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상담실] 황태자의 결혼생활

열린 상담실

2009-08-02     관리자

병자년(丙子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불광 가족 여러분의 가정에 행운이 깃드시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새해에는 혹시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선남선녀들이 있다면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소원성취하시기를 기원한다.

결혼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요즈음 총각들 가운데에 신랑감으로서 가장 인기가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라고 묻는다면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한참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80년대초까지만 해도 외국의 사교계에서는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히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훤칠한 용모에 만능의 스포츠맨이면서 영국 황실의 왕위를 계승할 황태자의 비가 된다는 것은 결혼을 앞둔 여성이라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토록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황태자가 13세 연하의 푸른 눈을 가진 다이애나와 결혼식을 올리던 날, 영국국민을 비롯한 전 세계의 사람들은 흥분을 하면서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였다. 그리고 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지난 몇 해 동안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에 이보다 더 불행한 커플이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에는 다이애나 비가 영국의 BBC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에게 버림을 받고 애인에게도 배신을 당한 비운의 왕세자비’로서의 자신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을 때에는 격려와 비난이 한꺼번에 쏟아졌다고 한다. 그것을 보고 어떤 사람은 다이애나 비가 불쌍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찰스 황태자가 안되었다고 하는 식으로 양쪽으로 편이 갈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가 하도 좋지 않으니까 이제는 영국국민들조차도 이들에게 염증을 느껴서 황실제도의 폐지까지도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는 모양이다.

겉으로 볼 때는 세상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물질적인 행복의 조건들을 구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사람이 불화하고 서로에게 만족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우선 눈에 띄는 점은 두 사람의 나이 차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찰스 황태자가 결혼을 할 당시의 나이는 이미 33세였는데 이에 비해서 다이애나 비는 20세에 불과했고, 이제 갓 유치원 교사가 되기 위하여 초급대학을 마친 상태였다.

물론 우리 주위에는 이보다 더 나이차가 많이 나서 마치 아버지와 딸처럼 보이는 부부가 아주 화목하게 잘 사는 경우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처음 결혼을 하는 커플이 10세 이상의 차이가 난다는 것은 무엇인가 부자연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찰스 황태자가 첫사랑에 빠졌던 여인이 오히려 한 살 위의 연상의 여인이라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평소의 찰스 황태자의 모습을 보면 매우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찰스가 산책을 할 때마다 옆에 데리고 다니는 것은 그의 애견(愛犬)인데, 머리를 약간 숙이고 애견과 함께 걸어가는 황태자의 옆모습에는 고독(孤獨)과 우수(憂愁)의 그림자를 느낄 때가 많다. 사람들은 ‘왜 황태자가 고독할까?’라고 의문을 가질지 모르지만, 궁중에서의 생활이란 형식적이고 격식에 얽매인 인간관계가 주를 이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따뜻한 인간관계를 체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 어머니와의 관계인데, 찰스 황태자의 어린 시절에 여왕인 어머니가 얼마나 따뜻한 돌봄을 제공해주었는가 하는 것에는 의문이 생긴다. 실제로 찰스를 키운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라 보모들이었기 때문이다.

찰스가 그의 전기(傳記)에서 그의 부모에 대해서 언급한 것을 보면, “어린 시절, 아버지는 나를 눈물이 날 정도로 혼내고 무시했으며, 어머니는 항상 무관심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 그는 자신의 궁중생활에 대해 “종종 나는 새장에 갇혀 고통받는 새처럼 느껴진다. 왔다갔다 하면서 자유롭기를 갈망하는 새. 아! 이 얼마나 끔찍한 부조화인가.”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찰스는 항상 모성에 굶주려 있으며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대상으로 파멜라라는 연상의 여인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애당초 다이애나보다는 첫사랑의 상대였던 파멜라와 결혼을 했더라면 오히려 원만한 결혼생활을 해나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도저히 그렇게 될 수 없었던 까닭은 찰스의 배우자 선택이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채 엄격한 아버지 필립 공의 강요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이애나 비를 결코 사랑한 적이 없었으며 아버지의 강요에 못 이겨서 어쩔 수 없이 그녀와 결혼을 했다.”라고 털어놓은 찰스에게서 책임감의 결여를 넘어서 차라리 연민의 정까지도 느끼게 된다.

이런 식의 가용된 결혼은 위기를 맞을 경우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그것을 해결하기보다는 쉽게 상대방의 탓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이애나 비에게 있어서의 문제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찰스가 어머니의 사랑에 굶주려있다면 다이애나는 아버지의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아버지 스펜서 백작은 다이애나가 7세 되던 해에 그녀의 친어머니와 이혼할 정도로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이애나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녀의 부모와 같은 불행한 결혼 생활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 같다. 그녀 역시 인터뷰에서 ‘나처럼 부모가 이혼한 사람은 특히 이혼을 하지 않고 결혼생활을 유지하기를 바라지요. 보통사람이 그렇듯이 나 역시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를 원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찰스는 다이애나에게서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원했으나, 다이애나는 그것을 채워주기에는 너무 어렸던 것 같고, 다이애나는 찰스에게서 아버지와 같은 사랑을 갈구했으나, 찰스는 그것을 채워주기에는 너무나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성숙한 남편과 아내의 만남이라기보다는 몸은 어린이 되었지만, 마음속에는 아직도 사랑받기만을 원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들로만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 속의 빈 공간을 서로 보완해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서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낀 순간부터, 그것을 바깥에서만 얻으려고 했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의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졌던 것이다.

비단 찰스와 다이애나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서도 이와같은 경우를 자주 볼 수가 있다. 사람들은 흔히 물질적인 것만 풍부하면 결혼생활이 행복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말 부부 사이의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랑의 나눔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