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의 세계] 67.정토신앙(4)

경전의 세계(67)/정토경의 세계

2009-08-10     관리자

염불신앙(念佛信仰)
불교의 신앙면에 있어서 크게 구분할 때 자력신앙을 중심으로 한 것을 성도문(聖道門)으로서 난행도(難行道)라고 하는 반면, 타력신앙을 중심으로 한 것을 정토문(淨土門)으로서 이행도(易行道)라고 하고 있다. 여기에서 타력신앙의 근본을 정토신앙에 두고 있으며 이를 이행도라고 함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큰 까닭은 정토문이 아미타불의 본원(本願)에 의하여, 염불(念佛)로서 구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들의 자력에 의하여 계정해의 3학(學)을 닦으므로 인하여 성불의 길로 가는 것보다도 훨씬 쉽게 왕생하여 깨달음에 이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생들은 단지 아미타불의 명호를 염(念)함에 의하여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미타불을 염하는 것은 3학을 닦는 것보다도 훨씬 쉬운 일이며, 누구든지 쉽게 행할 수 있는 신앙이다. 그리하여 정토 왕생에는 여러 가지 행을 설하고 있으나, 그 가운데서도 예부터 정토신앙가들에게 중요시되어 왔던 것은 염불신앙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관념염불(觀念念佛)과 칭명염불(稱名念佛)의 두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현재에는 일반적으로 염불이라고 하면 칭명염불을 가르치고 있지만, 염불이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는 광범하다. 고대에는 사념(思念), 상념(想念), 관념(觀念) 등을 가르치는 말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먼저 관념에 대하여 살펴보자.
염불이란 글자 그대로 「부처님을 염하는 것」으로 염은 샨스크리트어로 스므리티(Smriti)의 번역이다. 이는「상기(想起)하다」「기억하다」라고 하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외에도 관념, 사념, 심념(心念), 억념(憶念), 상념, 칭념(稱念)과 같은 말로도 사용되고 있다. 또 불(佛)이라는 말에도 불신(佛身), 불명(佛名), 각(覺), 진여(眞如) 등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염불이라고 할 경우에는 엄밀히 말하여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염불신앙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는 「염불, 염법, 염승」의 하나인 염불인 것 같다. 이 3념의 하나인 「염불」은 석존의 재세 당시에 있어서는 석존에 대한 귀경의 생각으로 의빙, 사모의 마음을 말하고 있지만, 석존이 입멸하신 뒤는 석존에 대한 추모, 억념으로 그 의미가 바뀌었다. 거기에 석존의 가르침과 교단에 대한 귀경을 나타내는 생각이 더하여져서 3염신앙(三念信仰)이 생기게 되었다.
관념에는 관상하는 내용이 추상적인 이념인 경우를 현관(現觀)이라 하고, 구체적인 사상을 관상하는 것은 사관(事觀)이라고 한다. 이관이란 제법 실상을 관하며, 제법 개공을 관하며, 불의 법신 등을 관함을 말한다. 여기에 반하여 불의 32상, 80종호를 관하며, 극락의 산천과 국토 및 16관법을 닦음을 사관이라고 한다.
이러한 신앙 방법으로서 중국의 담랑은 극락국토의 17종의 장엄과 불의 8종 장엄, 보살의 4종 장엄 등 도합 29종의 장엄을 관찰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념염불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관무량수경」에서 16관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발전시켜서 중국의 선도대사는 그의 저술인 「관무량수경소」에서 정토의 장엄과 불보살을 관상할 것을 설하고 있다.
이러한 관법을 행하는 것은 무량겁의 사이에 있어서 더렵혀진 생사의 죄를 멸하고 정토에 왕생할 수 있다고 말하는 관념멸죄왕생론(觀念滅罪往生論)을 주장하게 되었다.

칭명염불의 유래는 석존의 재세시 불교 교단에 입문함에 있어서 불에 귀의하고, 불을 염하여 불의 이름을 부르는 구두의례가 일정의 의칙(儀則)으로 보편화되어 온 것이 칭명염불의 원초인 것 같다. 「아함경」등에서는 「나무불타」라고 부르는 창명(唱名)이 보이고 있다.
또 그 다음에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것은 불제자 및 신자들이 위난을 당했을 때, 마음의 공포를 갖거나 또는 감격스러울 때가 있었을 경우에 저절로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것이 칭명염불의 기원이 되었으나, 석존의 입멸 뒤에는 차차 해가 지날 수록 이것에 주술적, 수행적 또는 기도 기원적인 의미가 첨가되어 왔다.
「대반열반경」에 의하면 코살라국에서 도적의 무리들이 눈이 어두워졌을 때 「나무불타」라고 함으로써 눈이 밝아진 것을 기술하고 있으며, 「선집백연경」에서는 상인들이 해난을 당하여「나무불」이라고 창하므로 난을 면하여 보배를 얻었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에 나오는 칭명은 주술적, 기도적인 의미의 칭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관무량수경」의 하품하생에서는, 「너희들이 만약 염할 기회가 있으면 꼭 무량수불을 칭하여라.」고 한다. 「이와 같이 지심으로 소리를 끊지 않고 십념을 구족하게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칭하라. 불명을 칭하는 까닭에 염념의 가운데 80억겁의 생사의 죄를 면하고 임종시에 금연화의 편편한 일륜이 그 사람의 앞에 머물러 있음을 본다. 일념의 사이에 극락세계에 왕생함을 얻을 것이다.」라고 한다. 즉 칭명에 의하여 멸죄와 정토왕생을 설하는데 이것은 기원의 칭명이라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원시경전이나 대승경전에서 설하는 칭명사상을 이어받아 체계화 세운 이가 인도의 용수보살이다. 그는 「십주비바사론(十住毘婆沙論)」 이행품(易行品)에서 칭명에 의하여 보살도를 성취하고 불퇴위에 들어 갈 수 있음을 설하고 있다. 불퇴위에 들어감에는 난행도와 이행도의 두 가지 길이 있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육바라밀을 행하고 오랜 정진 노력 끝에 불퇴위에 이르름을 난행도라고 하며, 제불의 명호를 칭하고, 억념하며 공경 예배하여 쉽게 불퇴위에 도달함을 이행도라고 한다. 난행도는 육로로 걸어감에 비유되나, 이행도는 해로로 배를 타고 가는 것처럼 쉬운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제불의 명호를 부름에 의하여 불퇴위에 들어갈 수 있음을 설할 뿐 칭명이 곧 정토왕생의 행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용수의 뒤를 이어 출현한 세친은 「왕생론(往生論)」에서 정토왕생을 행으로서 ①예배문(禮拜門) ②찬탄문(讚歎門) ③작원문(作願門) ④관찰문(觀察門) ⑤회향문(廻向門)의 오념문(五念門)을 설하고 있다. 이 중에서 제2 찬탄문에서 여래의 명호를 찬탄할 것을 말하고 있으며, 그 찬탄의 방법으로 불명을 칭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칭명으로 불을 찬탄하므로 그것이 정토왕생의 행이 됨을 설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구체적으로 아미타불 일불만을 칭명할 것을 강조한 이는 중국의 담랑(476~542)이다. 담랑은 그의 저술인 「왕생론주(往生論註)」에서 용수의 난행, 이행과는 생각을 달리하여, 현세에서 불퇴위를 얻는 것을 난행도라 하고, 정토에 왕생하여 불퇴위를 얻는 것을 이행도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명호를 칭하면 불력(佛力)의 가피가 있다고 한다. 불력이란 불의 타력으로 이것이 바로 불의 본원력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중국의 담랑 때에 와서 비로소 칭명염불이 아미타불의 본원력에 일치됨을 주장하게 되었고 여기에서 칭명이 하나의 정토신앙의 형태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십념염불(十念念佛)
지난회에서 말하였듯이 범부 구제의 원리가 18원인 본원 사상에 있으며, 그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10염 염불이라고 하였다. 정토교에서 아미타불의 본원사상에 기반을 두고 중생 구제의 가장 쉬운 방법이 강구된 것이 염불신앙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칭명염불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칭명염불이 곧 정토왕생의 행이 된다고 함은 중국에 와서 비로소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담랑의 뒤를 이어 칭명염불의 수량신앙을 고취시킨 이는 도작(道綽)(562~645)이다. 도작은 말법의 금시에 상응하는 가르침은 정토교가 가장 상응하는 가르침이라고 하였다.
그는 「안락집(安樂集)」에서 「금시의 중생은 부처님께서 세상을 가신지 4, 5백년이 되었고, 참으로 참회수복으로 부처님의 명호를 칭해야 할 때이다. 만약 일념으로 아미타불을 칭하면, 능히 80억겁 생사의 죄를 멸한다. 일념에 이러하니 하물며 상념을 수하는 것이란, 즉 이 항참회(恒懺悔)의 사람이 된다.」라고 하여 칭명멸죄를 설할 뿐만 아니라「미타의 명호를 칭하여 안락국에 태어나기를 원하면 성성(聲聲) 사이에 십념을 성취하라」고 하여「관경」의 하품하생에서 설하는 칭명왕생의 설에 의하여 칭명염불로서 정토에 왕생할 것을 설하고 있다.
특히 도작의 염불신앙에서 주목되는 것은 수량신앙이다. 이 수량신앙은 「아미타경」의「고7일 일심불란칭아미타불(苦七日一心不亂稱阿彌陀佛)」에서 비롯된다. 도작은 평소에 아미타불을 염할 때, 콩이나 물건을 사용하여 그 숫자를 세었다고 한다. 또 스스로 목루자를 꿰뚫어 가지고 수주(數珠)를 만들어 수량을 세는 데 사용하였다. 이것이 오늘날 염주(念珠)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매일 7만 번씩 염불을 하였으며, 그 수량이 많을수록 공덕이 많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도작의 뒤를 이어 가재(迦才)는 「정토론(淨土論)」에서 7일 동안 백만번의 염불을 주장하므로서 수량신앙의 대표적인 백만편염불(百萬遍念佛)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와 거의 동시대인 신라의 원효대사는 「아미타경소」에서 염불의 숫자보다는 날짜를 중요시하게 되었다. 즉 하루에서 나흘까지 염불하게 되면 하품극락에 왕생하고 닷새에서 이레까지는 중품극락에, 여드레에서 열흘까지는 상품극락에 왕생한다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원효가 염불의 일 수를 중요시 하는 사상이 기본이 되어 우리나라에서는 일수염불(日數念佛)이 성행하게 된데 반해서,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가재의 영향으로 수량염불(數量念佛)을 중심으로 일주일에 백만 번의 칭명신앙이 해마다 행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다분히 밀교적이고 주술적인 색채가 없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을 거침으로 인하여 「무량수경」의 18원에서 나오는 10염이 10성(十聲)으로 변화한 것은 중국의 선도(善導)(613~681)인 것 같다. 그는 「무량수경」의 「내지10염(乃至十念)」에 대하여 새로운 해석을 하고 나왔다. 즉 「왕생예찬(往生禮讚)」에서 「칭아명자(호) 하지10성(稱我名字(號) 下地十聲)」이라고 해석하므로 인하여 10념이란 10성이라고 하였다. 물론 선도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10염의 해석이 여러 가지로 되었다. 원효는 이 10염을 성인들의 은밀10염(隱密十念)과 범부의 현료10염(顯了十念)으로 나누었으며, 경흥, 의적 등도 다 각기 다른 해석을 주장하였으나 선도와 같이 10염이, 즉 10성이라고 주장하진 않았다.
이와 같이 선도의 10성은 아미타불을 열 번 부르는 것이라고 하므로 「염(念)」이 「칭(稱)」이나「성(聲)」의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의의가 있지만, 칭명이 불(佛)의 본원으로 서원의 행이라고 하는 독자적인 칭명신앙을 주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정토신앙의 대표적인 신앙형태는 염불신앙으로 구체화되었으며, 수량염불을 대표하여 염주신앙과, 일수염불을 대표하여 기도신앙이 오늘날 성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