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소리 땅의 소리] 깨끗한 人間像

2009-08-19     이숭녕

  옛날의 우리 조상이나 오늘의 인물이나 간에 그 분들이 정말 존경할 사람이라면 물론 그분들이 이룩해 놓은 사업을 가지고 따지는 것이 대체이지만, 나는 그보다 그 사생활이 어떠했던가도 함께 따져져야할 것으로 믿는다. 즉 사생활에서 깨끗한 사람이어야 뒷말이 없을 것으로 보며, 아무리 큰 사업을 이룩했다고 해도 깨끗한 사람의 손에 이룩된 사업이라야 더욱 빛을 낼 것이 아닌가 한다.

  어느 곳에 돌다리를 놓은 것은 본 일이 있는데, 소개하는 자가 `고리대금업으로 많은 사람을 울렸지요.`의 한마디로 그 돌다리는 이상의 인상을 풍기지 못했다.

  그러면 깨끗한 인간이란 사생활에서 따져져야 되는데 그 중 가장 비밀로 숨겨져 있는 것이 남녀관계다. 돈에 깨끗한 자는 그래도 적지 않으나 남녀관계에서 깨끗한 자는 그보다 더 적은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 조상에서 서원(書院)에 받들어 올려 제사를 받는유명한 선비나 학자들도 알고 보면 여자문제에선 모두 실력자가 아닌가 한다. 그것이 오직 유교의 `남존여비`사상에서 남자의 외도는 그리 큰 흉으로 간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얘기는 오늘에 얼마라도 전해져와서 때로 야담의 자료로도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는 사생활을 무시하고 공적인 밖의 생활 기록만 가지고 그 인물을 따질 수는 없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의 젊은 세대를 보면 이런 깨끗한 생활은 도리어 비웃는 듯한 경향이 돌고 있음은 정말 한심할 노릇이다. 그들은 서양의 사조(思潮)라면 거의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두드러지게 우리의 걱정을 더해준다. 머리털을 노랗게 물을 들이는 것도 좋다고 하자. 또 `장발족`이란 별명까지 붙은 히피족속의 행동도 좋다고 하자. 그러나 일부 젊은 세대가 외국의 히피족이 하는 타락한 남녀풍기를 새시대의 당연한 풍조인양 오해하고 이런 흉내내는 사실이 유행되고 있으니, `깨끗하다`느니, `순결하다`느니 하는 인간의 고귀한 정신을 아예 외면하려는 것인 듯하니그 태도가 큰 문제다.

  나는 즐겨 산을 타는데, 여름휴가에 설악산을 비롯하여 여러 곳을 다니면, 미혼남녀로 보이는 쌍쌍이가 천막살이를 하고 있음을 가끔 발견한다. 최근 서울 근교 도봉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의 남녀혼숙하는 천막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일이 있다. 한번 남해도의 상주해수욕장에서 향토예비군이 수상한 젊은 남녀의 동숙하는 천막을 찾아 주민등록증을 요구하고 부부가 아닌 천막을 철거시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주소로 이 사실을 그 가정으로 통보하는 것을 잘한다고 칭찬했지만 어디 그 정도로 탁류같이 밀려드는 이 풍조를 막아낼 수 있으랴. 어리석은 것은 오직 부모된 자들이 아니냐. `내자식은 설마.....`하고 안심하고 있으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려니 한다. 이런 면에서 깨끗한 인간상을 찾기란 정말 어려운 시대에 들어선 느낌이다.

  나는 여러 종교 중에서 불교가 가장 이런 인간의 순결을 강조하고 있다고 믿는다. 법화경의 다섯째 권의 안락행품이 있어 그 속에 `부녀에 가까이 함을 경계한다(戒近婦女)`란 부처님의 설교가 있다. 물론 이들은 스님, 즉 수도자를 위한 것이며 일반 신도를 위한 것은 아니고, 또 오늘날 너무도 극단적인 내용같지만 그 정신만은 잘 알고 지키도록 해야 한다.

  다음에 내 나름으로 풀이해 보기로 하겠다. `혼자서 남의 집에 들어가지 말지니 만일 부득이한 일로 혼자서 들어가야 할 경우에는 오직 일심으로 염불하며 들어가라. (不獨入他家 苦有因緣 須獨入時 但一心念佛)` `만일 여인을 위하여 설법할 경우에는 이를 보이면서 웃지 말며, 가슴을 내지 말며, 법을 위해서 하는 경우라고 해도 친한 모습과 호의를 보이지 말것일진대 그 밖의 일에선 더 말할 것이 있으랴 (若僞女人設法 不露齒笑 不現胸 乃至爲法 猶不親厚 況後餘事)` `만일 남의 집에 들어가거든 소녀, 처녀, 과부들과 더불어 같이 얘기하지 말라. (若入他家 不興小女處女막寡女等)`

  이것은 오늘에 와서 그대로 지켜질 수는 없는 것이나 그 정신만은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것이다.

  가정에선 아버지나 형님 또는 오라비가 깨끗해야 그 집은 복을 받을 것이고 이것이 밑창에 깔려 있어야 그 사회는 명랑해질 것이고 깨끗한 자가 하는 일이 깨끗이 결말을 낼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깨끗한 자는 돈에서도 명예에서도 벼슬에서도 깨끗할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