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행복한 여행, 템플스테이

연중특별대담 / 변화의 키워드로 본 우리 불교

2009-07-29     관리자

불교와 대중의 만남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사찰은 스님들의 수행공간이자 신도들의 신행공간으로서만이 아니라 대중들의 자기성찰의 쉼터로, 불교문화체험의 장으로, 한국을 알리는 관광 상품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이제 사찰과 스님들은 더 이상 불교신도만이 아니라 무종교인, 심지어 타종교인, 문화와 풍습이 낯선 외국인들에게까지 개방되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유구한 민족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사찰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인이 머무르며 체험해 보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템플스테이(수련대회, 단기출가 등 포함)의 광범위한 확산은 사찰을 기존 스님들과 일부 신도들만의 공간과 관람의 대상에서 일반 대중들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이에 템플스테이의 장기적인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역사와 현황을 살펴보며 새로운 포교 방식으로서의 긍정적인 변화 양상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회 : 류지호 (월간 「불광」 주간)
대담 : 진경 스님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 
          일감 스님 (금산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대요 스님 (화엄사 포교국장)


진경 스님 _ 송광사로 출가하였고, 송광사 강원, 동국대 선학과 및 동대학원(석사 논문 「템플스테이 현황과 활성화 방안 연구」)을 졸업했다. 해인사, 송광사, 용화사, 대승사 등 제방 선원에서 정진하였고, 송광사 교무국장, LA 고려사 주지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 소임을 맡고 있다.







일감 스님 _  해인사에서 원융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고, 봉암사, 해인사, 백양사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하였다. 정안사, 마하보리사, 멕시코 반야보리사 주지, 해인사 포교국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금산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소임을 맡고 있다.







대요 스님 _ 화엄사로 출가 후 백양사 강원을 졸업하고 제방선원에서 정진하였다. 2005년 5월부터 화엄사 포교국장 소임을 맡고 있다.










나의 삶까지 바꿔주는 템플스테이


류지호 ▷ 올해도 어김없이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제 곧 여름 휴가도 시작될 텐데, 사찰에선 여름수련회와 템플스테이가 활발하게 열리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달엔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템플스테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먼저 저희 독자들을 위해 현재 템플스테이 운영 현황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진경 스님 ▷ 잘 아시다시피 템플스테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위해 불교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조계종 포교원에서 기안을 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짧은 기간이지만 작년 2008년까지 통계를 보면 약 35만 명이 템플스테이를 체험했고, 그 중 5만 명은 외국인의 참가 숫자입니다. 2002년에 외국인만 991명이 참가한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운영 사찰도 2002년 33곳, 지난 해 87곳에서 올해는 100여 곳으로 늘었습니다. 이러한 성장 동인은 템플스테이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스님들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참가자들이 스님들의 수행 모습을 보고, 스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가장 큰 감동을 느낀다고 합니다. 또한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사찰이 주는 자연의 편안함과 아름다움이 무언의 설법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템플스테이 활성화를 위하여 지원해주고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류지호 ▷ 2002년 월드컵 때 부족한 숙박시설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시작하여, 전통문화나 자연을 체험하는 쉼터의 장, 내면의 마음을 바라보는 자기성찰이나 수행의 장으로 통합되는 것 같습니다. 사찰 차원에서 볼 때 템플스테이가 어떻게 탄생되었으며 어떤 발전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일감 스님 ▷ 템플스테이를 처음 시작할 때는 숙소 개념도 있었지만, 수련회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련회와 차별을 두는 과정에서 휴식형, 수행형, 체험형으로 나눠지게 되었죠. 지금도 변화 발전하는 과정에 있으며, 안정적이기보다는 과도기적인 상황에 있습니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템플스테이가 오히려 수행환경을 해친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합니다. 템플스테이가 과연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각각의 사찰들이 좀더 분명하게 자기 색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류지호 ▷ 템플스테이를 단어 뜻으로 보면 사찰에 머물면서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고 했을 때, 수련회나 단기출가 역시 템플스테이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60년대부터 대불련 사찰순례수련회, 봉은사 대학생수도원, 송광사 여름수련회 등 전국 사찰에서 여름철 수련회를 진행해오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2002년 월드컵 때 더 확장된 개념의 템플스테이가 탄생하면서, 강도 높은 수련의 개념보다는 꼭 불자가 아니더라도 타종교인이나 무종교인도 편안하게 참여하는 형태로 확장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대요 스님 ▷ 여름과 겨울 한철에 진행되는 수련법회 같은 경우 스님과 똑같은 일상에서의 생활을 통해서, 스님들의 정진하는 삶을 체험하며 불교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수행체험입니다. 화엄사 템플스테이 경우 상시휴식형, 전통불교문화체험형, 참선수행형, 계절별특화체험형 등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통계를 보면 불자보다는 무종교인과 타종교인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불교를 통해 새로운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 역할이 템플스테이입니다. 참가자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열고, 스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고민을 해결하는 길을 찾습니다. 그런 분들이 다시 템플스테이를 찾게 되고 불자가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템플스테이는 단순한 불교문화 체험이나 관광을 떠나서 개인의 삶까지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류지호 ▷ 수련회와 템플스테이의 가장 특징적인 차이점은 참여 대상에 있는 것 같습니다. 수련회에는 불자들이 많은 반면, 템플스테이에는 무종교인과 타종교인들이 많다는 것이죠?

대요 스님 ▷ 물론 수련회도 비불교인이 참여하지만 엄격한 규율 속에서 진행을 하며, 템플스테이는 그야말로 자유롭게 마음을 열고 함께하는 자리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체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경 스님 ▷ 수련회와 템플스테이는 둘 다 사찰에서 불교를 주제로 모든 것이 이뤄지기 때문에 엄밀하게 구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수련회는 불교를 대중화하겠다는 포교 목적이 강합니다. 예를 들면 불자들에게 좀더 신심을 일으키고 수행을 심화할 수 있는 단계적인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반면에 템플스테이는 일반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불교문화를 대중화하기 위해 문화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템플스테이는 사찰에 가서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분위기의 프로그램을 많이 가지고 있죠. 국민들의 여가시간을 의미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 전통문화와 불교문화가 산재해있는 사찰 공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템플스테이가 개발되었기 때문에, 이것은 종교체험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일감 스님 ▷ 금산사에서는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을 쓴 후부터는 수련회나 수련법회라는 말을 잘 안 씁니다. 여름수련회 같은 개념으로 ‘선, 나를 깨치다’라는 프로그램을 6박 7일간 진행하는데,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합니다. 다만 그 프로그램 속에는 고난도의 불교수행과 수계식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좀더 불교적일 뿐이지, 실제적으로 템플스테이라는 개념 속에 있습니다. 이제는 일반 대중들에게 수련회보다는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시대에 맞춰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을 더욱 많이 확산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어요. 역사적으로 이미 삼국시대부터 템플스테이를 해오고 있는데, 굳이 수련회와 템플스테이를 나누는 것은 우리의 자리를 좁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 템플스테이라는 현대적인 이름 때문에 그 속으로 많은 프로그램이 들어 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 속에 송광사나 해인사 수련법회 같은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사찰도 반드시 있어줘야 하구요.

포교 원력으로 일군 다양한 프로그램과 감동

류지호 ▷ 템플스테이가 대중화되면서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기본형, 휴식형, 수행형, 불교문화체험형, 생태체험형, 템플라이프 등이 있는데, 화엄사와 금산사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대요 스님 ▷ 화엄사의 주 템플스테이는 참선수행 템플스테이고, 특화 프로그램으로 화엄사, 천은사, 도림사에서 1박씩 머무는 ‘3사(寺) 3색(色)’이 있습니다. 그리고 추석 등 긴 연휴가 있을 때 연휴 일정에 따라 ‘달빛 아래 다섯날’의 프로그램이 있고, 크리스마스 때 목사님을 모시고 불교와 기독교의 화합을 도모하는 ‘크리스마스 템플스테이’, ‘야생차 만들기’, 단체나 기업 등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맞춤형 ‘산그늘 템플스테이’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감 스님 ▷ 금산사도 첫 봄에 진달래 꽃 따서 전 부치고 판소리도 체험하는 ‘화전놀이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계절이나 주제에 따라 1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금산사가 좀 다른 사찰에 비해 특색있게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10월에 열리는 ‘추억의 템플스테이’에요. 1년 동안 다녀가신 분들을 다시 초청해서 1년 동안의 템플스테이를 돌아보는 비디오 영상전, 사진전, 음악회를 엽니다.

진경 스님 ▷ 작년에 저도 ‘추억의 템플스테이’에 다녀왔는데, 일반 사찰에서 하는 산사음악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인상 깊었습니다. 템플스테이 1년을 결산하며 참가자와 자원봉사자들이 한데 어울리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았습니다. 금산사 프로그램 중에 ‘도란도란 템플스테이’도 있는데, 어감이 참 재미있습니다. 도란도란이라는 말은 여럿이 모여 정답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데, 여기서는 ‘도(道)란? 도(道)란?’이라는 의미입니다.

류지호 ▷ 숫자적으로 볼 때 그동안 35만여 명이 템플스테이를 체험했는데, 참가자들의 만족도나 반응은 어떻습니까?

진경 스님 ▷ 참가자들에게 설문조사를 받아보면, 90% 이상이 ‘감동적이다, 다시 오겠다’라며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보여줍니다. 비불교인들 중에 템플스테이를 통해 불자가 된 분들도 많은데, 종단 입장에서 보면 템플스테이가 포교 차원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감 스님 ▷ 예전에는 포교 활동을 하면서 늘 답답함이 있었어요. 그런데 템플스테이는 포교를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굉장한 장점이 있어요. 심지어 금산사에서는 춤을 통해 명상을 해봤습니다. 절에서 춤을 춘다는 건 기존의 우리 개념 속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템플스테이라는 이름 속에서는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불교수행의 지(止)와 관(觀)을 잘 살리는 춤수행이었지만 말입니다. 더 많은 자원들을 활용해서 결국에는 참가자들을 불교의 품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류지호 ▷ 참가자들의 반응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으시면 소개해 주시죠.

일감 스님 ▷ 대체로 긴 시간의 수행형 템플스테이 속에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가끔 있어요. 이혼을 생각했던 분이 상담을 통해서 자기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며, 가문을 지킬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이혼을 하면 아이들이 흩어지니까요. 그리고 자살을 결심했던 분도 삶의 의욕을 되찾아 돌아간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큰 보람입니다. 스님과의 대화 속에서 핵심 주제는 ‘나란 무엇인가?’입니다. 사람들은 ‘나’를 찾아서 떠나기는 하는데, 그 종착지는 어딘지 모릅니다. 나와 관계된 사람들 속에 그 찾아 헤매던 ‘나’가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아내에겐 남편이 나이고, 장사하는 사람은 손님이 나이고, 사장은 직원이 나이고, 정치인은 국민이 나입니다. 이런 것이 바로 부처님의 연기법이에요.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은 결국 자기 관계를 돌아본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치를 깨닫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더불어 잘 살게 되고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류지호 ▷ 스님과의 대화 시간이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템플스테이의 캐치프레이즈인 ‘나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에 가장 충실하신 것 같습니다. 대요 스님은 선방에만 있던 수좌스님이셨는데, 우연찮게 템플스테이를 맡게 되었다가 못 말리는 팬들의 폭발적인 인기 때문에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알고 있는데요. 참가자들을 이끌다보면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대요 스님 ▷ 생각지도 않고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얼떨결에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큰절 소임을 본다는 것이 큰 부담이 되었지만, 또한 새로운 수행의 환경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포교라는 소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을 때 황당한 일을 경험한 일화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오래 전 조계사에 갈 일이 있어 3호선 지하철을 탔는데, 어떤 보살님께서 갑자기 저를 끌어안으면서 계속 ‘하나님을 믿으십시오’ 그러는 겁니다. 그 때 보다 못한 건장한 한 청년이 ‘뻔히 스님인 줄 알면서, 이거 실례 아니냐’라며 그 보살님을 만류하여 난처한 입장은 마무리되었지요. 그런데 그 보살님을 통해 저의 포교 소임에 대한 의문을 풀게 되었습니다. 그 보살님은 하나님을 믿게 하기 위해 나 한 사람을 안았지만, 나는 우리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분별없이 안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번 절에 온 사람은 다시 사찰에 오게 만드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포교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실된 수행자의 모습으로 진실한 마음을 열어보여 주었을 때 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지식과 상식이 넘치는 사회에서 같은 지식과 상식으로는 사찰을 찾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일방적인 전달이나 가르침보다 마음을 스스로 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답답해했던 마음의 근원을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스스로 찾게 되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마음이 열린 참가자는 다시 사찰을 찾게 되고, 또한 혼자 오지 않고 주위 사람과 동행해서 함께 찾게 됩니다. 어느 미국인 대학생은 ‘스님과의 대화’가 끝나고 머리를 깎아달라고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진경 스님 ▷ 템플스테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님들이 불교의 해박한 지식을 주는 게 아니라 수행력이나 법력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대요 스님이 선방에서 정진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오히려 화엄사 템플스테이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수행력이나 법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떤 포교도 오래 가지 못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일감 스님이나 대요 스님뿐 아니고, 성공하는 케이스는 수행력이 바탕이 된 포교에 원력을 가진 스님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템플스테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자신감

류지호 ▷ 농장 체험, 고택 체험 등의 다른 문화 체험들보다 템플스테이가 각광을 많이 받는 핵심적인 이유가 스님들 때문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고 난 후 활발하게 동문회 모임을 갖거나 사찰의 자원봉사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일감 스님 ▷ 제가 해인사에 있을 때는 수련동문회가 있었어요. 수련회를 마치고 나면 대체로 1기당 10명 정도 동문회에 가입을 하는데, 제가 있던 2005년에는 가입한 수가 59명이었습니다. 6배나 증가한 거죠. 새로 동문회에 가입한 이분들이 결국 해인사의 새로운 신도층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동문회는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으며, 해인사에서는 가장 힘있는 단체로 발전해 가고 있어요. 금산사는 ‘걸망에 담아 온 산사 이야기’라는 인터넷 카페 활동을 여전히 하고 있고,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나서는 항상 두세 명은 새로운 가입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카페 회원들이 자원봉사도 하고 행사 준비도 하며 사찰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제 욕심으로는 템플스테이나 수련회를 마친 사람이 매번 정기적으로 만나서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나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그 회원들이 자기의 수행 사찰로 삼고 평생을 이어가고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진경 스님 ▷ 그 이전까지만 해도 송광사, 해인사, 통도사 등 수련회를 전문적으로 해오던 사찰에서는 수련회 기수별로 동문회를 만드는 것이 일반화되었다고 한다면, 템플스테이는 사찰의 스님 중심으로 모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화엄사나 금산사뿐 아니라 미황사, 백담사 등 운영이 잘 되는 사찰은 스님들을 중심으로 기존 참가자를 다시 모을 수 있는 인터넷 카페 모임이나 ‘추억의 템플스테이’ 같은 심화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류지호 ▷ 담당하시는 스님들이 보람도 많이 느끼실 테지만 실제적으로 고통도 많으실 텐데, 사중이나 종단에서 바라보는 평가는 어떤가요?

일감 스님 ▷ 어른스님들이 물심양면으로 든든한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가 사찰 경제적인 면에서는 별로 이득이 안 되지만, 사찰의 이미지를 높이고 대사회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요 스님 ▷ 화엄사의 경우 주지스님께서 템플스테이가 새로운 포교의 시대를 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십니다.

진경 스님 ▷ 종단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템플스테이가 종단의 핵심 사업으로 앞으로 한국불교의 장기적 포교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죠. 다만 정부가 관광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지원하기 때문에, 관광과 포교라는 두 가지 면을 잘 조화롭게 가지고 가야 하는 사업입니다.

류지호 ▷ 정부 입장에서는 불교 포교 차원에서는 지원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템플스테이가 한국의 대표적 문화상품 중 하나로서 세계인들의 호응과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관광진흥기금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명분이 있습니다. 정부의 입장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볼 때 불교계에서 어떻게 소화를 하는가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은데요.

일감 스님 ▷ 관광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무슨 관광이냐는 거지요. 절집에 관광을 가는 것은 쾌락이나 욕망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볼 관(觀)’자에, ‘빛 광(光)’자입니다. 불교의 빛을 보러가는 관광입니다. 불교의 정신, 깨달음을 보러 가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불교관광이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잘 살려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불교관광을 통해서 ‘자기 마음을 돌아보고 우리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깨침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관광의 끝이다.’라는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관광도 다 차원이 있잖아요?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그 다음에 자기를 돌아보고 지혜를 얻는 것으로 하는 거예요. ‘관광 문화의 꽃은 템플스테이다’라고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관광이라는 말을 잘 활용해 쓰는 것이 포교에도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템플스테이가 극복해야 할 과제와 발전 방향

류지호 ▷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진경 스님 ▷ 인력 문제가 가장 큰 문제점인 것 같습니다. 성공적으로 잘 운영하는 사찰은 미황사 금강 스님, 부석사 주경 스님처럼 적극적인 마인드로 오랫동안 이끌어오고 있는 곳입니다. 실패하는 요인은 담당하는 스님들이 자주 바뀌는 곳입니다. 실무자들도 근무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오래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전문 인력들을 우리가 지속적으로 확보하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는 포교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님들과 실무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되지 않고는 일관성이나 연속성의 면에서 발전할 가능성이 상당히 적습니다. 시설적인 면은 예전보다는 개선되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많이 열악하기 때문에 좀더 많은 지원과 투자가 요구됩니다. 시설면에서는 전통한옥 형태를 유지하는 한편 초가집이나 황토집을 짓는 곳도 있고, 현대인들의 수준에 맞게 참가자들이 선택해서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일감 스님 ▷ 체계적인 인력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스님뿐만 아니라 월급을 받는 실무자들의 이직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이 결여되기 쉽고 참가자들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하기 어렵게 됩니다.

류지호 ▷ 종합적인 안목에서 스님들이나 실무자들이 템플스테이를 장기적으로 전담하지 못하는 요인은 무엇입니까?

일감 스님 ▷ 어느 스님이나 다 템플스테이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분들은 템플스테이라는 개념부터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르는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 모두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1년에 한두 번 연수를 하기는 하는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것은 시간 관계상 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템플스테이가 오래도록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상설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인력을 배출해내야 하고, 거기서 배출된 인원이 각 사찰로 배치되는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사람이 없어 아무나 소임을 맡으면 우선 잘 몰라서라도 금방 내려놓을 수밖에 없지요. 특히 실무자들은 접수부터 시작해서 각 프로그램마다 신경을 써야 하고, 새벽 3시에 참가자들과 같이 일어나야 하고, 일과가 끝난 후에도 다 정리하고 나서야 잠을 잘 수 있습니다. 사실 노동 시간이 굉장히 길어요. 월급도 종단과 사찰이 협의해서 사회 수준의 급여를 보장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보람있는 일로 여기고 청춘을 바쳐서 일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이런 조건이 갖춰져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진경 스님 ▷ 템플스테이가 한 차원 더 발전하기 위해서 시스템이 개선되고 체계화 되어야 합니다. 담당 스님이나 실무자들의 교육과 관리가 시급함을 절감합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사업단 자체가 국고 지원을 받아서 이것을 대행하여 관리하고 통제하는 역할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100개 사찰 스님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원하는 부분은 인력, 인건비, 전문인력 파견, 자문 등의 방안이 있을 거라고 보는데, 앞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지혜를 모아 잘 해결해야겠습니다.

류지호 ▷ 전반적으로 큰 틀에서 보면 시설 개선은 많이 되고 있고, 중앙 차원에서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가 생길 정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찰의 뛰어난 자연 경관, 유구한 전통문화 등 원래 갖추고 있는 배경은 좋은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운영하는 인력 문제가 안정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중점적으로 이 문제를 개선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오늘 미처 못 다한 말씀이나 템플스테이의 활성화와 발전을 위한 제언 부탁드립니다.

진경 스님 ▷ 열악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불교의 가르침을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불교문화를 세계화시키겠다는 큰 원력을 갖고 임하시는 스님들을 보면 항상 개인적으로는 존경스럽고 고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그러므로 템플스테이의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스님과 대화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가자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원동력은 스님들의 수행력과 포교 원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불교문화사업단 입장에서는 앞서 제기된 여러 전반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대요 스님 ▷ 템플스테이가 그 동안 운영을 총괄하는 스님과 실무자들의 많은 고생으로 안정된 성장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템플스테이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불교문화사업단과 운영사찰, 스님, 실무자 등 모두의 역할이 소중합니다. 우선 시급한 것은 운영 실무자에 대한 관리인데, 사업단 차원에서 새로운 관심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감 스님 ▷ 재차 강조하는 것이지만, 템플스테이를 실제로 운영하는 스님과 실무자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스님과 실무자들이 좀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그 안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수행을 하고, 그 수행을 바탕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행복을 전할 수 있도록 종단과 어른스님들의 애정과 관심을 바랍니다.

류지호 ▷ 오늘 대담을 통해 템플스테이가 좀더 많이 알려지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일선에 계신 스님과 실무자들의 인력 및 처우 문제도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곧 여름수련회와 템플스테이가 전국 100여 곳의 사찰에서 시작되는데, 우리 불광 독자 여러분들도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나를 찾아 떠나는 행복한 여행을 계획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대담을 위해 바쁘신 일정 속에서도 멀리 화엄사와 금산사에서 참석해주시고, 이렇게 대담 장소(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까지 제공해주신 세 분 스님께 감사드립니다.
- 여름 수련회 및 템플스테이 안내: ‘알토란 소식 ’참조(p.136)