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법 호법의 횃불이 되오리

■올해의 다짐

2009-08-17     관리자

이 글은 지난 1월 4일 불광법회 신년법회석상에서 발표된 『불광불자, 올해의 다짐』의 일부입니다.

 법우 여러분, 새해에도 복 많이 지으십시오. 1986년 신년 법회에 이렇게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어 오직 여러 법우님들께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법회로부터 「올해의 다짐」이라는 제목으로 신년 법회에 발표를 하라는 말씀을 듣고 얼마나 걱정이 됐는지 모릅니다. 지난 해 초에 나름대로 다짐했던 일들을 나는 얼마나 이루었나 하는 자책 때문이었습니다. 혼자서만 한 다짐이라 게으름을 피울 때 누가 검사를 한다거나 책망을 하지 않아도 혼자 변명의 여지를 찾느라고 전전긍긍했는데, 이렇게 부처님과 여러 법우님들 앞에서 정초부터 공개적인 다짐을 해야 된다니 등골에 식은 땀이 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 이렇게 공개적인 다짐은 제게 있어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속된 말로 하자면 제겐 부처님이라는 큰 배경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 85년으로서는 마지막 결심을 그것도 꼭 지켜져야 할 결심을 다짐한 셈이지요. 그러니 지금부터는 제가 이 앞에서 86년도의 다짐을 해야 될 차례입니다.  이 다짐은 제 다짐일 뿐 아니라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다짐이기를 바라며 또 결코 새로운 다짐이 아니면서도 또한 항상 새로운 다짐이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활화되어야만 하는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불광법등으로서 올바른 믿음으로 스스로를 완성하고, 이웃을 도와 함께 믿음을 키워 나가며 전법과 호법으로 스스로 타오르며 역사를 밝히는 횃불이 되어 정토를 성취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다짐을 입과 머리로만 하지 않겠으며 마음과 몸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고 또한 노력할 것이며 올해 한 해는 말하는 것만큼 행동하고 행동하는 것만큼만 말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쉼없이 기도정진하며 법등을 키워 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살림을 전폐하겠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닙니다. 그것이 올바른 믿음이요, 전법이라고 생각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내게 주어진 생활을 충실히 할줄 아는 것도 훌륭한 믿음이요, 전법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제 가족을 비롯해서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는 일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심신이 고달픈 이웃들에게 군림하는 것 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고 그들의 얼어붙은 심신을 녹일 수 있는 더운물처럼 조용히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갈고 닦은 저의 믿음이 언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충분할 열효과는 못될지라도 계속 열을 낼 수 있는 믿음을 함께 키워 가겠습니다.

 제게 주어진 일이나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에 어떠한 종류의 게으름이나 핑계 내지 변명도 않겠습니다. 제게 인연지어진 것들을 피해 가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나는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다는 생각을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다는 생각으로 바꾸겠으며, 또 물질에만 국환되는 것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지만 한없이 많은 모든 것 이런 것들을 모든 이웃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에나 이쯤이면 하는 한계를 짓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이쯤이면 하는 생각이 들면 그 때부터는 결과를 바라게 되고 그 다음은 반드시 불평과 불만과 불신이 따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불평과 불만과 불신은 나를 병들게 하고, 내가 병들면 이웃이 병들고, 이웃이 병들면 사회가, 사회가 병들면 또 세계가…… 이렇게 병이 번져서 이 우주의 모든 것들이 병들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결과를 보려하지 않고 그냥 영원히 하겠습니다.

 우리가 항상 쉽게 뱉어버리는, 세상이 험악해져 간다든가, 말세라든가 하는 말은 앞으로 안하겠습니다. 그런 말 뿐 아니라 생각조차도 않겠습니다. 그 말이나 생각 가운데는 남을 원망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 하는 뜻이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험악한 세상은 결코 남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내 말과 뜻이 그곳으로 자꾸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두워져 가는 세상에 대해서 걱정이 되거들랑 자꾸 원망하고 한탄하기 보다는 누구나가 각각 자신을 닦아 밝은 빛을 더하게 하면 어두운 곳은 차츰 줄어들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 다짐이 어쩜 너무 차원이 낮은 어린 아이같은 꿈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아주 작은 면적이라도, 제 주위를 밝히는 불광의 횃불이 되겠습니다. 여러 법우님들께서도 지금 처해 있는 위치에서 모두 저와 같이 주위를 밝히는 횃불이 되는데 적극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혹시, 나는 그렇게 작고 시시한 불꽃은 될 수 없다고 아직도 기회를 기다리시는 분이 계신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저와 함께 불꽃을 일으키십시다.

 아무리 좋은 불씨라 하더라도 벼르기만 하고 일으키지 않으면 태양보다 더 큰 불꽃이 될 수도 있던 것이 작고 시시한 불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꺼져버릴 수가 있습니다. 여기가 금융조합은 아닙니다만 천만금도 한푼부터라는 말처럼 아무리 큰 횃불의 불꽃도 작은 불씨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다.

 이렇게 우리 모두 하나하나의 불꽃을 키울 때, 그것이 바로 스스로를 완성시키는 길이며 불우한 이웃을 돕고 함께 믿음을 완성시키는 길이며 전법과 호법으로 정토를 성취하는 길이라고 믿고 그렇게 해 나가겠습니다.

 법우 여러분! 오늘 한 제 다짐이 말로만 끝나버리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부처님! 이것이 여러 법우님들의 다짐이 되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두서없는 저의 다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큰스님과 여러 스님들, 법우님들 모두모두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