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태어나던 날

신앙수기

2009-08-15     관리자
 

불심의 뿌리

 

 저의 믿음의 생활을 드러내어 자랑할 정도는 못되어도 일가족이 부처님을 진실하게 믿고 다함께 정진하여 은혜에 감사하는 생활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더없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자랑스럽게도 생각됩니다. 오늘에서야 자신을 돌이켜볼때 역시 자비하신 부처님의 인연이 오래전부터 저를 이끄시고 키워주신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실날같은 가느다란 인연이 마침내 큰 법문을 만나게 되고 불자가 되는 결정적 기회를 얻게 된 것을 생각하며 지중한 불법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1947년에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으니 이제 나이 41세입니다. 4남 1녀의 5남매 중 장남입니다. 아버지는 공무원이셨습니다. 특별한 종교라고는 없었고 양심적으로 살고, 성실하게 생활한다는 것이 종교 아닌 종교였으며 다만 외조부님께서 불심이 지극하셨으므로 은연 중 깊은 인연을 맺었던 것을 지금에야 생각합니다. 외조부님께서는 매년 농사를 지어 추수를 하게 되면 산길로 30리나 되는 법천사에 지극정성 공양미를 올렸습니다. 지성으로 부처님을 받드는 재가보살이셨습니다.

 6.25당시 아버지께서 전투에 참가하시고 한때는 적군에게 체포되어 목포역 창고에 감금되어 있다가 형장으로 끌려가던 중 천행으로 탈출할 수 있어 구사일생 살아났습니다. 그 당시 어머님과 저는 외가로 피난 갔었는데 공산치하에서 동네[무안군 삼향면 왕산리]사람들 수 십명이 학살당하셨는데 외가의 가족들은 아무 사고 없이 지냈습니다. 이것이 모두 부처님의 은혜이며 가호위신력이신 것을 확신합니다. 저의 나이 13세 때 온가족이 서울로 이사했고 26세 때 결혼하여 현재 아들 두 형제를 두고 있습니다. 저의 집에 불법인연은 외가로부터 이어진 것입니다. 10년 전부터 어머님께서 부처님 공경을 시작하셨습니다. 외가에 법도를 이어받은 것이 분명합니다. 어머님께서는 불경을 구해주시며 믿음을 일깨워주셨고 저의 믿음의 성장을 정성들여 가꾸신 것을 저는 보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찌 어머님께 서운함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임종염불


 제가 믿음의 불길을 적극적으로 붙이게 되었던 것은 아버님의 임종염불입니다. 아버님께서는 병환으로 3년 가까이 와석하셨는데 어머님께서는 새벽 네 시에 일어나시어 목욕재개하시고 백일간을 꾸준히 기도 정진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녹음된 경전을 들으시면서 번역된 경전이 없음을 아쉬워하셨습니다. 그러던 중 83년 7월 25일 운명의 날이 왔습니다. 온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또렷하게 유언을 하셨습니다. 그리고나서 “나는 이제 떠난다.”라고 말씀하시고는 나무아미타불을 세 번 염하시고 잠자듯이 고요히 운명하셨습니다. 아버님이 운명하시자 아버님 말씀 따라 온가족이 ‘나무아미타불’을 정성 모아 고창하였습니다. 아버님이 몸져 누워계셨던 동안 저의 집안의 믿음은 더욱 성장하여 갔고, 아버님께서 마지막 가시면서 염불하신 깊은 뜻을 저희들 형제들은 나름대로 깊이 새기고 진실한 믿음의 길을 결심하였습니다.


정법 만나는 인연


 아버님 소상을 치르고 난 후 평소에 출가수행을 뜻하고 있던 여동생이 드디어 출가를 단행하였습니다. 동생의 출가를 계기로 저는 재가불자로써 깊은 신행을 닦아 부모님의 크신 뜻을 받들고 형제와 더불어 가문을 빛낼 것을 다짐했습니다.

 비록 그러하였지만 부끄럽게도 저의 믿음은 쉽게 성장하지 못하였습니다. 참으로 무상심신무상법은 백천만겁에 만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불법을 받들고 행하는 정신적 자세의 확립이 더욱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4,5년 동안 여러 절을 돌아다니며 법문을 들었고 수행단체에도 여러 곳을 참여했고 불교에 관한 서적도 읽는다고 노력했지만 역시 ‘이것이다’ 하는 확정적 믿음을 세우지 못했던 것을 저는 부끄럽게도 이 자리에서 고백합니다. 이곳저곳에서 법문을 들어도 이책 저책 책을 읽어도 그 말이 그 말 같고 마음속은 계속 답답했습니다. 세월은 흘러갔지만 불자로서 확고한 자신을 세우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어느 누구를 찾아 불법을 공부할 것인가 생각하던 나머지 하루는 출가 구행중인 스님[동생]을 찾아 의논하기로 하였습니다. 스님을 만나 의논 끝에 지시받은 곳이 불광법회입니다.


불광법회의 첫 법문


 불광법회를 처음 찾은 것은 1984년 5월입니다. 처음에는 법당에서 예경만 하고 돌아오다가 마침내 결심을 하고 집사람과 함께 정기법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법회에 처음 나와서 법주스님의 법문을 만났지만 법문내용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단 한 가지 제 마음에 새겨진 법문이 있었습니다.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가 청정하다’는 말씀과 ‘우리의 생명이 범부생명이 아니라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넘쳐나는 법성생명’이라는 법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이 법문이 쉬운 법문은 아니었는데 그때에 이 법문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참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큰 스님의 크신 법력과 어쩌면 그동안의 저의 수행이 밑거름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날 ‘내 생명 부처님 무량공덕광명’을 몇 번이고 되뇌이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저는 이날로 새로 태어난 심정입니다. 내 생명에 타오르는 부처님 은혜의 광명을 확신하면서 불자다운 삶을 열어 갈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확실히 이 법문은 만나기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저는 새 믿음, 새 힘을 얻고 새 기쁨을 얻었습니다. 그날로 법회 사무실에 가서 자신 부회장님을 만나 일과수행에 대하여 말씀을 들었습니다.

 특히 반야바라밀 염송에 대하여 가르침을 듣고 이 수행을 지켜가리라 다짐하였습니다.

 확실히 불법은 나 자신을 바르고 굳건하게 일으켜 세워주는 가르침이었고 거기에서 끊임없이 진리의 힘을 뚫어내어 자신과 자신의 환경을 밝혀가는 길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수행일과정진을 빼지 않고 계속하였고 그러는 사이 불자로서의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되었습니다.

 

다시 태어난 용맹정진


 그러던 중 집중적인 수행정진을 통하여 불심을 보다 깊이 밝혀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87년 10월 저는 가행정진도량으로 강화 보문사를 선택하고 출발했습니다. 3박 4일을 기한하고 있는 정성, 있는 힘, 모두를 기울여 정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바라밀 염송과 예경을 계속하였습니다. 식사시간외에는 정진만을 계속했습니다. 눕는 것도 자는 것도 물론 전패했습니다. 나의 모두를 바쳐보자는 결심이었습니다.

 이렇게 정진하여 2일째가 저물어 가는데 예경을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나오는지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러면서 가슴을 맑게 씻어내리는 것과 같고 어떻게 형언할 수 없이 가슴이 후련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감동이 솟아올랐습니다. ‘내가 이제까지 무엇을 했던가, 아는 것이 무엇이 있었던가, 그러면서 큰 소리를 쳤던가, 무엇을 가졌다고 사람들 앞에서 자부심을 가졌던가’ 지난날 모든 것이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저는 3박 4일 동안 눕지 않고 염불 예경으로 일관했습니다.

 4일이 다 찼습니다. 정진을 마쳤습니다. 저의 가슴엔 감사한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세상 떠나신 아버님, 살아계시는 어머님 그리고 형제, 처자 온가족과 나의 주변 모든 분에게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온 세상이 맑고, 밝고 새롭게 보였습니다. 제 자신이 새로 태어난 것 같았습니다. 마치 어둠속에 갇혀 살다가 밝은 햇빛 앞에 나온 것처럼 마음이 밝고 시원한 것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습니다. 온천지가 새로 밝아지고 아침 해가 내 생명에서 솟아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산에서 내려오면서 기쁜 마음 주체할 수 없는 심정에서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그리고 집사람에게 감사했습니다.

 부처님의 은혜, 크신 가르침에 한없이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몇 번이고 ‘부처님 감사합니다.’를 외쳤고 새로 태어난 마음으로 부처님 앞에 믿음과 행을 바칠 것을 굳게굳게 다짐했습니다.


전법을 다짐합니다


 그날 이후 조석수행 일과는 더욱 열심히 하였고 온 집안에 부처님의 은혜로운 광명이 가득히 넘쳐나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법회에 열심입니다. 큰 아들은 불광 싣달법회에 둘째는 불광 목련법회에 빠짐없이 다니고, 동생들도 불법에 귀의하여 온 가족이 불자가 되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제등행렬에 온 가족이 참여하여 함께 봉축하였고 저희 집안에 화평함이 나날이 이웃에게도 인정을 받고, 불자의 가정, 화평한 집안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난 봄 법회에서 실시한 집전위원교육에 참가했습니다. 불교의식을 주관할 집전위원이 되기에 앞서 불자로써의 기본의식을 익히어 안팎으로 갖추어진 불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교육을 받고 나서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찰에 단체로 정진을 갔을 때나 또는 법등가족이 모여 수행을 할 때나 의전을 진행하는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되니 불자로써 스스로 대견스러움과 불광불자가 된 긍지가 새로워졌습니다.


 이제 저의 길은 결정되어 있습니다. 진실한 재가불자가 되어 거룩하신 부처님 은혜, 덕 높으신 큰스님 법문을 받들어 생활해 나가며 부처님 법을 전하는 일에 미력이나마 정성을 바치는 것뿐입니다. 부처님 법을 전하는 일이야말로 스스로 빛나며 또한 사회를 빛내며 조국의 평화번영을 가꾸는 최상의 길인 것을 믿습니다.

 오늘에 제가 있기까지 자비로써 인도해주신 불보살님과 법회 큰스님, 그리고 법우형제 여러분에게 지극한 감사를 드립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