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동화] 원숭이가 참두 따먹은 이야기

연꽃마을 동화

2009-08-02     관리자

 옛날에 히말라야 산 낮은 기슭에 원숭이가 무리를 지어 평화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이 원숭이들은 높은 산에 가서 나무 열매를 따고 같이 모여서 나누어 먹으며 나이 많은 어른 원숭이를 존경하면서 즐겁게 살아 갔습니다. 이 원숭이 무리들은 왕이 있어서 왕의 지혜스럽고 덕스러운 가르침을 따라 생활해 가는 것입니다.
산 아래에는 참두라는 아주 향기롭고 맛이 있는 과실이 열리는 나무가 있었습니다. 이 나무는 어떻게나 큰지 가지가 한 마을을 다 덮을 정도였습니다.

 이 마을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농사를 짓고 살 때도 있었지만 때로는 모두 떠나 빈 마을이 되어 있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므로 참두나무 과실은 해마다 원숭이 차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올해도 긴 여름이 지나고 오랜 장마도 걷혀 반가운 해가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석 달의 장마가 걷히면 참두는 익는 때가 되는 것입니다.

 원숭이들은 왕에게 청하였습니다.
“ 대왕님. 아랫마을에 있는 참두 익을 때가 되었습니다. 가서 따 먹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덤비면 안 된다. 참두가 우리 것이기는 하지만 마을에 사람들이 살고 있으면 우리 차지가 될 수 없다. 누군가 사람들이 살고 있는가 보고 오너라.” 마을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참두는 누렇게 주렁주렁 익어서 어느 때보다 먹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참두를 누가 와서 따먹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원숭이왕은 산에서 내려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참두 맛을 아는 젊은 원숭이들은 참지 못하여 임금님께 자꾸 졸랐습니다.
“대왕님. 저희들은 사람들보다 나무에서 나무로 나는 날샌 재주가 있습니다. 밤에 몰래 가서 감쪽같이 따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허락하여 주십시오 대왕님.”
원숭이들은 마침내 조르고 졸라서 임금원숭이의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해가 서산에 지고 이 산골짜기 저 산등성이에 어두움이 스며들자 원숭이들은 눈을 반짝이고 가슴을 두근대면서 아랫마을 근처로 몰려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바위틈에 숨어 밤이 깊어 사람들이 잠들기를 기다렸습니다. 원숭이를 떠나보낸 뒤 임금 원숭이는 어려운 때가 있으면 알리는 연락하는 원숭이를 뒤따라 보냈습니다. 이윽고 달이 높다랗게 떠오르고 사람들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참구과실을 망보는 사람도 잠이 들었습니다.

 원숭이들은 때는 왔다고 일제히 참두나무로 기어 올라갔습니다. 원숭이들은 정신없이 먹으며 희희덕거렸습니다. 마침 자다가 깬 사람이 밖에 나와 참두나무 위의 원숭이를 발견하였습니다. 그 사람이 집에 돌아가 북을 울리니 잠자던 사람들이 일제히 몰려 나왔습니다. 활을 가진 사람, 창을 가진 사람, 돌 주머니를 든 사람, 장대를 가진 사람들이 나무 아래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어둡기 때문에 원숭이를 공격하지 못하지만 날이 밝으면 화살과 돌팔매와 몽둥이로 원숭이를 잡을 계획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은 곧 임금 원숭이에게 보고되었습니다.
임금 원숭이는 연락병을 내렸습니다.
“가서 전해라. 다들 두려워 할 것 없다. 지금은 한밤중이니 우리를 죽이려고 벼르고 있는 저들에게 일이 생기면 문제될 것이 없다. 사람이란 원래 일이 많으니라.” 하며 부하들을 안심시키고 위로했습니다. 그리고서 임금원숭이가 데리고 있는 원숭이 세나를 불러 이리저리 하라고 분부를 주어 내려 보냈습니다.

 세나는 마을에 내려와 마을 끝 외딴 집을 기웃거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집 할머니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서 졸고 있었습니다. 세나는 할머니가 조는 사이에 불타는 나뭇가지를 슬그머니 빼어 나왔습니다. 그리고서 바람이 부는 남쪽으로 가서 나뭇가지에 불을 질렀습니다. 삽시간에 나뭇가지에서 불길이 솟았고 불길은 바람을 타고 세차게 번져 나갔습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불이야 하면서 불 끄러 달려갔습니다. 사람들이 정신없이 불을 끄고 있는 동안에 원숭이들은 제각기 커다란 참두 하나씩을 따고 나무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원숭이들은 임금님과 세나 앞에 참두를 쌓아 놓으면서 절을 하였습니다.

 “임금님 덕분에 저희들이 살아 왔습니다. 세나 덕분에 우리가 살아왔습니다. 이 맛있는 참두를 많이 잡수십시오.”
임금 원숭이는 또 찬찬히 타이르셨습니다.
“잘들 듣거라. 먹는 것에 너무 욕심을 부리면 위험한 일을 당하느니라. 매사에 찬찬하고 어려운 일을 당할수록 침착하여야 하느니라. 일을 할 때는 단결하고 윗사람의 말씀을 잘 따라야 하느니라.”

 원숭이들은 임금님을 둘러싸고 큰 잔치를 벌이고 임금님 만세를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