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어머님의 교훈

[특집] 나 혼자 있을때

2009-07-31     최치환

용기와 사랑과 지혜와 인내력을 길러주신 어머님의 사랑 

정치인이란 누구보다 시간에 쫓겨 좀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어렵다.
평소 사색을 즐기는 나이지만 좀처럼 그럴 시간을 만들기가 힘이 든다.

사색에 잠기는 시간, 그것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낭만이요 정신적인 재산을 축척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한가한 때이면 나의 생애에 기장 큰 영향을 주셨던 어머님의 인자하신 모습이 떠오른다.

자식에 대한 어머님의 넓으신 자애에야 감히 비하랴만 어머님에 대한 효성이 미흡 하지나 않나 하는 자식으로서의 아쉬움과 뉘우침이 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에게 향한 어머님의 사랑은 그 어느 것에도 비길 수가 없다.

천평칭(天平秤) 한쪽에 우주를 , 다른 한 쪽에 어머님의 자애를 저울질 한다면 반드시 어머님의 사랑이 더 무거울 것이다.

나에게 용기와 사랑과 지혜와 인내력을 길러주신 어머님, 대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 주시던 말씀, 가난한자 편에 서서 도와주시라던 말씀을 다시 되뇌이며, 지난(1978년 12월 10일)국회의원 선거 열풍이 전국을 휩쓸 무렵 어머님의 교훈에 힘입어 무사히 선거를 치러 오늘의 내가 있지 않았는가….

오랜 정치 방학에서 지역구에 출마한 나는 유권자들과의 잇단 접촉과 유세로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남해 모 초등학교 교정에서 열린 합동 유세장에서의 일이다.

그날따라 아침부터 비가 줄기차게 내려 늦가을의 스산함과 지친 피로가 겹쳐 몸과 마음이 무거웠다.
유세장엔 형형색색의 우산 늪이 강하게 시야를 메워왔다.

나는 차가운 비를 흠뻑 맞으면서 입후보자석에 정좌하여 차례를 기다렸다.

측근들이 받쳐주는 우산을 극구 사양하면서 비를 맞았다. 7년 만에 돌아온 나에게 뜨거운 성원을 보내는 여러 어른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다소나마 송구스런 마음을 덜어 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나는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여러 후보자들이 떠난 텅 빈 좌석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의 정견(政見)속에서 공감과 위안을 , 그리고 희망과 긍지를 찾기 위해 자리를 지키는 수많은 티 없이 맑고 소박한 눈망울을 응시하면서 나 혼자만의 상념에 파묻혀 어머님의 평소 교훈을 깊이깊이 생각하였다. 그리고 나는 엄숙히 다짐을 하였다. 여러분들의 그 간절한 소망을 성취시켜 드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극히 짧은 순간이었으나 값진 나 혼자만의 시간이었으며, 그 순간의 다짐은 지금도 나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고 어머님의 교훈에 새삼 감사를 느꼈다. 그리고 늘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많은 국민들을 위하여 어떻게 봉사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정치인으로서, 인간으로서의 나를 확고히 하는 힘의 축적을 위해 부단히 책과 더불어 많은 시간을 할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