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대책기구의 조속한 설치를 바란다.

특집∙불교 내일을 위한 제언 11

2009-07-31     관리자
 

지난 9월 29일 통과된 조계종의 새로운 종헌을 보면 불과 몇 줄의 조항에 불과하지만 그전 종헌에 없던 언론분야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불교의 개혁시대를 실감하게 해주었다.

  다소 막연하지만 언론 특히 방송에 대해 종단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불립문자(不立文字)’라하여 언론을 하근기의 것으로 보아온 전례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일이라 하겠다.

  현대를 이미 정보화시대로 이름한 이도 있거니와 오늘날 산업화시대에 있어서 매스컴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가 통하는 실크로드로 일컬어지고 있다. 언론사회학자 이니스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시대에 있어서는 언론을 경시하고는 그 사회와 시대를 앞장설 수 없다.

  여러 매체 가운데서도 특히 방송은 후기산업 사회를 지배하는 가장 영향력있는 매체로 군림하고 있으며 다가올 21세기에도 그 지배력은 날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방송이 단순히 보고 듣고 즐기는 단순한 매체가 이미 아닌 것은, 방송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와 규범을 창출하는 의식산업인 까닭이다. 이러한 명제는 종교사회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유선방송, 위성방송, 고품질텔레비전 등 뉴미디어의 등장과 방송구조의 개편 분위기 등 방송환경은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미 지난 90년 불교방송과 평화방송의 출범으로 기존의 기독교방송과 함께 이 땅에는 바야흐로 종교의 전파 전쟁이 시작되었고, 이제 내년이면 뉴미디어의 총아라고 이름하는 유선방송에서도 종교 간의 전쟁은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돌이켜보건대, 우리 불교는 타종교에 비해 방송에 관한 관심이나 이해면에서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진단은 가슴 아프지만 정확한 진단이다.

  일반 방송의 경우 개신교는 우리를 수 십 년간 앞서고 있다. 이것은 그 동안 우리가 방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서 비롯되었다. 종립대학에 언론학과가 없고, 게다가 스님네들마저 ‘불립문자’라하여 방송 일을 하근기(下根機)로 여기다보니 그렇게 된 듯하다.

  역량이 없어서가 아니다. 미처 그쪽에 눈을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미래 사회를 읽어내는 통찰의 눈을 갖지 못했다는 뜻이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종단에서 언론에 관해 눈을 뜨고 있고, 유선방송의 경우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개신교에 비해 우리는 몇 걸음 앞서 일을 시작했다. 주식공모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좋은 인재들을 뽑아서 발빠르게 일을 시작하였다.

  과거 한국인의 삶과 사상에 그 뿌리가 되어온 우리 불교가 사회의 격번한 변화에 따를 그 진공상태를 메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고 다가올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매스컴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뒤따라가며 뒷북이나 치는 종교가 아니라 시대상황이 부여한 종교적 사명을 다하며 앞서 이끌어가는 종교가 되기 위해서는 제작과 수용을 포함한 언론 종합대책기구가 시급히 설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언론대책기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첫째, 언론감시운동이다. 언론의 역 기능을 최소화하고 바른 언론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시민언론운동으로서, 특히 방송의 불교에 대한 편파 및 왜곡을 감시하여 정토를 구현하는 호법 운동으로서 언론감시운동은 필요하다.

  둘째, 방송제작 자문역할이다. 일반 방송에 있어서 불교와 관계된 모든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기획과 심의 등등의 자문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자체 프로덕션을 설립할 수 있다. 유선방송을 비롯하여 포교용 비디오 제작 및 보급을 부대사업으로 할 수 있다.

  넷째, 불교매스컴 학교를 설립하여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학과, 방송학과, 영화와 비디오 등 영상매체학과 등을 개설하여 실제에 필요한 교계의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다섯째, 방송인을 비롯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포교활동을 할 수 있다. 방송의 불교 왜곡 편파를 줄이고, 포교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언론인을 위한 포교활동을 벌일 수 있다.

  여섯째,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에 대한 수용자 불만접수창구 역할을 한다. 불자들의 언론에 대한 불만창구를 일원화 할 수 있다.

  일곱째, 대정부 언론정책에 대한 불교계 창구 일원화를 꾀할 수 있다.

  여덟째, 방송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기획하고 시행한다. 동국대학 언론학과 설치 및 승가대학 언론교육 등 종단에서 할 수 있는 언론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중추기구가 된다.

  아홉째, 방송, 신문, 잡지(사보)등 교계언론 종사자에 대한 연수교육을 담당한다.

  열 번째, 불교관련 방송 상을 제정한다. 일반방송과 불교방송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불교의 발전에 공헌한 프로그램을 선정하여 시상함으로써 프로그램 질을 높이고 불교관련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킨다.

  열 한번째, 기타 방송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기획하고 집행한다.

  지난 9월 29일 불교개혁에 따른 조계종 종헌종법이 마련되었다. 새 종헌에서 언론과 관련된 사항은 제21장 문화 및 사회활동 부분이다.

  이 장 제 114조에는 ‘본 종은 사회문화 향상에 기여하기 위하여…신문 방송매체 영상사업기관 및 문화예술진흥기관을 설립 운영한다.’로 되어있으니, 종단에서 언론대책기구를 설치 운영할 수 있는 법적인 마련은 되어있는 셈이다.

  그런데 언론대책에 대한 업무는 어디에서 관장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새 종헌에는 그것이 상세히 명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현재로는 총무원 산하에 둘 수밖에 없다.

  제 9장 총무원 제 51조에 보면 기획실, 문화사회부, 사업부 등이 조직되어 있으나, 그 산하기구로 들어가는 것은 언론의 특수성과 전문성에 비추어 부적합하다. 따라서 총무원 산하의 독립된 위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미 종헌 제52조 1항에는 ‘총무원장은 필요에 따라 중앙종회의 동의를 얻어(새 기구를)증설하거나…’로 되어 있으며, 제 15장 위원회 제 83조 제 1항에 ‘본종에서는…각종 위원회를 둘 수 있다.’라고 되어 있는 바 이미 언론대책기구 설치에 따르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그러므로 언론대책기구 설치 총무원이 구성되는 대로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