 인간이 지닌 정신적 능력이 감퇴하였고 다음에는 그 얼굴이나 몸매와 모습이 거칠고 추하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생활환경에 일대 변화가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이 점을 돌이켜 생각해 볼 때 최초의 인간설에 관한 경전의 말씀에서 우리들은 많은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보다 강한 자극을 요구하고 환락과 쾌락의 증대를 인간 조건으로 생각하며 물질 만능 문명의 지향성에 대하여 우리는 깊은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佛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