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다

[특집] 나 혼자 있을 때

2009-07-31     김주영

하루의 일과(日課)를 마치고 돌아와 혼자만이 갖는 시간은 나에게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가져다주는 시간이다. 고통을 견디기 어려운 때는 나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 또한 나의 고통을 밀어내는 비결(秘訣)이기도 하다.

친지를 만나고 선배를 만나며 해결해 보고자 하던 것이 어느새 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겨보고자 하게 된 습관은 나의 성장도 있겠지만 어쩜, 요즈음의 바쁘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터득한 또 하나의 경험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는 서로를 사랑하고 싶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나는 혼자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응대(應對)하는 것이다.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어 가며 샘솟는 그리움을 생활의 밑거름으로 발판하며 나를 발견할 때에 나는 나를 무척이나 사랑하게 된다. 역시 나의 친구이구나 하고.

그래서 나는 혼자만의 시간에 나의 가장 최상의 친구인 나를 만나게 되며 그와 솔직한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가장 사랑하려 드는 것이다, 그것이 자기탐닉(自己耽溺)이라는 허무한 단어로서가 아니고 자신을 잘 보살펴 주고 자신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짐으로써 자신을 훌륭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곧 나 아닌 다른 사람도 돌보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를 생각지 않는 희생(犧牲)과 봉사(奉仕)는 진정한 빛을 발(發)할 수 없으며 오래 갈 수도 없다고 보는 것이다. 나를 보호하지 않는 이성간의 사랑은 믿어서도 안 될 것이며 또한 요구해서도 안 될 것이다.

진정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나의 사랑은 영원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는 나를 격려해야 하며 나의 성장을 위해 긍정적인 최면에 걸려야 하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소중하다 하여 그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였을 때 나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 괴로웠음을 알았고 혼자의 시간이 충실함을 느낄 때 그들과의 시간이 충실했음을 또한 알 수 있었다. 나 혼자만 있으면 갖지 않아도 될 어려움을 나는 그들과 어울림으로써 얻게 되었고 그 어려움을 이겨내려고 내가 갖는 시간은 나에게 주었음도 또한 사실이다.

그런 뒤 그들과의 어울림이 결코 나와는 필연(必然)적임을 배웠고 혼자만의 시간이 아닌 그들과의 시간이 또한 소중함을 알았던 것이다.

혼자 있고 싶어 여행을 떠나면 곧 여행담을 들어줄 친구들에게 돌아오고자 마음을 바쁘게 챙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진실한 본능과 사로의 사랑을 잊고 우리는 서로 헐뜯고 이해하지 않고 단정해 버리면서 서로 미워하는 습관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심한 학대인가를 잊은 채.

진정 나 혼자일 수 있었을 때 우리는 서로를 사랑해야 하고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나의 진정한 친구는 나에게 이와 같은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